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트롯'에 출연한 트로트 가수 홍자와 송가인.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미스트롯'이 키워낸 대표 트로트 가수들의 운명이 엇갈렸다. 결과는 달랐지만 시작점은 같았다. 프로그램을 하면서 겪은 지역감정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
울산광역시 출신인 홍자는 지난 7일 전라도 영광 법성포 단오제 무대에 올랐다.
이 자리에서 홍자는 "전라도에 행사는 처음 와 본다. (송)가인이가 경상도에 가서 울었는데 그 마음을 알 것 같다"며 "무대 올라오기 전에 전라도 사람들은 실제로 뵈면 뿔도 나있고, 이빨도 있고, 손톱 대신에 발톱이 있고 그런 줄 알았는데 여러분들이 열화와 같은 성원을 보내주셔서 너무 힘나고 감사하다"고 분위기를 띄우는 어조로 이야기했다.
이어 "전라도 자주 와도 되나. 저희 외가댁은 전부 다 전라도다. 낳아준 분, 길러준 분 다 어머니이듯이 전라도도 경상도도 저에게는 다 같은 고향"이라고 덧붙였다.
이중 전라도 사람들을 '뿔도 나있고, 이빨도 있고, 손톱 대신에 발톱이 있고'라고 묘사한 부분이 거센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파장이 커지자 홍자는 "변명의 여지 없이 자신의 실수"라며 사과했다.
홍자의 말처럼 지난 4월 송가인은 '미스트롯' 마지막 경연을 남겨 두고 경상도 사천와룡문화제 무대에 올라 눈물을 흘렸다. 방송 내내 지역감정을 담은 댓글을 많이 받았던 마음 고생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송가인은 "노래를 부르다가 울컥했다. 경상도 분들도 사랑을 해주고 계시다는 것에 너무 감사하다. 내 고향이 전라도이고, (방송에서) '전라도에서 탑 찍어불고'라고 했던 부분에 지역감정을 많이 표현하시더라. 그게 너무 속상해서 경상도에 행사 오기가 무섭기도 했는데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셔서 가슴이 너무 감동받았다"라고 솔직한 심경을 털어놨다.
내용과 그 파장은 정반대였지만 두 사람 이야기의 본질은 사실 크게 다르지 않다. 호남 출신인 송가인과 영남 출신인 홍자는 방송 내내 지역 대표성을 띠고 팽팽한 대결 구도를 형성하면서 지역감정 기반의 비난 여론을 감수해야 했다. 그런 경험에서 나온 우려와 감격이 이런 발언들의 이유가 된 셈이다.
김성윤 문화사회연구소 연구원은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들에는 일정 사회적인 모순이 반영된다. 미국은 인종적으로 그런 부분이 있고, 한국의 경우 세대와 성별에 따라 지지층이 달라지는 구도가 있다"고 설명했다.
'미스트롯'에 대해서는 "트로트 특성 상 지역적인 색채나 이런 것들이 더 두드러질만한 상황이었고, 여성 가수를 뽑는 프로그램이라 젠더 모순보다는 지역 모순이 더 잘 반영될만한 구조였다"고 분석했다.
두 가수가 지역 기반을 넘어 음악적 교류를 시도하는 것에 지역감정을 봉합하는 효과가 아예 없지는 않다. 그러나 경쟁이 기본인 '미스트롯' 특성 상 뿌리깊은 영호남 지역감정을 기반으로 팬덤이 형성됐다는 한계도 존재한다.
김 연구원은 "송가인, 홍자를 비롯해 출연자들은 지역구도로 나뉘어 팬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시그널'을 받았을 것이다. 감각적으로 알고 있었기에 모두 무대 위에서 이와 관련된 발언을 한 것"이라며 "다만 홍자의 경우 이런 부분을 충분히 해석하고, 자기 언어로 소화하는 게 미숙했던 것 같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