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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이 봉하마을서 꿈꾼 미래…'물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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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이 봉하마을서 꿈꾼 미래…'물의 기억'

    [노컷 리뷰] '친환경 생태' 10년 열매 기록
    스크린 수놓는 경이로운 대자연 풍광 눈길
    "물은 생명"…'물'과 '삶' 맞닿은 가치 부각

    고 노무현 전 대통령(사진=노무현재단)

     

    퇴임 뒤 고향인 경남 김해 봉하마을로 내려간 고 노무현(1946~2009) 전 대통령은 다음과 같이 말하면서 오랜 숙원이던 친환경 생태 사업을 시작했다.

    "할아버지가 손녀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선물은 어릴 때 개구리 잡고 가재 잡던 마을을 복원시켜 아이들한테 물려주는 것이다."

    그리고 어느덧 10년이 흘렀다. 고인이 남기고 떠난 과업은 지금 어떻게 됐을까?

    그 답을 찾아가는 여정이 바로 '물의 기억'이다. 이 다큐멘터리 영화에 담긴 생태 연못과 논, 퇴래들녘, 화포천 등지를 통해 엿본 봉하마을 생태계는 친환경을 향한 고인의 꿈이 이뤄지고 있다는 증거다.

    이 영화는 임기를 마치고 봉하마을로 내려온 노 전 대통령이 농사를 짓고, 농부들과 술잔을 기울이고, 손녀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마을을 도는 모습 등으로 시작한다. 이를 통해 그가 꿈꿨던 친환경 미래를 부각시키는데, 이는 이후 펼쳐지는 생태계 풍경으로 한껏 강화된다.

    이 영화는 시작과 끝을 제외하고는 노 전 대통령의 모습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

    다만 경이로운 봉하마을 생태계를 보여주는 중간중간에 아역배우가 연기한, 1950년대 봉하마을을 사는 '소년 노무현'의 일상을 비춤으로써 현재 봉하마을의 자연 환경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는 점을 드러낸다.

    밀짚모자를 쓰고 자전거를 탄 배우를 먼 거리에서 잡은 장면 등을 통해서는 노 전 대통령을 추억하도록 돕기도 한다.

    '물의 기억'이라는 제목대로 이 영화의 주인공은 물이다. 수많은 생명을 품고 키우는 물의 유려한 흐름과 함께 봉하마을의 사계절은 화면을 온통 수놓는다. 배우로도 유명한 김명곤 세종문화회관 이사장의 내레이션을 통해 그 가치는 더욱 뚜렷해진다.

     

    눈이 녹아 물이 되어 땅에 싹을 틔우는 광경, 볍씨가 벼로 성장하는 기나긴 여정, 물과 함께 공존하는 동식물들을 현미경처럼 담아낸 카메라의 움직임은 신비로운 대자연을 웅변한다.

    '물의 기억' 촬영팀은 1년 가까이 봉하마을 주민들과 함께 보내면서 이곳 생태계의 사계절을 담아냈다. 드론·고프로·액션캠·초고속 카메라·ENG 망원렌즈와 같은 최신 장비들이 짚어낸 자연의 순간순간은 경이롭다.

    무엇보다 "어디서든, 어떤 형태로든 물은 흐르고 싶어한다"와 같은 내레이션으로 내내 강조되는 물의 가치는 삶의 가치와도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다음은 이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인상적인 내레이션이다.

    "모든 생명은 멈추지 않습니다. 물은 생명입니다. 물은 멈추지 않습니다. 물은 흐름을 주저하지 않습니다. 그렇듯 모든 생명은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생명은 물이기 때문입니다. 물은 약하고 부드럽지만 강하고 모진 것을 이깁니다. 그리고 스스로의 길을 개척합니다. 흐름 속에서 마주치는 모든 탁함은 대가 없이 씻어줍니다."

    "그래서 물은 모든 것을 기억합니다. 당신은 물입니다"로 마무리되는 이 내레이션은 노 전 대통령, 그리고 우리네가 추구하고픈 삶을 상기시킨다.

    친환경을 상징하는 두꺼비가 봉하마을에 있는 노 전 대통령 추모공간을 뚜벅뚜벅 가로지르는 동안 위 내레이션은 흐른다. 이 와중에 두꺼비를 따라가는 카메라는 노 전 대통령을 그리워하는 시민들의 다양한 바닥 글귀를 자연스레 비춤으로써 고인을 추억하도록 만든다.

    서거 10주기를 맞는 지금, 노 전 대통령이 떠나면서 남긴 삶의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사실을 영화 '물의 기억'은 오롯이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15일 개봉, 100분 상영, 전체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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