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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투스 5.0인데도 무선 이어폰 자주 끊겨요

IT/과학

    블루투스 5.0인데도 무선 이어폰 자주 끊겨요

    블루투스 사용 집중지역 병목현상 심화
    "주파수 대역 제약…대역 넓힐 필요"
    "오디오 기술엔 여전히 블루투스가 최적"

     

    금융기업들이 몰려있는 여의도로 출근하는 강주영씨(31·회사원)는 출퇴근 시간 지하철에서 블루투스 무선 이어폰이 자주 끊기는 현상을 겪는다. 강씨는 고급 브랜드는 아니지만 최신 블루투스 5.0이 탑재된 제품이라서 끊김이 적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특정 공간에서는 자주 이같은 현상을 겪는다고 말했다.

    배달기사 오모씨(28)도 전화통화나 배달정보를 앱에서 전달받을 때 블루투스 무선 이어폰에서 종종 끊김 현상을 경험한다. 노이즈가 발생해 통화가 제대로 안되는 경우도 많았다. 오씨는 2년된 휴대폰 기종이 구형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최신 휴대폰을 알아보고 있는 중이다.

    IT제품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와 같은 블루투스 이어폰 불량을 호소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대부분 중저가 블루투스 이어폰 제품의 성능 문제로 치부하는 경우가 많지만 최근에는 최신 블루투스 5.0을 탑재한 2만원대 제품도 많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제품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겠지만 블루투스 무선 이어폰의 문제로만 볼 수는 없다고 지적한다. 최근 스마트폰, 스마트워치, 이어폰, 마우스·키보드, 스피커는 물론 가전제품까지 블루투스 기술을 사용하는 사물인터넷(IoT) 기기들이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다. 심지어 일부 도시 인프라에도 블루투스나 와이파이가 적용되면서 좁은 주파수 대역을 놓고 경쟁이 치열하다.

    미국 버클리대 무선연구센터 얀 라배이에 교수는 경제매체 CNBC에 "블루투스는 고정된 송수신 거리 제약이 있기는 하지만 교통이 증가하면 교통체증이 유발되는 것과 같은 병목현상이 블루투스 주파수 대역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모든 무선 장치들이 제한된 공간에서 경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블루투스 무선 시스템은 ISM(Industrial Scientific and Medical) 주파수 대역 중 하나인 2.4GHz에서 2.8GHz 사이를 사용하는데, 주로 산업·과학·의료용으로 할당된 사용허가가 필요 없는 비허가 주파수 대역(unlicensed band)이다. 일부 아마추어 무선, 무선랜(와이파이 라우터), 무선전화, 가전 등 거의 모든 전자제품이 이 대역에 포함된다.

    한국을 비롯해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2.4㎓, 5.65㎓ 및 24㎓ 주파수 대역이 ISM에 속한다.

    와이파이보다 커버리지가 짧지만 블루투스는 여러 시스템과 동일한 주파수 대역을 이용하기 때문에 전파 간섭(혼선)이 생길 우려가 높다. 블루투스는 이를 예방하기 위해 최대 71개의 채널을 1초당 1600번씩 호핑해 특정 패턴에 따라 빠르게 이동하며 데이터를 조금씩 전송한다. 하지만 동일한 주파수 대역을 사용하는 제품들이 집중되는 공간에서는 여전히 신호 간섭으로 연결이 안되거나 노이즈가 발생하는 경우가 자주 생긴다.

    유튜브 캡처

     

    미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지난달 별도의 사용 허가를 필요로 하지 않는 95GHz 이상의 주파수를 민간 등 기업이 사용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 작년에는 가장 많이 사용되는 5GHz에 이어 6GHz 범위의 상업용 ISM 주파수도 공개했다.

    라베이에 교수는 "블루투스는 통상 더 많은 전력을 소모하는 높은 대역의 주파수를 사용하지 않지만 주파수 대역을 확대하면 블루투스 혼선이나 장애 발생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어 "우리는 첨단 시대에 살고 있다"며 "갑자기 모든 전자 기기가 과부하로 인해 사용할 수 없는 지경에 빠진다면 소비자들의 불만이 거세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블루투스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들의 고민도 늘고 있다. 고품질의 무선 칩과 최신 블루투스 기술을 앞다퉈 적용하는 이유다.

    작년 3500만대의 에어팟을 판매하며 글로벌 무선 이어폰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애플은 올해 배터리 수명 증가, 음성통화 성능이 개선된 2세대 제품을 발표했다.

    애플은 "무선 주파수 간섭 영역 해소를 포함해 견고한 성능을 위해 새로운 H1 무선 칩이 2세대 에어팟에 적용 됐다"며 "지연 시간을 최대 30%까지 감소시킨다"고 밝혔다.

    노키아 인텔 등 주요 통신 기술 기업 및 제조사들이 모인 블루투스 기술 다국적기업 비영리단체 블루투스SIG는 "비허가 주파수 영역 확대를 지원하지만 아직 회원사들의 불만이 접수된 것은 없다"고 전했다.

    미국은 급격히 늘어나는 주파수 수요에 따라 비허가 주파수 확대에 나서고 있다. 국내 상황은 어떨까.

    블루투스 등 ICT 표준 시험인증 기관인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김재은 팀장은 블루투스는 비허가 민간표준 영역인 반면 주파수 공급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관이라고 전제한 뒤 "통신, 사물인터넷 등 기술의 발전으로 블루투스 관련 제품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에 있지만 블루투스 주파수 확대 문제는 산업계의 목소리가 필요한 영역"이라고 밝혔다.

    국립전파연구원(NRRA) 관계자는 "블루투스는 주파수 대역과 출력이 고정되어 있어 거리의 제한을 받고 동일지역에 블루투스 장비가 많을 경우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면서 "그렇다고 블루투스 주파수 대역을 높이면 전파의 직진성이 강해 건물 등에 의한 회절이나 반사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지적했다.

    김 팀장은 "블루투스는 버전이 차이가 난다고 해서 통신 영역이나 거리 등 조건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라며 "더 빠른 기기연결, 배터리 소모율 감소 등 블루투스의 단점을 개선해나가는 과정이 버전 업데이트를 통해 진행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신 블루투스 버전을 사용해도 블루투스나 와이파이 제품 사용이 많은 구역에서는 장애가 발생할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얘기다.

    초고속(20Gbps)·초저지연(1ms)·초연결(1Million/㎦) 시대를 대표하는 5G 네트워크 서비스가 본격화 되면서 일부 스피커, 세탁기 가전 등 스마트 기기에서 블루투스 대신 와이파이(Wi-Fi) 모듈이 탑재되는 추세에 대해서 김 팀장은 "굳이 영상과 같은 큰 데이터를 포함하지 않는 기기에까지 와이파이를 적용할 필요가 있나 싶다"며 "블루투스는 오디오 등 음향 기기에 최적화된 근거리 무선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최신 블루투스 버전 제품을 쏟아내며 우수성을 강조하는 산업계와 달리 소비자들은 블루투스·와이파이 과밀 지대에서 불편을 고스란히 감수해야 하는 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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