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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 강선·분강 때문에 더 중요해진 영변

기자수첩

    [뒤끝작렬] 강선·분강 때문에 더 중요해진 영변

    北 놀랐다지만 영변외 핵시설 공공연한 비밀
    97년 美청문회 등서 거론…영변 검증 필요성 커져
    전문가들 "시료채취 등으로 북핵 전모 파악"

    (사진=연합뉴스)

     

    영변 핵단지 외에 북한이 숨겨둔 비밀 핵시설이 어디에 얼마나 있느냐 하는 문제가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에 따른 후폭풍을 키우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리가 알고 있다는 것에 대해 북한이 놀란 것 같다"고 한 시설들이다.

    일각에선 평양 외곽의 강선과 영변 인근의 분강 등을 지목하며 새로운 사실인양 반응하고 있다. 미국의 정보력에 우리도 놀랐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 시설은 길게는 20여년 전부터 파악돼 한미 정보당국의 감시망에 올라있다.

    먼저 분강은 1997년 10월 북한 귀순장교인 최주활 씨 등이 미국 상원 청문회에서 지하 비밀 핵 시설이라며 거론한 바 있다.

    국방부는 5일 브리핑에서 "우리 군은 한미 공조 하에 북한의 주요 지역 동향들에 대해서 면밀히 추적 감시하고 있다"며 "(분강은) 시설이 아니고, 영변 내에 있는 일부 지역을 부르는 지명"이라고 설명했다.

    강선의 경우는 김진무 전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이 '북한의 핵능력 평가와 비핵화 협상 전망'에서도 언급한 바 있는, 전문가들에게는 꽤 익숙한 이름이다.

    그는 강선뿐 아니라 자강도 희천에 소재한 연하기계공장과 하갑 공장도 우라늄 농축 시설로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관련기사:CBS노컷뉴스 2.15 '영변 핵시설 80%' 논란…핵심인가 빈껍데기인가)


    (사진=연합뉴스)

     

    사실 북한이 영변 외에 우라늄 농축 시설을 다수 운영하고 있을 것이란 의심은 전혀 새로운 내용이 아니다. 영변 핵시설의 비중이 북한 전체 핵능력의 80%니 50% 이하니 하는 추정이 있어온 배경이다.

    우라늄 농축 시설은 원자로 재처리 과정이 필요한 플루토늄 방식에 비해 규모가 작고 지하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북한 전역에 은닉했을 공산이 크다.

    효율성 측면에선 영변에 몰아넣는 게 맞지만 위험 분산 차원에선 다른 곳에 숨겨둘 필요가 있다.

    다만 우라늄 농축은 전기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가뜩이나 전력 사정이 나쁜 북한으로선 선택지가 제한돼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그런데 현 시점에서 이들 비밀시설의 규모와 위치는 별로 핵심적인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북핵협상의 본질을 흐리고 혼선을 주는 방해 요인이 될 수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말에 진짜 놀란 것인지 놀란 척 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아무리 미국이라도 북한이 스스로 공개하지 않는 이상 핵 능력 전모를 알 길은 없다.

    따라서 일단 영변 핵시설이라도 확실히 사찰·검증해야 전체 핵 능력을 파악할 가능성이 그나마 높아진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단계적 폐기 원칙을 바꿀 것이 아니라면, 하나라도 성공사례를 만드는 게 중요하지 처음부터 전체 핵 시설을 얘기하기 시작하면 첫 발짝도 뗄 수 없다"고 말했다.

    영변 핵시설의 비중이 크면 큰 대로 작으면 작은 대로 영변 자체는 매우 중요한 출발점이다.

    영변 비중이 일반적 분석처럼 70~80%라면 말할 나위도 없고, 설령 50% 미만이라 해도 그만큼 기타 비밀시설이 많다는 뜻이기 때문에 영변에 대한 검증 필요성이 커지는 것이다.

    원자력 전문가들에 따르면, 영변 핵시설에 대한 시료 채취나 GIRM(Graphite Isotope Ratio Method) 방식 등을 통해 북한의 전체 핵 물질 생산량을 추정할 수 있다.

    북한을 완전히 무릎 꿇려 처음부터 전면 핵 신고를 받아낼 요량이 아니라면 영변부터 단계적으로 폐기·검증하는 게 더 현실적인 선택이다.

    물론 북한도 진정 협상 타결을 원한다면 보다 과감하고 유연한 태도를 보일 필요가 있다.

    예컨대 영변지역에 한 해 아무 조건을 달지 않고 핵 시설을 전면 공개하는 '주동적 조치'에 나선다면 신뢰 확보는 물론 명분상 우위를 차지해 향후 협상에서 유리해질 수 있다.

    북한으로선 왜 우리만 일방적 양보를 계속해야 하느냐는 불만을 가질 수 있지만 변화를 위한 티핑 포인트를 만들기 위해서는 더 큰 용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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