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수목드라마 '닥터 프리즈너' 포스터 (사진=KBS 제공)
"정의? 대한민국에 그런 달달한 것이 남아있기는 한가?"라는 영화 '내부자들'의 질문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유전무죄 무전유죄'인 현실은 돈과 권력만 있다면 얼마든지 법을 이용할 수 있다. 이처럼 막장 같은 현실에 KBS2 '닥터 프리즈너' 속 안티 히어로 나이제는 통쾌함을 날려줄 수 있을까.
지난 20일 첫 방송을 시작한 KBS2 새 수목드라마 '닥터 프리즈너'(연출 황인혁·송민엽, 극본 박계옥)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이 뜨겁다. 첫 회부터 강렬하고 빠른 전개로 시청자를 사로잡은 결과 20일 방송이 시작하자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했으며, 하루가 지난 21일까지 상위권에 머물고 있다. 시청률도 8.4%(1회), 9.8%(2회)를 기록(닐슨 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하며 수목극 1위로 출발했다.
드라마는 주인공 나이제(남궁민 분)가 여대생 살인교사 혐의로 수감 중인 재벌 사모님 오정희(김정난 분)를 찾아가 형집행정지를 받게 해주겠다는 제안을 하고, 오정희가 풀려나는 모습을 보여준다. 나이제의 차가운 눈빛과 법을 벗어난 행동은 그를 '악역'처럼 보이게 만든다.
그러나 출중한 실력의 의사 나이제는 악역이 아니라 우리가 흔히 다크 히어로라 부르는 '안티 히어로'다. 핍박 받으면서도 노숙자, 돈 없는 사람의 생명을 구해주며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온몸으로 실천한 의사였다. 그러나 자신의 눈앞에서 서민을 '불가촉천민' 취급하는 재벌가의 횡포에 사람이 죽었고, 자신은 의사면허까지 정지된다. 권력이 곧 '정의'가 된 세상에 나이제는 그 모든 악의 고리를 끊고자 '안티 히어로'가 된다.
본디 안티 히어로는 타락한 세상과 대결한다. '법의 허점을 채우기 위해서는 무법자가 필요하다'(퍼니셔)는 말처럼, 법 위에 올라선 권력의 횡포를 끊어내기 위한 목적을 위해 법에 위배되는 수단으로 복수에 나선다.
타락한 현실 세계, 그 세계에서 홀로 맞서는 무법의 영웅의 감정은 표백되지 않은 듯한 어두운 화면 구성을 통해 표현되고 있다. 빠르게 전개되는 과정에서 극적 긴장이 높은 순간에서는 적절하게 슬로 모션처럼 구성해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초반 뇌수술 장면의 사실적 묘사 또한 돋보인다.
또한 남궁민, 김병철, 최원영, 김정난, 장현성, 강신일, 이준혁 등 배우들의 호연은 몰입감을 더욱 높이며 극을 이끌어 간다.
KBS2 수목드라마 '닥터 프리즈너' (사진=화면캡처)
어찌 보면 막장 같은 자극적인 소재지만 '닥터 프리즈너' 속 재벌권력의 횡포는 현실에 기반한 것들이다.
만취해 변호사를 폭행해 물의를 빚은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셋째 아들 김동선 씨에 대해 검찰은 처벌이 어렵다고 판단해 '공소권 없음'으로 재판에 넘기지 않았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은 지위를 이용해 여성의 성을 착취하는 등 입에 담을 수 없는 범죄를 저질렀지만 두 차례 수사 모두 무혐의를 받았다.
생계형 절도로 라면 10봉지를 훔친 전과자는 징역 3년 6개월, 회삿돈 497억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된 남자는 징역 4년을 받는 게 현실이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으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는데 구치소 측으로부터 남다른 편의를 제공받았다는 '특혜' 의혹이 일었다.
이처럼 드라마보다 더 비현실적인 상황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현실 같은 드라마 '닥터 프리즈너'에 대한 시청자의 관심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현실은 실현되지 않는 정의에 갑갑하지만 적어도 드라마에서만큼은 정의가 실현되는 것을 보고 싶은 사람들의 열망이 반영된 결과 아닐까.
과연 '닥터 프리즈너'는 권력에 대한 단죄를 통해 현실에 발 디딘 시청자들에게 통쾌함을 안겨줄 수 있을지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