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 김관영 원내대표, 유의동 원내수석부대표, 하태경 의원(우측부터)이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겸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바른미래당의 당내 싱크탱크인 바른미래연구원에서 진행한 4·3 보궐선거 창원성산 여론조사와 관련, 수상한 정황이 포착돼 내부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의혹의 핵심은 총 4회에 걸쳐 진행하겠다고 해 예산이 집행된 내부 여론조사의 적법한 실시 여부다. 당내에선 과다 비용이 청구됐다는 뒷말이 나온데 이어, 심지어 조사 자체를 실시하긴 했느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오신환 사무총장 등 당 사무처는 내부 여론조사와 관련된 비리 의혹의 제보를 토대로 자체적인 조사를 실시 중이다. 내사 결과에 따라 당무감사, 더 나아가 수사 의뢰 상황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복수의 바른미래당 관계자에 따르면 당 사무처는 바른미래연구원이 4·3 보선을 앞두고 여론조사기관인 A사에 의뢰해 진행한 창원성산 여론조사와 관련, 지난 17일부터 내사를 진행 중이다.
앞서 바른미래연구원은 여론조사 실시와 관련 A사에 전화면접을 2회(1회 2200만원) 의뢰하고, B사에는 ARS 조사를 의뢰해 2회(총 250만원) 실시하기로 했다. 이에 총 4회, 4900만원의 예산이 집행됐다.
하지만 당내에선 여론조사에 대한 여러 문제점이 제기됐다. 우선 전화면접 1인당 책정된 샘플(2만2000원)이 통상적인 단가(1만2000원)에 비해 1만원 이상 비싸다는 것이다.
이같은 지적은 당의 재정문제와도 연계됐다. 당 재정이 넉넉하지 않은 상황에서 4·3 보선에 출마한 이재환 후보에게 이미 지원금과 출장금 명목으로 1억8000만원이 지원된 터였다. 이 후보가 당선 가능성이 낮은 가운데, 과도한 지원금과 여론조사에 대해 지적이 일었다.
여론조사에 대한 문제제기는 '전화면접' 조사를 아예 돌리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의혹으로 번졌다. 최근 여론조사는 전화면접을 잘 실시하지 않는 추세인데, 고비용의 전화면접을 두번이나 돌렸다는 것에 대해 당내 의구심이 증폭됐던 것이다.
당내 비판여론이 팽배하자 오신환 사무총장을 필두로 한 실무자들은 지난 11일 1차로 바른미래연구원을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오 사무총장은 바른미래연구원 책임자급 직원 C씨를 만나 여론조사와 관련한 증빙자료를 요구했다.
이에 연구원은 '객관적인 연구를 위해 인사와 조직의 독립성을 갖는다'는 당헌을 들어 자료제출을 거부했다. 여론조사를 진행한 실무자도 자리를 비웠다며 버텼다.
하지만 실무자는 실제론 자리에 있는 것으로 파악됐고, 해당 실무자는 "전화면접 조사를 진행하지 않았다"고 얘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C씨의 '버티기'가 계속되자, 오 사무총장은 "공당의 사무총장이 자료요구도 못하느냐"며 언성이 높이며 압박했다고 한다.
연구원은 결국 자료를 내놨지만, 이 마저도 한 언론사가 A사에 의뢰한 조사와 같은 자료로 밝혀지며 논란은 더욱 커졌다.
당시 해당 언론사가 A사와 4·3 보선 전인 3월25~26일 실시한 창원성산 여론조사는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520명을 대상으로 'ARS 여론조사'를 한 것이다. 연구원이 실시하겠다고 보고했던 전화면접 조사와는 거리가 있던 셈이다.
오 사무총장과 실무진들은 17일 연구원을 다시 방문했다. 당초 이날 당무감사가 시작됐다는 증언이 흘러나왔다. 그러나 실무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조사를 진행한 것은 맞으나, 아직 내사 단계로 추후 당무감사에 착수할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실무 관계자는 또 "당시 연구원에서 자료 제출을 하지 않았고, 여론조사에 대해 여러 말들이 있었던 것은 맞다"며 "일단 관련 자료를 제출 받아 조사를 진행 중에 있고. 사안에 따라 당무감사 등을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의혹에 연구원 측은 "행정상의 실수"라고 해명했다.
C씨는 CBS노컷뉴스 기자와 만나 "전화면접 조사는 3월2~3일과 30~31일에 실시했는데 원래 3번을 해야할 것을 2번을 하는 행정상의 실수가 있었다"면서 "이런 내용 때문에 아예 안 했다는 얘기가 나온 것인데, 사실과는 다르다"고반박했다. 또 자료제출 거부와 관련해선 "연구원이 독립조직이기도 하고, 당시 갑작스럽게 당에서 찾아와서 내주지 않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당 언론사가 A사에 의뢰한 여론조사를 제출해 '허위' 보고를 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일단 당에서 근거 자료를 달라고 하니 여론조사기관에 자료를 요구했고, 이같은 자료가 온 것 같다"며 "실무자 선에서 제대로 확인했어야 했는데 실수했다"고 말했다.
여론조사 비리 의혹은 가뜩이나 혼란스러운 당 상황에 부담을 가중시키는 쪽으로 비화될 수 있다. 당무감사에 착수하고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국민혈세로 보조되는 정당보조금을 부당하게 사용됐다는 거센 비판과 책임론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당내 반대를 무릅쓰고 4·3 보선의 공천을 강행한 뒤 선거 결과 참패한 손학규 대표로서는 여론조사 파문이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패스트트랙 찬반과 맞물려 거취 문제를 압박받는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반론보도> "[단독] 바른미래, 수상한 여론조사… 내사착수" 관련] 반론보도> |
노컷뉴스는 지난 4월 23일자 정치/국회면에 "[단독] 바른미래, 수상한 여론조사… 내사착수"라는 제목으로 바른미래연구원 책임자급 직원 C씨가 연구원의 독립성을 이유로 자료제출 요구를 일시 거부했다는 취지로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책입자급 직원 C씨는 바른미래연구원의 인사와 조직의 독립성에 대해 이해를 구하면서도 자료를 성실하게 제출했고, 여론조사와 관련하여 담당 직원이 충분하게 설명했다고 전해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