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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기방도령', 후반에는 힘 못 쓰는 설정과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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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뷰] '기방도령', 후반에는 힘 못 쓰는 설정과 코미디

    오는 10일 개봉하는 영화 '기방도령' (사진=브레인샤워 제공)

     

    좀 뜬금없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기생이 사극 단골손님으로 등장한다고는 하지만, 기방에서 태어난 주인공이 남자 기생이 된다는 이야기라니. 갑자기 남자 기생?

    '기방도령'(감독 남대중)에 대한 첫인상은 이랬다. 세세한 정보를 미리 알고 가지 않고 본 영화는, 예상과 달랐다. 기방에서 자란 도련님이라는 특정 인물에게만 집중하지는 않았다.

    영화 초반부에는 기방 내 기생들의 초상화를 그려주겠다며 수작을 부리고, 공부에는 취미를 두지 않고 한량처럼 지내 골칫덩이 취급받는 허색(이준호 분)을 보여주는 데 집중한다.

    중심 내용은 그 다음이다. 어느 날, 허색은 갓 쓰고 도포 입고 기방에 온 손님이 여성이라는 걸 알아챈다. 나고 자란 기방 '연풍각' 형편이 나빠지자, 허색은 여자 손님을 접대하는 남자 기생이 되는 것으로 탈출구를 모색한다.

    남자 기생을 보러 기방에 드나드는 여자 손님은 누굴까? 먼저 남편을 떠나보냈거나 남편이 여러 살림을 차리느라 방치된 아내들이었다.

    정절을 지키는 것을 최고의 가치고, 열녀문 세우는 것이 가장 영광스러운 일이라는 '주입식 교육'을 받으며 하루하루를 보낸 이들. 그들은 누군가 이야기 들어줄, 적적한 마음을 달래줄 사람이 필요했다.

    허색은 시, 서, 화, 노래, 춤, 악기 연주 등 다양한 재주에 능해 '예인'의 면모를 갖춘 데다, 여인들이 느끼는 빈틈을 채워주면서 장안의 화제가 됐다.

    코미디를 표방한 '기방도령'은 중반 이후부터 급격히 분위기가 가라앉는 영화다. 여기서 충돌이 일어난다. 남자 기생과 여성의 욕망 표현이라는 신선한 설정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초반에는 우연히 숲 속에서 만난 정체불명의 사나이 육갑(최귀화 분), 해원의 시종 알순(고나희 분)과 코미디를 강조하며 '웃음 유발'에 힘썼다면, 후반에는 허색과 해원(정소민 분)의 비극적 사랑에 초점이 맞춰진다. 코믹 블록버스터를 자임한 영화의 방향 전환은 다소 갑작스럽게 느껴진다.

    '기방도령' 타이틀롤을 맡은 배우 이준호 (사진=브레인샤워 제공)

     

    조선 시대의 열녀 문화를 비판하는 내용도 후반부에 허겁지겁 나타나는 모양새다. 기방의 막내 기생 숙정(신은수 분)이 소원하던 결혼을 하고도 사실상 남편에게 버림받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벌어지자, 허색은 여성에게만 강요된 정절 문화, 이를 상징하는 열녀문을 활활 불태운다.

    타이틀롤을 맡은 이준호는 넉살꾼부터 사랑 앞에 한없이 약해지고 진지해지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소화했다. 남자 기생으로 활약하는 장면에선 '아이돌 준호'의 진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대놓고 '웃음 담당'인 최귀화는 '기방도령'에서 본격 코미디 연기를 보여준다. 티격태격하면서 가까워지는 허색과의 우정, 기방 주인 난설(예지원 분)과의 뜻밖의 로맨스를 잘 표현했다.

    '기방도령'을 통해 사극에 처음으로 도전한 정소민과 공명도 배역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예지원은 코믹과 진지함을 오가며 중심을 잡고, 알순 역 고나희의 코믹 연기도 눈에 띈다. 해원의 오빠 동주를 연기한 김동영도 놓치지 않길.

    사극이지만 고어를 그대로 재현했다기보다, 현대어를 유연하게 활용했다. '코믹 블록버스터'를 지향했기에 가능한 선택으로 읽힌다. 원더걸스의 '텔미'를 '태을미'(太乙美)라는 시로 읊는 장면은 보는 사람에 따라 재치 혹은 오버로 보일 수도.

    10일 개봉, 상영시간 110분 22초, 15세 이상 관람가, 코미디/사극.

    왼쪽부터 허색 역 이준호, 알순 역 고나희, 육갑 역 최귀화, 해원 역 정소민 (사진=브레인샤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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