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노컷뉴스

"단절이 곧 공포"…'도어락' 혼집 스릴러의 탄생

영화

    "단절이 곧 공포"…'도어락' 혼집 스릴러의 탄생

    소통 단절 사회·여성 향한 왜곡된 시선 녹여내
    "불쾌함이 통쾌함으로…결국 '연대' 중요하다"

    (사진=영화 '도어락' 스틸컷)

     

    혼자 사는 원룸에 낯선 침입자가 들어온다. 현실 공포 스릴러 영화 '도어락'이 베일을 벗었다. '숨바꼭질' '목격자' 등 일상과 접목한 스릴러 영화처럼 '도어락'은 최근 급증하고 있는 1인 가구에 주목했다. 특히 범죄 불안감에 시달리는 여성 1인 가구를 소재로 현실을 뒤흔든다.

    '도어락'의 주인공은 평범한 직장인 경민이다. 서울에서 홀로 생활하는 그는 늘 불안한 마음으로 생활한다. 함께 사는 남자가 있는 것처럼 현관에는 남성용 구두를, 빨래 건조대에는 남성용 속옷을 걸어 놓는다. 그러나 이런 경민의 평범한 일상은 살인사건으로 깨진다. 그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 직접 살인범을 추적한다.

    공효진은 경민 역을 맡아 영화 내내 긴장감 넘치도록 스릴러를 이끌어 나간다.

    그는 26일 서울 동대문구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열린 '도어락' 시사회에서 "누구에게나 진짜 일어날까 무섭다는 형식의 스토리를 갖고 있다. 평범한 여자 경민이 만들어낼 수 있는 리액션을 고민해봤다. 주인공이 자진해서 위험에 처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 닥친 위험 앞에서 경민의 행동을 여러 가지로 변주했다. 주인공이 평범해서 관객들이 더 공감하기 쉬운 포인트가 있다"라고 경민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노력한 지점을 설명했다.

    영화는 진정한 공포가 단절된 인간관계일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한다. 같은 층에 살면서도 얼굴을 모르는 이웃들과 주민이 종적을 감춰도 알지 못하는 사람들. 경민이 겪는 모든 상황들은 우리 역시 체감하는 현실이다. 살인범은 이 단절의 틈을 교묘하게 파고 들어와서 대담한 범죄를 저지른다.

    공효진은 "우리는 서로 고립시키고 나 역시 고립되길 바라는 삶을 살고 있다. 그게 편안하고 자유로워보이지만 한편으로는 가장 위험한 고립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 그것이 우리가 느끼는 피할 수 없는 공포가 아닌가 한다"라고 이야기했다.

    메가폰을 잡은 이권 감독 역시 "소통이 단절되면서 사람과 사람 사이 대화가 일방적으로 변하는 것 자체가 공포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런 식으로 사람들의 분노가 사회에 표출되고 있다. 평범한 경민이 그저 열심히 살아가는 것 뿐인데 행동과 그의 대화를 왜곡해서 해석하는 게 바로 그런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양화 '도어락' 스틸컷)

     

    감독의 말처럼 영화 속에는 여성 피해자나 여성 서비스직을 바라보는 사회의 성차별적이고 왜곡된 시선들이 끊임없이 등장한다. 신고로 출동한 경찰은 여성 신변의 안전을 '남자친구'가 책임져야 한다며 투덜대고 한 고객은 본인 일에 충실한 경민에게 '꼬리를 쳤다'고 손가락질한다.

    이 감독은 "피해자한테 굉장히 불리하게 돌아가는 사회 모습을 담고자 했다. 이런 스릴러물에서는 가족 관계로 얽혀 있거나 힘이 강한 남자가 도와주러 온다거나 하는 서사인데 경민은 모든 공포를 혼자 겪는다. 이런 묘사를 위해 20대 후반~30대 초반 여성 스태프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의견을 받아 심도있게 고민했었다"라고 전했다.

    여성이 피해자인 동시에 추적자로 등장하다보니 이를 구현하기가 어려운 지점이 많았다. 여성의 '피해'만을 자극적으로 부각하게 되면 불편함을 느끼는 관객들로 역효과가 날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다고 범죄에 노출된 여성의 트라우마를 가벼운 것으로 취급할 수도 없었다.

    이 감독은 "보통 스릴러 영화를 보고 불쾌한 감정을 느끼게 되는 건 여성을 바라보는 카메라의 시선이 가해자 남성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90% 이상 여성 주인공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진행했다. 범인을 통쾌하게 처단하고 끝나는 게 맞는 것인지도 고민이 많았다. 엄청난 트라우마가 생길텐데 그걸 외면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홀로 거주하는 여성들이 직면한 주거 안전 문제가 불편하게 다가오지는 않을까. 이 감독 뿐만 아니라 주연 배우인 공효진과 강예원도 이에 대해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

    경민과 절친한 직장동료 효주 역의 강예원은 "불쾌함이 통쾌함으로 바뀔 수 있는 영화다. 연대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결국 이런 의식들이 생기면 시스템도 생기지 않을까"라고 영화를 통해 기대하는 변화를 전했다.

    공효진은 "사회 고발 영화는 아니지만 사회적 문제를 기반에 두고 있다. 그래서 더 생활 밀착형 스릴러가 만들어진 것 같다. 너무 많은 메시지나 희망적인 해결책을 담은 것은 아니지만 왜 이런 문제가 일어나는지 한 번 돌아볼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라고 영화가 가진 의미를 밝혔다.

    이 시각 주요뉴스


    실시간 랭킹 뉴스

    노컷영상

    노컷포토

    오늘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