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사상경찰서.(자료사진)
자국인을 상대로 억대의 낙찰계 사기를 친 혐의를 받는 베트남 결혼이주여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계주를 잡았다는 소식에 피해를 주장하는 베트남인들이 한꺼번에 경찰서로 몰려드는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지난 18일 오전 10시쯤 부산 사상경찰서 민원실.
베트남인 10여 명이 모여 앉아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뒤늦게 도착한 베트남인들은 평소 친분이 있던 다른 베트남인에게 다급히 상황을 물었다.
이들이 오전부터 경찰서에 모여든 건 곗돈을 들고 잠적했던 베트남인 결혼이주여성 A(29)씨가 하루 전 검거됐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
경찰과 고소인 등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2월부터 지난 4월까지 베트남식 낙찰계 5~6개를 운영하면서 수천만원의 곗돈을 가로챘다.
베트남식 낙찰계는 매달 낼 곗돈의 상한(30~50만원)을 정해놓고 최저 수령액을 적어내는 계원에게 곗돈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마지막에 곗돈을 받는 사람이 가장 큰 금액을 받을 수 있다.
A씨는 모은 곗돈과 계원·베트남인 지인으로부터 생활비 등의 명목으로 1인당 수백만원씩 빌린 돈을 들고 지난 4월 돌연 잠적했다.
A씨에게 돈을 맡긴 베트남인 11명은 앞서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고, A씨 검거 소식에 달려온 13명이 추가로 고소장을 냈다.
현재까지 경찰에 접수된 피해액만 1억여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고소장을 접수하러 온 베트남 이주여성 B(29)씨는 "A씨가 자신의 어머니가 아프다며 치료비가 필요하다고 해 500만원을 빌려줬고, 앞서 맡긴 곗돈 200만원까지 합하면 모두 700만원을 떼였다"고 하소연했다.
경찰 관계자는 "고소장을 제출한 피해자들은 '베트남 근로자 평균 월 임금이 한국 돈으로 30만원대고, 박항서 감독 연봉이 2억원이니 베트남에서 1억이면 엄청나게 큰돈'이라며 분통을 터트렸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09년 입국해 부산의 한 시장에서 베트남인을 상대로 작은 옷가게를 운영해 왔다.
자연스럽게 일대에 거주하는 베트남인들과 친분을 쌓은 A씨는 사람을 끌어모아 계를 만들었다.
베트남인끼리 계를 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A씨와 평소 친분이 없던 이주민들도 계에 참여했다가 피해를 입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아직 고소장을 제출하지 않은 베트남인이 더 있어 피해 규모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A씨가 처음부터 계를 운영할 목적이 없었다고 보고 사기 혐의를 적용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벌인 뒤 형사처벌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