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 오신환 원내대표 (사진=윤창원 기자)
버티는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와 사퇴를 요구하는 오신환 원내대표 등 반대파의 대치가 '강대강'으로 흐르고 있다. 현재 전선은 손 대표와 당권파, 호남계 대 오 원내대표, 유승민-안철수계 등으로 명확한 상태다.
손 대표 측은 사무총장, 정책위의장 등 당직인선과 혁신위원회 구성으로 방어를 준비 중이다. 반면 반대파는 당직임명 반대, 지명직 최고위원 무효, 재신임 투표 등을 주장하며 퇴진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17일 지도부 회의에서 거세게 충돌했던 양측은 주말 내 숨고르기를 한 뒤 월요일인 20일 다시 맞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손 대표 측은 20일 당직인선을 강행하겠다고 예고했다.
◇버티는 孫 당직임명으로 방어…반대파 당직무효‧재신임투표로 맞불손 대표는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사퇴 안한다. 죽음의 길로 들어섰다"며 퇴진 반대 의사를 다시 명확히 했다. 또 당직인선에 대해선 "빨리 처리하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 손 대표가 현재 공석인 사무총장과 정책위의장, 수석대변인을 임명할 것으로 예상됐다. 사무총장은 임재훈 의원, 정책위의장은 채이배 의원, 수석대변인은 최도자 의원이 유력하다. 모두 국민의당계, 손 대표 퇴진 반대 입장이다.
이같은 인선이 완료되면 최고위원회에서 당권파는 손 대표, 지명직 최고위원(주승용‧문병호)과 당연직 최고위원(정책위의장) 등 4명이 된다. 반대파는 바른정당계 최고위원(하태경‧이준석‧권은희), 안철수계 김수민 청년최고위원 등 5명이다. 4대 5 구도지만, 바른정당계가 회의를 한달 넘게 '보이콧' 해왔던 점을 감안하면 출석 숫자만큼은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날 회의에서 바른정당계 최고위원들은 보이콧을 일시 해제하고 회의장에 나타났다. 당직인선을 막고 손 대표 퇴진을 요구하기 위해서다. 회의에서 당권파와 반대파는 거세게 충돌하며 설전을 벌였다.
반대파가 요구한 안건은 세가지로 요약된다. 최고위원 협의를 거치지 않은 지명직 최고위원 임명은 무효라는 점과 대표가 인사권을 행사할 때 최고위원 과반을 통과해야 한다는 점, 손 대표 퇴진을 위한 재신임 투표 등이다.
오 원내대표는 자신을 포함 최고위원 5명이 뜻을 같이 한다고 밝혔다. 그는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일방적인 지명직 최고위원 임명 강행은 민주정당에서 있을 수 없는 행위다. 원천무효 안건으로 다뤄야 한다"며 "(당직자 임명에서) 당 대표 권한을 혼자 행사하려면 역풍이 불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반대파는 재신임 투표의 경우 당헌 제6조 '모든 당원은 다음 각 호의 사항에 대하여 투표할 권리를 갖는다'에 근거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6조4항에 따르면 '당무위원회가 의결해 회부한 안건'을 상정할 수 있게 돼 있다. 현재 당무위원회가 구성되지 않았기에 최고위에서 '손 대표 재신임'을 의결해 안건으로 상정하면 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손 대표는 "지명직 최고위원을 철회할 이유가 없다"며 "정책위의장과 사무총장 임명에 대해선 의결사항이 아니고 대표의 임명권이 있는 것이니 빨리 처리하도록 하겠다"라고 일축했다. 재신임 투표에 대해서도 "당헌에 없다"고 반대의사를 밝혔다.
결국 이날 회의에서 안건은 아무것도 상정되지 못했다. 손 대표 측은 20일 최고위에서 당직인선을 강행할 방침으로 파악됐다. 다시 한번 당권파와 반대파 간 충돌이 불가피한 셈이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와 오신환 원내대표가 16일 오후 국회에서 환담을 갖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윤창원기자
바른정당계 최고위원들은 손 대표와 주말 만찬 회동을 갖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하려 했으나, 손 대표 측에서 일정이 공개되면서 회동은 취소됐다.
바른정당계 한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손 대표가 임명을 강행한다면 우리는 더 큰 대응방안을 준비할 수밖에 없다"며 "재신임 투표 상정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라고 경고했다.
◇孫 혁신위원장 김한길? vs 안철수-유승민계 '비대위'손 대표의 또다른 맞불 카드는 '혁신위'다. 사퇴 대신 당 전반을 혁신해보자는 방침이다. 혁신위원장에는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전신)에서 안철수 전 대표와 공동대표를 했던 김한길 전 의원이 거론되고 있다.
김 전 의원이 혁신위원장이 된다면 안철수계와는 더욱 담을 쌓을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의원은 국민의당(바른미래당 전신)에 합류해 안 전 대표와 함께 했으나, 2016년 4월 20대 총선을 앞두고 '야권연대'에 이견차를 보이며 충돌했다. 이후 2017년 폐암 진단을 받아 정치권을 잠시 떠나있었다.
바른미래당 한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김 전 대표가 건강을 많이 회복한 상태"라며 "혁신위원장은 아이디어 차원에서 얘기가 나왔겠지만, 아무 결정이 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반대파인 유승민‧안철수계의 경우 현 지도부 퇴진, 비대위 체제 전환 후 오는 9월까지 안철수-유승민 공동대표 추대를 구상하고 있다. 이를 위해 현재 독일에 체류하는 안 전 대표가 9월 전에 귀국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혁신위 대 비대위 전선은 오 원내대표가 이달 개최하기로 한 의원 워크숍에서 거세게 부딪힐 것으로 관측된다.
◇"수구보수, 계파 패권주의" vs "누가 수구보수냐, 박지원 발언 확인해야"양측의 충돌은 노선에 대한 계파 싸움과도 연계돼 있다.
손 대표는 지난 16일 기자간담회에서 "손학규가 계파 패권주의에 굴복해 퇴진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퇴 요구로 연합군을 형성하고, 오 원내대표 선출까지 성공한 안철수·유승민계를 '계파 패권주의'라고 겨냥한 것이다.
또 "총선이 다가오면서 양당체제로 복원하려는 움직임이 꿈틀대고 있다"며 "중도개혁 정당인 바른미래당이 수구 보수 세력의 손에 허망하게 넘어가지 않도록 정치적 명운을 걸겠다"고도 했다. 당권을 잡은 바른정당계가 수구 보수 세력인 자유한국당과의 통합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발언으로도 해석된다.
이에 바른정당계는 즉각 반발했다. 바른정당계의 권은희 최고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의원들이 화합·자강을 결의한 지 며칠 지나지도 않았는데 수구보수라는 말로 찬물을 끼얹는 발언을 왜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대파는 오히려 '손 대표가 평화당과 손잡고 유승민 의원을 축출하려 했다'고 한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의 발언을 두고 반격하는 모습이다.
오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대표가 민평당 의원과 쑥덕 거리고, 그 속에서 유 대표를 떨거지와 함께 축출해야 한다는 발언을 했다면 당의 징계를 받아야 할 상황"이라며 "발언 진위를 조사하는 위원회를 꾸려서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