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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준 병역 논란 17년, 국민 배신감은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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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승준 병역 논란 17년, 국민 배신감은 여전

    1997년 데뷔 후 가요 순위 1위 석권하며 당대 최고 인기 구사
    평소 '군 입대' 의지 밝혀…2001년 공익근무요원 최종 판정
    2002년 돌연 미국 시민권 취득·대한민국 국적 포기하며 병역 면제
    바른생활 이미지에서 병역 기피의 아이콘으로 전락
    입국 위해 두 차례 소송에서 두 번의 패소
    대법원 판결 통해 '귀국길' 열렸으나 싸늘한 '여론길'은 여전

    지난 1997년 정규 앨범 ‘웨스트 사이드(West Side)’ 타이틀곡 ‘가위’ 무대를 선보이고 있는 가수 유승준 (사진=MBC 유튜브 화면 캡처)

     


    1997년 깜짝 스타로 등장한 가수 유승준이 병역 기피 이후 1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논란의 대명사가 되었다. 당시 유승준이 갖고 있던 바른 생활 이미지에 대중에 친숙한 연예인이라는 점이 더해져 국민들이 느끼는 배신감이 더욱더 컸다. 최근 유승준에 대한 비자발급 거부가 위법이란 취지의 대법원 판단이 나오자 그에게 '귀국길'이 열린 게 아니냐며 국민의 분노가 더 거세졌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지난 11일 가수 겸 배우 유승준이 주 L.A. 한국총영사관을 상대로 낸 사증(비자)발급 거부 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유승준 측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유승준이) 공개적으로 병역 의무를 이행하겠다는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는 점에서 충분히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수 있다"면서도 "입국금지결정이나 사증발급 거부처분이 적법한지는 실정법과 법의 일반원칙에 따라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라며 판결 이유를 밝혔다.

    ‘찾길 바래’ 무대를 선보이고 있는 가수 유승준 (사진=MBC 유튜브 화면 캡처)

     


    ◇ '바른 생활 사나이'에서 '병역 기피' 아이콘으로

    유승준은 지난 1997년 정규 앨범 '웨스트 사이드(West Side)'로 데뷔하자마자 국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타이틀곡 '가위'로 그해 8월에 가요 순위 1위를 석권했으며, 2001년까지 '나나나', '열정', '비전', '찾길 바래' 등의 곡으로 활동하며 당대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다.

    유승준은 평소 바른 생활 이미지를 대중에게 각인시켰으며, 미국 영주권자였던 그는 종종 방송을 통해 군 입대 의사를 밝혔다.

    유승준은 지난 2001년 8월 7일 대구경북지방병무청에서 징병검사를 받고 이후 국군수도병원의 정밀검사 결과 8월 31일에 공익근무요원 최종 판정을 받았다. 그해 유승준은 입대 전 일본 고별 콘서트와 미국에 있는 가족에게 인사를 하고 오겠다며 귀국보증제도를 이용해 미국으로 출국했다. 그리고 2002년 1월 유승준은 미국 시민권 취득 절차를 밟은 뒤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하며 병역을 면제받았다.

    당시 유승준은 "입대하면 서른이 되고, 댄스가수로서 생명 끝난다"라며 "미국에 있는 가족과 오랜 고민 끝에 군대를 가지 않기로 결정했다"라고 말했다. 이와 동시에 유승준은 병역기피의 아이콘, 배신자 낙인이 찍히며 대한민국에 발 들이지 못하게 됐다.

    당시 병무청은 출입국관리법 제11조(입국의 금지 등) 제1항 제3호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에 해당하는 외국인에 대하여는 입국을 금지할 수 있다는 조항에 의거해 입국 금지 조치를 내렸다. 법무부 또한 이에 해당한다고 인정, 지난 2002년 2월 2일에 인천공항에서 유승준이 입국 금지를 당하기도 했다.

