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스카이캐슬' 스틸컷(사진=JTBC 제공)
"감옥에 갇혔을 때… 내게 거저 주어진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정말 뼈저리게 느꼈어요. 눈뜨면 저한테 그냥 생기는 오늘은 혜나가 살아보지도 못한 소중한 날이잖아요."
지난 1일 방송된 JTBC 드라마 '스카이캐슬' 마지막회에서, 졸업을 불과 몇 달 앞두고 고등학교를 그만두기로 결심한 우주(찬희)가 부모에게 건넨 말이다. 그는 다음과 같이 강조한다.
"이렇게 귀한 시간을, 내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도 모른 채 성적 올리자고 문제나 풀어대면서 낭비할 수는 없어요." "힘은 아빠, 내가 어느 대학을 나왔는지보다 내가 누군지, 어떤 사람인지, 뭘 위해 사는지, 그게 선명할 때, 그게 뚜렷하고 확실할 때 나오는 거 아니에요?"
'스카이캐슬' 마지막회에서 머리를 띵하게 만드는 반전을 기대했던 시청자들은 다소 김이 빠졌으리라.
드라마 속 주인공들은 각자 자기 삶을 되짚어 보면서 가족이라는 공동체가 지닌 온기를 유지할 수 있는 상생의 길을 택했다. 남부러울 것 없는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자신을 포장하는 데만 급급하던 경쟁의 욕망과 거리를 둔 데 따른 결과다.
하지만 이야기는 첫회에서 소개됐던 "극상위권 학생들만 가르친다"는 입시 코디네이터 설명회가 여전히 성황을 이루는 장면으로 끝맺는다. 그 장면 마지막에는 '스카이캐슬'에서 벌어진 모든 사건의 중심에 선 입시코디네이터 김주영(김서형)의 얼굴이 겹친다.
이날 마지막회 도입부에서 감옥에 갇힌 자신을 찾아온 한서진(염정아)에게 김주영은 아래와 같이 비수를 꽂는다.
"영재네 같은 비극이 생겨도 감수할 수 있겠냐고 물었을 때 '감수할 수 있다'고 대답한 건 너였어. 왜? 너한테는 그런 비극이 안 생길 거라고 교만했으니까. 왜? 네 자식을 최고로 만들겠다는 욕심이 눈을 가렸으니까. 왜? 영재네 비극은 그저 가슴 아픈 구경거리에 불과했으니까. 어머니와 전 다르다고 하셨습니까? 천만에요. 어머니와 전… 똑같습니다."
드라마 방영 내내 '거악'으로 불리우며 시청자들 공분을 샀던 김주영 캐릭터다. 그 대척점에 있는 캐릭터가 있다. 자식 교육에 있어서는 물불 안 가리는, 가해자와 피해자 경계를 넘나드는 다면성으로 시청자들 지지를 얻은 한서진이다. 결국 김주영이 한서진을 향해 던진 말은, 한서진으로 대변되는 현실의 부모들에게 건넨 메시지인 셈이다.
삭막한 현실처럼 드라마 속 세상도 쉽게 바뀌지 않았다. 특별한 사건을 겪은 몇몇 개인에게 뚜렷한 변화를 줬을 뿐이다.
극중 진진희(오나라)는 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말한다. "하긴 누가 그러더라. 아무리 공부 스트레스가 극심해도 부모에게 사랑받는 아이들은 아주 짱짱하게 잘 버틴다고." 이에 남편 우양우(조재윤)는 동의를 표하면서 "이 빌어먹을 대한민국 교육 시스템을 우리가 바꿀 순 없잖아? 이 살벌한 시스템 속에서 우리 아들이 굳건히 버티게 사랑을 듬뿍듬뿍 주는 게 우리 몫"이라고 답한다.
특별한 일을 겪은 사람들의 삶은 결코 그 이전과 같을 수 없는 법이다. 방영기간 사회 현상으로까지 불린 '스카이캐슬'을 보기 전과 후의 대중 역시 그러할 것이다. 이제 반전 없는 '스카이캐슬' 결말의 공은, 어쩌면 드라마보다 더한 현실을 살고 있을지도 모를 우리에게 넘어온 셈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