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몽니의 보컬 김신의(오른쪽)와 김신우 대표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KBS2 음악 예능 '불후의 명곡'을 통해 파워풀하고 호소력 짙은 목소리를 들려주며 주목받은 밴드 몽니(MONNI)의 보컬 김신의와 소속사 모던보이엔터테인먼트 김신우 대표는 끈끈한 동반자다. 두 사람은 몽니의 대중적 인지도가 높지 않았던 시절부터 손을 맞잡고 함께 성장해왔다.
눈여겨볼 점은 이들이 오랜 시간 호흡한 단짝이자 피를 나눈 친형제라는 점이다. 평범하게 직장 생활을 하던 '동생' 김신우는 '형'의 제안을 받아들여 몽니의 로드 매니저로 새 삶을 시작했다. 그리고 내공을 다진 끝에 몽니를 비롯해 고고보이즈, 숨의 숲, 윤기타, 빨간의자 등 여러 아티스트들이 속한 엔터사를 이끄는 수장이 됐다. '형' 김신의는 '동생'의 든든한 지원사격 속 어느덧 햇수로 데뷔 15년차가 된 밴드의 보컬이자 뮤지컬 배우로 왕성한 활동을 펼치는 중이다.
"동생이 덕분에 마음 편하게 음악하고 있죠. 아마 제가 대표를 맡고 동생이 음악을 했으면 회사가 망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하하" (김신의),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이 일을 시작하고 나서 후회해본 적은 없어요. 몽니와 회사가 천천히 계속해서 성장해나가고 있는 것 같아 뿌듯해요" (김신우). 최근 서울 마포구 성산동에 있는 모던보이엔터테인먼트 사무실에서 만난 두 남자. 훈훈한 '형제 케미'를 자랑한 이들과 나눈 대화 내용을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사진=이한형 기자)
-두 분이 사무실에서 함께 점심을 먹는 건 얼마만인가요.
김신의(이하 신의) "저희 부모님이 원체 같이 모여서 식사하는 걸 좋아하셔서 동생과 함께하는 식사자리는 많은 편이에요. 그런데 사무실에서 같이 점심을 먹는 건 굉장히 오래만이네요"
김신우(이하 신우) "결혼하기 전에는 제가 사무실에서 직원들 점심을 직접 챙겨주곤 했어요. 김치찌개나 삼계탕을 자주 끓여줬죠. 사실 오늘 오랜만에 삼계탕을 끓여볼까 했는데 형의 의견을 따라서 자장면을 시켰어요. 전 음식을 해먹는 걸 좋아하는데 형은 시켜먹자는 주의거든요. (미소)"
-모던보이엔터테인먼트는 언제 설립되었나요.
신우 "2013년 11월이요. 다른 회사들처럼 거창하게 세팅을 하고 시작한 건 아니었어요. 처음에는 집이 사무실이었죠. 방에서 혼자 일정 짜고 아이디어 내고 A&R까지 직접 다 했었고요. 그렇게 해서 처음 낸 앨범이 몽니 4집이었어요"
-완전히 가내수공업 방식이었네요.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신우 "다른 건 다 하겠는데 디자인 작업은 진짜 못하겠더라고요. 비록 집에서 업무를 보고 있지만 외부적으로는 허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디자이너를 한 명 고용했었어요. 그땐 그 친구도 제 방으로 출근했죠. 부엌 식탁에 앉아서 회의하면 저희 어머니가 옆에서 사과 썰어 주시고..(웃음)"
신의 "좋았죠. 밥 나오고 월세 낼 일 없고. 하하"
-아티스트와 소속사 대표로 손을 맞잡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신우 "전 원래 평범한 회사원이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형이 당시 속해있던 기획사에 로드매니저로 들어와서 일을 배워보라는 제안을 하더라고요. 앞으로 오랫동안 몽니로 활동하고 싶은데 정말 믿을만한 사람이 옆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면서요"
-제안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신우 "그때 제 나이가 스물아홉이었어요. 잘 다니고 있는 직장을 관두고 막내 매니저로 다시 사회생활을 시작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죠. 그러다가 매니저 일을 시작하게 된 건 2년 뒤인 서른한 살 때였어요. 당시 형이 진지하게 '차 한 잔 하자'면서 같은 제안을 한 번 더 했어요. 그때 '아, 형이 정말 내가 필요한가 보구나' '이렇게 날 필요로 하는데 못 할 일이 뭐 있겠어' 하는 생각이 들어서 결심을 하게 됐었죠"
(사진=이한형 기자)
-이 대목에서 형의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고 싶네요.