    가수 겸 배우 유승준. (사진=연합뉴스)

     


    ◇ 유승준, 두 차례 재판과 두 차례 패소

    병역 기피 논란과 입국 금지 조치 이후 유승준은 중국 등 해외에서 활동을 재개했다. 그러던 유승준은 지난 2015년 9월 주 LA총영사관에 재외동포 비자(F-4)를 신청했으나 발급이 거부됐다. 이에 유승준은 주 LA총영사관을 상대로 그해 10월 서울행정법원에 비자발급 거부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모두 유승준에 대한 비자 신청 거부는 출입국관리법 시행규칙에 따른 적법한 조치라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유승준이 다시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함으로써 병역의 의무를 이행하는 등의 사정이 발생할 경우, 병무청장의 요청 등에 의해 입국금지조치가 해제될 수 있었다"라며 "입국금지조치가 필요성의 원칙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라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 역시 "유승준은 이 사건 입국금지조치 당시나 그 이후 이 사건 입국금지조치에 관해 어떠한 형태로의 법적 쟁송도 제기하지 않다가 재외동포법상 병역기피 목적으로 국적을 이탈한 외국국적동포에게도 체류자격이 부여될 수 있는 연령(38세)에 이른 후에야 비로소 사증발급을 신청하고 이를 거부당하자 이 사건 소를 제기했다"라며 유승준에 대한 비자 신청 거부는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판결 당일인 지난 11일 청와대 국민청원홈페이지에는 ‘스티븐유(유승준) 입국금지 다시 해주세요. 국민 대다수의 형평성에 맞지 않고 자괴감이 듭니다’라는 제목의 국민 청원. (사진=청와대 국민청원홈페이지 화면캡처)

     


    ◇ 대법원은 '귀국길' 열어줬지만 싸늘한 '여론길'은 여전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 11일 유승준 측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파기환송했다.

    유승준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이 나오자 바로 반대 여론이 거세게 쏟아졌다. 판결 당일 청와대 국민청원홈페이지에는 '스티븐유(유승준) 입국금지 다시 해주세요. 국민 대다수의 형평성에 맞지 않고 자괴감이 듭니다'라는 제목의 국민 청원이 올라왔고, 14일 오전 10시 현재 16만명이 넘게 청원에 동의했다.

    유승준에 대한 국민감정은 여전히 '배신감'과 '자괴감'이다. 법적으로는 유승준에게 귀국길이 열렸는지 몰라도, 국민 여론은 여전히 그의 귀국을 반대하는 쪽이 우세하다. 더군다나 유승준이 신청한 비자가 재외동포 비자(F-4)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이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F-4 비자로 국내 경제활동이 가능한 만큼, 한국 땅을 밟고 싶다는 유승준의 말과 달리 '경제 활동'까지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의혹 때문이다.

    유승준은 지난 2015년 5월 19일 홍콩 모처에서 진행된 신현원프로덕션의 신현원 대표와의 인터뷰에서 "병역 문제와 관련해 물의를 일으키고 허탈하게 해드린 점을 먼저 국민여러분들께 사죄한다"라며 90도 허리를 숙여 인사한 뒤 무릎을 꿇었다.

    당시 유승준은 "아들이 학교에 갔다와서 '아빠는 유명한데 왜 한국을 못 가냐'고 묻더라. 이후 아들이 한국 얘기만 나오면 울었다. 마음이 너무 아팠다"라며 '2002년으로 돌아간다면 군대를 갈 것이냐'는 질문에 "당연히 갑니다. 이렇게 큰 물의를 일으키게 될 줄 몰랐다. 그 시간으로 돌이킬 수 있다면 두 번 생각 안 하고 갈 것이다"라고 답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법적으로는 유승준에게 어떠한 면죄부가 생겼을지 몰라도, 17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에 대한 여론은 식기는커녕 여전히 국민을 기만했다는 여론이 가득하다.

    지난 5일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전국 19세 이상 성인 남녀 501명을 대상으로 유승준의 입국을 허용하는 문제에 대해 조사(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4.4%p포인트)한 결과 '대표적인 병역 기피 사례이니 입국을 허가하면 안 된다'는 응답이 68.8%로 집계됐다.

    대법원 판결 당일 손석희 앵커는 '뉴스룸' 앵커브리핑을 통해 유승준에 대해 여전히 거센 비난 여론을 두고 "그 17년이라는 시간은 대중과의 약속을 어긴 그 스스로가 불러들인 재앙"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 17년의 세월이 흐른 그에 대한 동정 여론도 존재한다. 그러나 여전히 그에 대한 '여론길'은 싸늘하기만 하다. 법의 판단은 그를 2002년으로 되돌렸지만, 유승준 스스로가 불러들인 국민적 불신은 과연 2002년 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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