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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서 자전거 타다 승용차와 '쾅'…초등생 법정 설 처지 왜?

청주

    아파트서 자전거 타다 승용차와 '쾅'…초등생 법정 설 처지 왜?

    12살 초등생 과실 인정 '가해자'...합의 못 해 치상 혐의 적용
    "우리가 피해자, 과실 없어" VS "상해 2주, 무과실 주장 말도 안돼"
    경찰 조율 번번이 무산...형사미성년자 감안 소년부 송치
    가해 초등생 청소년상담센터 조사, 재판 앞둬

    명훈이에게 발송된 법원의 통지서. (사진=명훈이 가족 제공)

     

    아파트 단지에서 자전거를 타다 승용차를 들이받은 초등학생이 법정까지 서는 가혹한 상황에 처했다.

    충북 청주의 한 아파트 단지 내에서 자전거를 타던 명훈(12, 가명)이가 이동하던 승용차와 부딪힌 것은 지난달 11일이다.

    문제는 사고 이후 서로의 과실을 따지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애초부터 무과실을 주장했던 승용차 운전자와 동승자 2명은 각각 상해 2주의 진단서까지 경찰에 제출했다.

    반면 명훈이의 가족은 2주 상해는 지나친 데다 자전거 통행이 빈번한 아파트단지 내 사고인 만큼 운전자도 일정부분 책임이 있다며 맞섰다.

    명훈이의 아버지는 "명훈이가 저지른 잘못이 크다고는 하지만 차가 서행이더라도 움직이고 있던 건 사실"이라며 "보험사 직원은 물론 주변에서 그 누구도 100% 과실이 나올 수 없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운전자 측은 "경찰 조사 단계에서 자전거 운전자의 과실과 가해 책임을 모두 인정한 상황"이라며 "피해는 둘째 치고 전화 한통 없이 경찰 처분대로 하자는 식으로 나온 상대의 태도가 더 큰 문제"라고 반박했다.

    명훈이가 자전거를 타다가 승용차와 부딪힌 청주의 한 아파트 단지 내. (사진=명훈이 가족 제공)

     

    끝내 양측의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경찰은 과실이 큰 명훈이를 가해자로 판단해 사건을 종결할 수밖에 없었다.

    경찰 관계자는 "지금까지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며 "상대가 초등학생이고 서로 이웃이다 보니 나름대로 입장 조율을 해보려 했지만 워낙 양측의 입장이 팽팽해 어쩔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후 경찰은 명훈이에게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상 혐의를 적용했고, 형사미성년자임을 감안해 소년부로 사건을 넘겼다.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없는 명훈이는 이렇게 3명에게 상해를 입힌 혐의로 청소년상담센터 조사와 함께 소년부 재판까지 받게 됐다.

    아파트단지에서 자전거를 타다 실수로 사고를 낸 5학년 초등학생에게 너무나도 무겁고 가혹한 짐이 된 셈이다.

    명훈이의 어이없는 처지가 '이웃사촌'이라는 옛말을 더욱 부끄럽게 하고 있는 우리사회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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