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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 살려주세요"…비리로 쑥대밭 된 완산학원



전북

    "우리 학교 살려주세요"…비리로 쑥대밭 된 완산학원

    완산학원 일가 53억 원 교육비 횡령
    교장·교감 공석에 면학 분위기 악화
    학생·학부모·교사 학교 정상화 나서
    조속한 책임자 사퇴 이사 선임 요구

    전북 전주 완산중학교 교정. (사진=완산중 제공)

     

    전북 전주의 완산중학교와 완산여자고등학교는 전교생 901명의 꿈이 자라는 곳이다. 이들은 학교법인 완산학원의 '교육 이념'을 배우며 뛰논다.

    1961년과 1974년 문을 연 완산중과 완산여고는 지금 최악의 면학 분위기에 놓여 있다.

    53억 원에 달하는 교육비 횡령으로 법인 관계자가 줄줄이 구속돼 재판에 넘겨지면서 완산학원은 쑥대밭이 됐다.

    완산중 2학년 A군은 급식이 불만이었다. "학교 급식에서 오징어가 많이 나왔어요. 전체적인 질이 낮으니까 점심은 안 먹고 매점에서 간식으로 허기를 채웠어요."

    급식이 형편없었던 이유는 설립자 일가가 급식용 식자재에도 손을 댔기 때문이다.

    4월 9일 전주지검이 압수수색 중인 전북 전주 완산여고. (사진=남승현 기자)

     

    법인 일가의 범죄로 검찰 압수수색까지 목격한 학생들은 교육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완산중 2학년 B군은 "학교 비리 사태 이후로 학생들이 교사를 교사로 안 보는 것 같다"고 했다.

    학부모도 비슷한 생각이다. 학부모 조은정 씨는 "어른들의 잘못으로 인해 아이들이 피해를 입는 것 같다"고 말했다.

    완산중과 완산여고 교사들은 지난 25일 전교생을 불러모아 고개를 숙이고 사과했다. "침묵으로 일관해 미안하다"며 무릎을 꿇은 교사도 있었다.

    하지만 학생과 학부모들은 "정작 잘못한 교사들은 사과하지 않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25일 전주 완산중학교 교사들이 전교생 앞에서 고개를 숙여 공개 사과하고 있다. (사진=남승현 기자)

     

    보다 못한 학생과 학부모, 교사가 들고 일어났다.

    이들은 26일 전북교육청에서 '완산학원 정상화 대책위원회'를 꾸리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완산중 3학년 김예진양은 "현재 우리 학교 학생은 안정되지 못한 분위기 속에서 방황하고 슬퍼하고 아파하고 있다"며 "또 학교가 폐교된다는 일부 언론 보도로 인해 2차 피해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김양은 또 "죄 없고 무고한 교사가 아닌, 설립자와 일가의 사과를 요구한다"고 했다.

    학부모인 유광원 대책위 공동대표는 "교육비 예산으로 사리사욕을 챙긴 설립자와 친인척은 당장 사퇴해야 한다"며 "관리 감독 기관인 전북교육청은 진정성 있는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유 공동대표는 "전북지역 국회의원들도 잘못된 사립학교법을 개정해야 한다"고도 했다.

    26일 완산학원 학생, 학부모, 교사로 구성된 '완산학원 정상화 대책위원회' 출범 기자회견. (사진=남승현 기자)

     

    특히 대책위는 전북교육청에 임원 전원의 승인 취소와 임시 이사 파견을 요구했다. 완산중 교장과 교감은 공석인 상태다.

    대책위는 법인 이사장과 면담을 요청했으며, 성실한 답변이 나오지 않으면 물리적 행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전북교육청도 완산학원에 대한 정상화 작업에 착수했다.

    전북교육청 관계자는 "완산학원 임원 모두 승인을 취소할 계획"이라면서 "교육부 사학분쟁조정위원회에 임시이사 선임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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