신의 "당시 이전 회사와의 계약이 3~4년 정도 남아있을 때였는데, 계약이 끝나면 독립레이블을 만들어야겠다는 확실한 목표를 잡고 있었어요. 그런데 전 세상물정 잘 모르는, 그냥 음악 하는 거 좋아하는 뮤지션 성향의 사람이거든요. 직장 생활을 해본 동생이 대표를 맡아서 저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주면 마음 편하게 음악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물론, 직장 잘 다니고 있는 동생에게 그런 제안을 하기까지 고민이 많았죠"
-로드 매니저 일은 적성에 잘 맞았나요.
신우 "어휴 힘들었죠. (미소). 일단 제가 서른한 살에 일을 시작했는데 당시 팀장 나이가 스물여섯이었으니까요. 또, 당시에 제가 맡은 팀이 몽니를 비롯해 자우림, 고고보이즈, 글렌체크 등 총 6팀이나 됐어요. 그래서 한 달에 하루 쉴까 말까 할 정도로 정말 바빴죠. 그래도 형과 제가 맺은 약속을 깨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다 이겨 내보자'는 생각으로 버텼던 것 같아요. '내가 이 일 아니면 언제 부산에, 진천에, 통영에 와보겠어' 하면서 최대한 긍정적으로 일 하려고 했고요. 아마 제가 좀 더 어렸다면 힘들어서 그만뒀을 수도 있었을 거예요. 돌아보면 그 시절이 있었기에 지금까지 올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형도 나중에 동생하고 회사 차려서 일하려면 더 열심히 해서 인지도를 쌓아야겠다는 마음가짐으로 활동을 하지 않았을까 싶고요"
신의 "그땐 몽니의 인지도가 낮았으니까 저 역시 힘든 시기였어요. 그래도 동생과 함께 멋지게 독립하자는 생각으로 버텼죠. 딱 그 목표만 보면서 달렸던 것 같아요"
-모던보이엔터테인먼트가 탄생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네요. 목표한 바대로 동생이 대표인 회사에서 음악 활동을 하고 있는데 만족스러우신가요.
신의 "일단 자유로워서 좋아요. 이전에 있었던 회사의 경우 음악적인 부분을 컨트롤하려고 하는 측면이 있었는데 그런 부분에서 자유로워졌다는 점에서 일단 만족스러워요. 또, 이건 아마 모든 아티스트 분들이 공감할 부분일 텐데 정산 부분에 있어서 투명하고 믿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마음이 편해요. 무엇보다 몽니 앨범을 계속 만들어가면서 회사가 함께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고요. 사실 같이 일을 안 하고 있다면, 이 나이에 형제끼리 이렇게 자주 만날 일이 있을까 싶기도 해요. 그래서인지 부모님이 저희가 함께 일 하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봐주시고 있죠"
신우 "물론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저는 이 일 시작하고 나서 한 번도 후회를 해본 적은 없어요. 로드 매니저 때부터 지금까지 내리막을 걸은 적도 없었다고 생각하고요. 몽니와 회사가 조금씩 천천히 계속 성장하고 있어서 저 역시 뿌듯합니다"
-호흡은 잘 맞으시나요.
신우 "성향이 꽤 달라요. 그래서 충돌이 많지 않죠. 형은 완전 뮤지션이라서 음악 이외에 다른 부분에 거의 신경을 안 써요. 저는 그런 형을 잘 서포트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죠"
신의 "만약 둘 다 음악을 했다면 충돌이 많았을지도 모르죠. 오아시스의 갤러거 형제 처럼이요. (웃음)"
신우 "원체 서로 친구처럼 잘 지냈어요. 물론 고등학교 때까지는 치고 박고 싸우기도 했지만. (미소). 그 이후에는 다툰 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아요"
-나에게 '동생' 혹은 '형' 이란.
신의 "저에게 동생은 저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존재죠. 어떤 상황이 와도 믿음직스러운 동생과 함께라면 든든할 것 같아요"
신우 "저에게 형은 제가 어떻게 되든 마지막에 찾아가서 기댈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해요"
※"'불후의명곡', 몽니 알린 고마운 프로그램"(인터뷰②)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