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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자존심 구기는 청룡봉사상 없애야" 경찰간부 공개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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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독] "자존심 구기는 청룡봉사상 없애야" 경찰간부 공개반발

    현직 지방 경찰 간부, 내부망에 "자존심 구겨졌다" 작심 비판
    사흘 만에 조회수 1만·댓글 수십개 달려…대부분 폐지 목소리
    고위급부터 일선서 근무 경찰까지 "이제라도 폐지하자"
    "'올해의 스승상' 즉각 대처 나선 교육부와 상반된 반응" 지적도

    현직 경찰 간부가 조선일보와 경찰청이 공동 주관하는 청룡봉사상을 폐지하라고 민갑룡 경찰청장에게 내부 통신망을 통해 공개 건의했다. CBS노컷뉴스 연속 보도로 공정성 논란을 빚은 청룡봉사상에 대한 경찰 내부의 폐지 목소리가 커지는 모양새다.

    ◇"장자연 사건 조선일보와 거래하는 느낌…상 없애야" 경찰 내부망에 글

    (사진=청룡봉사상 홈페이지 캡처)

     

    29일 경찰 등에 따르면 경북 포항경찰서 소속 A 경감은 지난 26일 '청룡봉사상이 우리의 자존심을 구깁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경찰 내부 통신망(폴넷)에 올렸다.

    A 경감은 이 글에서 "'조선일보가 경찰 사기 진작을 위해 상을 주면서 경찰 군기를 잡는것에 사용했다 하니 화가 난다"며 "장자연 사건 수사 경찰이 청룡봉사상을 받아 특진했다고 하니 뭔가 거래한 느낌마저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참에 조선일보의 청룡봉사상 수상을 지휘부가 과감하게 단절하길 바랐지만 (민갑룡) 청장은 더 지켜본다고 밝혔다"며 "민간단체로부터 (받는) 상을 과감하게 끊는 것이 우리 조직의 자존심을 지키는 길이다. 청룡봉사상을 없애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A 경감의 글은 28일 오후까지 사흘 만에 80여개의 댓글이 달리는 등 동료 경찰들의 많은 공감을 받았다. 조회 수도 1만이 넘었는데, 3점 만점의 공감 점수도 2.6점대로 높은 공감도를 기록했다. 게시글에 달린 동료 경찰들의 댓글 대부분은 '폐지가 마땅하다'는 내용이었다.

    청룡봉사상에 대한 경찰 내 폐지 목소리는 경찰 수뇌부에서부터 수사 일선 밑바닥까지 광범위하게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한 경찰 최고위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측에 "논리나 실익 어느 것을 따져봐도 폐지하는 게 맞다"고 일갈했다.

    A경감의 글을 봤다는 한 서울 일선서 팀장급 간부도 "조직원 사기나 자존심이 많이 상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상을 유지하려는 지휘부 결정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서 "특진을 유지하고 싶으면 새로운 상을 만들면 되는 것"이라고 했다.

    서울의 한 지구대 팀장은 "특정 언론이 공무원 인사에 개입하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며 "언론 신뢰도 이전보다 많이 떨어졌다고 본다.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 '올해의 스승상' 논란에 '장관 현안보고·개선 검토'

    (사진=연합뉴스)

     

    청룡봉사상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민간 언론사가 특진을 통해 경찰 인사에 개입한다는 점이다.

    경찰 내부에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임에도 불구하고 민갑룡 청장은 지난 20일 "오래된 상"이라는 이유로 조선일보가 심사해 1계급 특진하는 방식에 대해 유지 입장을 밝혔다.

    경찰청의 이런 소극적인 태도는 교육부와 대조를 이룬다. 교육부는 최근 조선일보와 지난 2000년대 초반부터 함께 운영하는 '올해의 스승상'에 대해 개선작업에 착수했다.

    이 상은 상금 1000만원과 함께 청룡봉사상처럼 특진 혜택은 아니지만 승진에 영향을 주는 가산점이 부여됐다. 청룡봉사상 이슈를 계기로 실천교육교사모임 등 교사 단체에서 이 상에 대한'공동 주관 중단'을 요구하자 곧바로 조치를 취한 것이다.

    정치권과 시민사회 등 각계에서 청룡봉사상의 심사와 특진 제도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는데도 '강행' 방침을 고수하는 경찰청과 상반되는 반응이다.

    최근 경찰청에서도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숙고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여론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며 "검경 수사권 조정 국면에서 경찰에 대한 신뢰 회복이 중요한 만큼 청룡봉사상에 대한 각계 지적도 겸허히 고려하고 대책 마련을 간구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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