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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품‧소재 국산화 20년…일부 성과에도 對日의존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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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품‧소재 국산화 20년…일부 성과에도 對日의존 여전

    일부 부품‧소재 국산화 불구 주력 수출품목 핵심소재 여전히 일본産
    "'국산화' 표현 매몰‧단기성과 쫓은 결과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소재부품 국산화"
    "정책後지원 대신 先경청後정책 수립…독일‧일본처럼 세계1등 기술 개발에 집중해야"

    (이미지=연합뉴스)

     

    지난 20년간 정부의 소재부품 사업육성 정책으로 부품‧소재산업 전체는 성장했지만 대일 부품소재 교역 적자 문제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범용기술이 적용된 부품‧소재의 국산화는 성공했지만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품목을 만들기 위한 핵심소재를 일본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서다.

    이번에 일본이 무역전쟁의 칼로 삼은 기초 소재들은 단기간에 기술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만큼, 정부가 성급히 대책을 내놓기보다 산업계의 목소리를 충분히 듣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계획을 마련하고 예산 등 정책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은 일본과의 소재‧부품 교역에서 151억 달러(우리 돈 약 17조7천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한국은 일본에 137억 달러치 소재부품을 수출했지만, 2배 넘는 소재부품(288억 달러)를 일본으로부터 수입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대일(對日) 소재‧부품 적자가 지난해만의 일은 아니라는 점이다.

    관세청의 수출입통계에 따르면 한일 국교 정상화(1965년) 이후 54년간 한국은 한 번도 대일 무역수지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 중심에는 소재‧부품이 있다는 것이 산업계와 학계의 공통된 분석이었고, 정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99년부터 관련 정책을 추진 중이다. 19991년 자동차와 전자, 기계 등 3개 업종을 중심으로 '부품‧산업발전전략'을 내놓았고, 2001년에는 '부품·소재전문기업 등의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제정해 10년 간 1조 4천억 원을 기술개발에 지원했다. 2010년에는 '10대 소재 국산화 프로젝트'를 통해 매년 1조원씩 10년간 10조원을 지원하는 계획을 세웠다.

     

    이런 정부 정책으로 자동차 부품‧소재 등이 국산화되는 성과가 나왔지만,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우리나라를 먹여 살리는 산업의 핵심 부품‧소재는 과거의 자동차 부품‧소재처럼 일본 기술에 크게 의존하는 모양새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2001년 104억 달러였던 대일 부품소재 무역적자는 2010년 242억 달러까지 악화됐다 지난해 151억 달러를 기록하는 등 크게 개선되지 못했다.

    익명을 원한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지난 20년 동안 소재부품에 쏟아 부은 돈이 10조원이 넘는데 부품소재부분 대일 무역적자가 개선되지 못한 것은 정부에서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이라며 "국산화된 부품소재는 중급기술이 적용된 것이고 일본이 생산하는 부품소재는 전 세계에서 일본만 만들 수 있는 고급기술이 적용된 것인데 기술 개발을 위한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보다 '소재부품 국산화'라는 말에만 매달리다보니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꼬집었다.

    일본의 무역보복이 단기적으로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라고 판단한 정부는 부품소재 강화를 위한 또 다른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에 대응하고자 핵심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방안을 이달 중 마련하고 핵심부품 국산화를 속도감 있게 추진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업이 하루빨리 더 적극적으로 투자를 할 수 있도록 생산성향상시설 투자세액공제율 한시 상향, 투자세액공제 적용 대상 확대 및 일몰 연장, 가속상각 제도 6개월 한시확대를 조속히 추진할 계획"이라며 국회가 법 개정을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이런 정부의 움직임에 대해 "부품‧소재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책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향은 맞지만 방법은 지금까지와는 달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연구위원이던 2002년부터 한‧중‧일 등 동아시아 부품‧소재 산업의 상호 의존도 연구를 하며 대표적인 '지일파(知日波)' 학자로 꼽히는 이홍배 동의대 무역학과 교수도 "우리나라 갖고 있는 부품소대 경쟁력은 범용부분이 상당히 커 누구나 시간이 흐르면 캐치업(catch-up) 당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미국과 독일, 일본처럼 고유한 기술을 확보해서 무역흑자를 낼 수 있는 프레임을 만들어야 하고 긴 시간이 소요되는 문제에 우리가 봉착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이어 "(부품소재 산업이 강한) 독일과 일본은 경제‧산업, 중소기업, 과학기술 등 재정이 수반되는 정책을 추진하기 전 반드시 산업계 의견을 여러 차례 수렴하고 정책이 수정되고 채택돼 실행 된다"며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책방향을 정하고 이에 맞는 기업에 재정을 지원하는 방식이 아니라 산업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재정이 투입되지 않는다면 2000년대 이후 상황(대규모 재정 투입에도 부품소재 관련 무역수지 적자 지속)과 크게 달라질게 없어 보인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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