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우즈베키스탄을 국빈방문 중인 부인 김정숙 여사는 19일(현지시간) 수도 타슈켄트 외곽에 있는 '아리랑 요양원'을 찾아 고려인 1세대 독거 어르시들의 건강을 살폈다.
아리랑 요양원은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이 협력해 고려인 1세대 어르신들을 모시기 위해 만든 용양원으로 지난 2010년 3월 문을 열었다.
이날 김 여사 방문에는 샤프카트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의 부인인 지로아트 미르지요예바 여사도 함께했다.
고려인은 1920년대 소련 연해주 등에서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당한 조선인의 후손으로, 현재 우즈베키스탄에는 단일 국가를 기준으로 가장 많은 18만명이 살고 있다.
김 여사를 만난 조조야 할머니는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이 '아기가 왜 우냐'고 물어봐서 '배를 곯아 젖이 안 나와 운다'고 하니 우즈베키스탄 여자들이 아기한테 젖을 먹여 줬다"며 "그렇게 하면서 우리가 살았다"고 혹독했던 강제 이주 시기를 떠올렸다.
조 할머니는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은 손님을 귀하게 안다. 한밤중에 온 손님한테도 차를 대접한다"며 "고려사람들은 성실해서 일을 잘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김 여사는 "우리 어머니들, 할아버님, 아버님들을 뵈면서 오는 내내 마음이 복잡했다"며 "나라 잃은 설움 속에 애가 배고플 때 젖도 없었는데 우즈베키스탄 엄마들이 애 젖도 대신 먹여주고 음식도 나눠먹으면서 도움을 줬다"고 감사를 표했다.
아이 젖도 나오지 않아 우즈베키스탄 여성들에게 대신 젖을 물렸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김 여사는 울먹였다.
김 여사는 또 "(고려인들이) 너무 고생을 하셨다는 얘기도 들었다"며 "하지만 이제는 옛날의 나라를 떠나오듯 배고픈 나라가 아니다"라고 힘줘 말했다.
김 여사는 "대한민국이 많이 커서 (이제는 다른 나라에) 무엇을 도와주고 함께 클 것인가를 이야기한다"며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하면서 '우리도 줄 것이 있다'고 말할 수 있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또 "목화농장을 가꾸는 등 힘들었던 우리 어머니들의 많은 노고가 밑거름이 돼서 우즈베키스탄 대통령과 영부인으로부터 고맙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고 말하며 다시 한 번 울먹였다.
일본에 국권을 상실한 뒤 나라잃은 설움과 함께 강제 이주까지 당해야 했던 암울했던 대한민국이 아닌, 전세계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어엿단 중견국이 됐다는 점을 강조하며 고려인 1세대 어르신들을 위로한 셈이다.
김 여사는 "고려인은 나라 없이 와서 노력해 부자도 되고 소비에트 시절 '노력영웅'도 된 훌륭한 분들"이라며 경의를 표했다.
김 여사의 이번 아리랑요양원 방문을 계기로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은 40인승 버스를 요양원에 증정하기로 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