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방송화면 캡처)
취임 2주년을 맞아 KBS 특집 대담 '대통령에게 듣는다'에 출연한 문재인 대통령에게 '독재자' 질문을 던진 진행자에 대한 시청자들의 비판이 매섭다.
9일 오후 8시 30분 청와대 상춘제에서는 문 대통령의 특집 대담이 생중계로 진행됐다. 진행자인 송현정 KBS 기자는 이날 가장 화두였던 북한 단거리 미사일 추정 발사체 발사와 관련한 내용을 첫 질문으로 선택했다.
문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대담 전까지 파악한 상황과 앞으로의 대응 방법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문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내용을 비교적 상세히 설명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대담이 순조롭게 이어지는 가운데 송 기자는 문 대통령에게 "'독재자' 질문을 들었을 때 어떠셨냐"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문 대통령은 최근 정치권에서 큰 논란이 있던 패스트트랙을 설명하며 "그 해법을 선택하는 것 가지고 독재라고 하는 것은 맞지 않은 이야기다"라고 답했다.
이후 문 대통령은 당황한 듯 수초간 말을 잇지 못하다가 "민심에서 탄생한 정부가 독재 그것도 그냥 독재가 아니라 색깔론 더해서 좌파독재로 규정짓고 투쟁한다고 하는 것은, 참 뭐라고 말씀드릴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극단의 표현을 쓰긴 했지만 그것도 하나의 정치적 행위라고 본다면 정치적 대립은 늘상 있어 왔던 것"이라면서 "이제는 한 페이지를 넘기고 새로운 대화를 통해서 해법을 찾아나서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송 기자는 이어 "협치 문제를 질문드린다"면서 "얼마 전 (대통령이) 원로들을 만났을때 '선 적폐청산 후 협치' 이런 취지의 말씀을 한것으로 전달이 됐는데 이게 먼저 정리가 돼야지 관계설정이 되느냐"고 물었다.
문 대통령은 그러자 단호한 어조로 "우선은 그렇게 말한 사실이 없다"며 "KBS 보도를 보지는 못했으나, 헤드라인이나 자막을 그런 식으로 뽑은 것이고 또 그 헤드라인을 근거로 비판을 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불편한 심경을 내비쳤다.
송 기자는 또 "국민들이 낮은 점수를 주고 있는 부분"이라면서 "청와대의 인사와 검증이 만족스럽냐"고 질문했다.
문 대통령은 자신의 생각과는 다른 지적에 단호하게 반박했다. 문 대통령은 "인사 실패다 더 심하게는 참사라고 까지 평하는 부분은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임명된 장관들이 업무를 제대로 못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인사실패다. 잘하고 있다면 인사 실패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인사청문회 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은 채 임명된 장관도 좋은 평가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다면 청와대 추천이 문제인가, 인사청문회가 문제인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대담이 끝나자 많은 시청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이들은 특히 송 기자가 무례한 태도를 보였다고 지적을 쏟아냈다. 또 송 기자가 일방적으로 야당 입장을 옹호하는 모습을 내비쳤다고 비난하는 시청자도 있었다.
실제로 송 기자는 답변을 하는 문 대통령의 말을 수차례 자르거나 '독재자' 질문 중 야당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내용을 물어 논란을 키웠다.
시청자들의 불만의 목소리는 SNS에만 머물지 않았다. 이들은 KBS 시청자 게시판이나 항의 전화를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더욱 키웠다.
(사진=KBS 시청자 청원 게시판 화면 캡처)
KBS 시청자 청원게시판에는 진행자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청원이 1만명이 넘는 동의를 얻었다. 또 시청자 게시판에는 2500개가 넘는 불만 글이 쏟아졌고, 대담 진행자를 문의하거나 태도 불만에 대해 걸려온 항의 전화만 해도 260통이 넘었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10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대통령이 국정 운영 전반을 설명하는 그런 대담 자리에서 국민을 대표해 질문을 하는 진행자의 스킬이 다소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송 기자의 진행을 두고 두가지 아쉬운 점을 꼽았다.
그는 "첫번째로 문 대통령의 '말을 끊는 점'이 진행자로서 부족했다"면서 "인터뷰어는 어떤 의도든지 인터뷰이가 답을 하게끔 충분히 놔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이 답을 하는 중간에 진행자가 끼어들면 문 대통령의 답변 앞 부분만 가지고 평가하게 되고, 또 진행자가 그 앞부분을 가지고 또 질문을 하게 되면 시청자들 입장에선 불편하게 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것은 보수와 진보 진영의 문제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최 교수는 문 대통령의 취임 2년과 남은 임기 동안의 국정 전반에 대해 국민들이 궁금했던 점을 큰 그림을 두고 물어봤어야 했는데 그게 잘 안 됐다고도 했다.
최 교수는 "두 번째로 아쉬운 점은 문 대통령의 임기 동안의 성과나 국정 전반의 큰 그림에 대해서 물어봐야 했는데 진행자가 궁금했던 것을 디테일하게 물어봤다"면서 "진행자가 언론을 통해 보도됐던 청와대나 대통령의 비판 사안을 물어보는 것에 시간을 너무 할애하게 되면 본질과 다르게 인터뷰가 흘러간다"고 설명했다.
즉, 문 대통령 취임 2년 차에 대해 성과나 아쉬운 점 등을 물어본다거나 향후 임기 동안 국정 운영 전반에 대한 궁금증이 아닌 논란과 비판 여론에 대한 많은 질문을 던졌다는 얘기다.
최 교수는 "차라리 중간에 나왔던 영상 속에 국민들의 긍정과 부정의 의견이 있던 그런 질문들이 나왔어야 한다"고 부연했다.
'독재자' 발언에 대해서도 최 교수는 아쉬움을 표했다. 최 교수는 "야당에서 독재자니 좌파독재니 하는 말을 쓰는 것에 대해서 비판하는 여론도 많은데 굳이 대통령에게 '독재자'라는 단어를 사용해서 질문한 것이 반드시 필요했나 싶다"면서 "인터뷰 과정이 제대로 준비되지 못했고 미흡했다고 볼 수 있다"고 답했다.
또 야당의 입장을 대변하는 모습을 보인 것 아니냐는 논란에 대해 "대통령이 국민을 대표하고 또 국회에 개입을 하고 그런 것도 아닌데 대통령과 야당의 대결구도를 끌고 가는 것은 사실상 야당이 원하는 구도"라며 "국민의 대표라 할 수있는 대담에서 진행자가 그런 프레임을 끌고 가서 질문하는 것은 문제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