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 8월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C-47 수송기 전시회 ‘70년 동안의 비행’ 개막식이 열렸다. 여의도공원에는 정진대원들이 탑승했던 것과 같은 기종의 C-47 수송기가 현재도 전시돼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지난 1919년 4월 11일 중국 상하이에 둥지를 튼 임시정부는 광복을 맞기까지 26년 동안 국내외 독립운동세력의 든든한 뒷배가 됐다. 11일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된지 100주년을 맞아 서울 여의도공원 등 곳곳에서 기념행사가 열린다.
◇ 일본군 탄압 피해 중국 곳곳에 피신하면서도 자주독립 위해 목숨 내걸어
임시정부는 1919년 4월 11일, 이보다 한 달 전부터 한반도를 크고 작은 만세운동으로 뜨겁게 달군 3·1운동을 계기로 중국 상하이에 수립됐다.
독립기념관이 정리한 '한국독립운동의 역사' 등에 따르면, 지금으로 치면 국회에 해당하는 '임시의정원'에 고작 29명의 대의원이 한국을 대표할 정도로 규모는 아주 작았다.
또 일본군의 끊임없는 탄압을 피해 항저우·광저우·창사·류저우·치장, 마침내는 내륙 중심지인 충칭까지 계속 옮겨다녀야 했다.
중국 충칭 연화지 임시정부청사(기념관) 내 국무회의실(사진=김광일 기자)
하지만 내무부·외무부·재무부 등 국무원(행정부)과 임시의정원(입법부), 그리고 한때는 사법부를 따로 둘 정도로 장차 대한민국의 기틀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좌파 계열·일본군 탈주 학병 등 여러 계파가 뭉치면서 당파싸움으로 인한 분열의 조짐도 있었으나, 요인들은 자주독립이라는 유일한 꿈을 위해 함께 목숨을 내걸었다.
상하이에서 독립운동가 사이에서 태어난 뒤 충칭 시절까지 함께 다녔던 김자동 임정기념사업회장은 CBS노컷뉴스 취재진과 만나 "중간에 합류한 그 사람들(조선의용대)은 좌익이고 우리(임시정부)는 보수적이었지만 모두 왜놈과 싸우면서 서로 협조할지언정 싸우지는 않았다"고 기억했다.
지난해 11월 28일 서울 종로구 임정기념사업회 사무실에서 CBS노컷뉴스 취재진과 인터뷰를 갖고 있는 김자동 회장(사진=김광일 기자)
◇ 일본군 포위…숨 막히는 28시간일제 패망 사흘 뒤인 1945년 8월 18일, 국외 독립운동 세력 가운데 처음으로 해방된 조국에 진입한 것도 바로 임정 산하 한국광복군 정진대였다.
당시 수송기에 탄 건 정진대 대장인 이범석 장군과 장준하·김준엽·노능서 등 4명. 중국 시안 중난산 자락 비밀훈련장에서 국내침투를 준비하며 미군 특수훈련을 받았던 광복군 제2지대 소속이었다.
당시 광복군의 비밀훈련을 모형으로 재현한 모습(사진=독립기념관 제공)
미군 전략첩보국(OSS) 수송기를 탄 이들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비행장에 착륙했다.
하지만 이들을 맞이한 건 돌격 태세의 무장한 일본군이었다. 일군은 "본국으로부터 어떤 지시도 받지 못했다. 돌아가라"며 포위망을 좁혀왔다.
정진대와 OSS는 그렇게 하루 동안 일본군과 '불편한 동거'를 한 뒤 다음 날 오후 28시간 만에 후퇴해 중국 시안으로 돌아가야 했다.
故장준하 대위 장남 호권(70)씨는 "장 선생은 종종 김준엽 선생과 함께 '그때 교전하고 다 산화했더라면 우리도 승전국으로 인정받지 않았을까'라며 아쉬워했다. 만약 그랬다면 저는 태어나지 못했겠지만 대한민국 역사가 달라지지 않았겠나"라고 말했다.
승전국 지위를 확보하겠다던 임시정부와 광복군의 꿈은 이처럼 아쉽게 무산됐지만, 이들의 분투를 재평가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최근 어느 때보다 높다.
독립기념관 이준식 관장은 "우리나라가 2차 대전 식민지 가운데 가장 먼저 독립을 약속받았던 건 임시정부를 중심으로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이 피 흘리고 목숨을 바친 결과"라며 "이들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대한민국, 오늘날의 나는 없었을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서울 여의도 비행장에서 후퇴한 뒤 중국 산둥성(山東省) 웨이현(濰縣)에 들러 촬영한 정진대·OSS 사진(사진=독립기념관 제공)
◇ 수립 원년 뜻하는 19시 19분정부가 개최하는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식은 11일 저녁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열린다.
임시정부 수립 원년인 1919년을 뜻하는 19시 19분에, 광복군 정진대가 착륙했던 옛 여의도 비행장에서 진행된다.
기념식은 독립유공자와 유족, 정부 주요 인사, 각계 대표, 시민 등 1만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독립의 횃불' 퍼포먼스, 임시헌장 선포문 낭독 등의 순으로 진행된다.
(사진=독립기념관 제공)
앞서 임시정부 선열 추념식은 이날 오전 11시 서울 효창동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다.
광복회 주관으로 열리는 추념식에는 피우진 보훈처장, 독립운동 관련 단체장 등 400여명이 참석한다.
아울러 중국 상하이·충칭·미국 LA에서도 현지 독립유공자 후손, 재외동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임시정부 수립 기념식이 열려 100주년의 뜻을 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