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옥자'(왼쪽)와 '로마' 포스터(사진=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로마'가 극장과 온라인에서 이틀 간격을 두고 공개됨에 따라 지난해 봉준호 감독 작품 '옥자'처럼 멀티플렉스 극장의 상영 거부가 재현될 조짐이다.
전작 '그래비티' 등으로 유명한 알폰소 쿠아론 감독 신작 '로마'는 다음달 12일 극장에서 개봉하고 이틀 뒤인 14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된다. 1970년대 초반 멕시코시티 로마 지역을 배경으로 당대 혼란스러운 사회상을 녹여낸 이 영화는 올해 베니스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멀티플렉스 측은 극장 상영기간이 보장돼야만 영화시장 발전이 지속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넷플릭스는 더 많은 관객들에게 작품을 소개하기 위한 선택이라고 맞선다.
앞서 지난해 6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인 봉준호 감독의 '옥자'가 극장과 온라인에서 동시 개봉했을 당시 3대 멀티플렉스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는 보이콧을 선언했다.
문화평론가 김성수는 14일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멀티플렉스 측의 이중적인 태도"라며 비판을 이어갔다.
"(영화사업 수직계열화로) 대기업이 영화 제작부터 배급, 상영까지 쥐고 흔들면서 자신들 입맛에 맞는 영화 찍어내고 작은 영화는 외면하고 정부 지원 받기 위한 예술영화 전용관으로 생색내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작은 영화들이 '숨통 좀 틔워달라'고 이야기하면 시장 논리를 내세운다."
그는 "그러면서 멀티플렉스는 왜 또 다른 시장을 개척하는 넷플릭스를 담합해서 막는가"라며 "그것은 시장 논리가 아니다. 쉽게 말해 멀티플렉스가 이중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넷플릭스가 투자해 제작한 영화를 넷플릭스에서 유통시키고 싶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넷플릭스에서 동시에 소개된다고 해서 극장에 안 가게 되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극장 스크린, 사운드, 함께 영화를 보는 경험과 같은 현장의 에너지를 느끼기 위해 극장에 간다."
김성수는 "IPTV만 봐도 극장 상영시간 3주 텀을 안 지키는 영화들이 많다. '동시 개봉은 안 된다'고 넷플릭스만 공격하는 행태는 담합일 뿐"이라며 "우리나라 IPTV 등이 기껏해야 영화 소개 프로그램 정도 선보일 뿐, 콘텐츠에 투자한 적 있나. 그간 땅 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얼마나 쉽게 사업해 왔는지가 드러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물론 넷플릭스 영향력이 거대해지는 만큼 독과점 등의 우려가 생기고 있다. 드라마 시장은 '제작할 때 넷플릭스에 가장 먼저 갖다준다'고 할 만큼 완전히 잠식됐다"며 "이러한 악영향을 견제할 수 있는 구조가 고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