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 류현진 (사진=연합뉴스 제공)
철저한 낮은 공 승부에 제구력이 뒷받침된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2·LA 다저스)은 쿠어스필드에서 2번의 실패를 겪지 않았다.
류현진은 쿠어스필드에서 보기 드문 명품 투수전의 공동 주연이었다. 비록 시즌 12승을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선발투수의 역할을 100% 해냈다.
류현진은 1일(한국시간)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2019 메이저리그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원정경기에 등판해 콜로라도 선발 헤르만 마르케즈와 팽팽한 투수전을 연출했다.
류현진은 6이닝 3피안타 1볼넷 1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4이닝동안 홈런 3방을 얻어맞으며 7실점을 기록한 지난 6월29일 쿠어스필드 원정에서의 악몽을 말끔하게 씻어냈다. 류현진은 이날 경기 전까지 콜로라도 원정 통산 성적이 1승4패 평균자책점 9.15에 불과했다.
류현진 외에도 또 한명의 주인공이 있었다. 지난 쿠어스필드 등판 때 2⅔이닝 11실점으로 부진했던 마르케즈는 3경기 만에 다시 치른 홈경기에서 6이닝동안 탈삼진 10개를 솎아내며 2피안타 무실점으로 잘 던졌다.
올해 '투수들의 무덤'으로 불리는 쿠어스필드에서 양팀 선발투수가 나란히 6이닝 이상 소화해 무실점 호투를 펼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명품 투수전은 다소 아쉽게 막을 내렸다.
마르케즈는 7회초 수비를 앞두고 마운드에서 몸을 풀다가 다리 통증을 호소해 교체됐다.
류현진은 6회까지 투구수 80개를 기록했지만 다저스는 7회말 수비 때 류현진을 내리고 페드로 바에즈를 투입했다. 이때까지 스코어는 0대0. 류현진은 시즌 12승 기회를 다음으로 미뤘다.
류현진은 안정된 제구력과 구속의 변화로 콜로라도 타자들의 타이밍을 흔들었다. 장타가 자주 나오는 쿠어스필드에서 가급적 뜬공 타구를 맞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득점권 위기를 넘기는 특유의 능력은 여전했다.
류현진이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치면서 메이저리그 전체 1위 기록인 시즌 평균자책점은 1.74에서 1.66으로 더 낮아졌다.
류현진의 땅볼 유도 능력은 초반부터 빛났다.
류현진은 1회말과 2회말을 삼자범퇴로 막았다. 콜로라도의 간판 타자 찰리 블랙먼과 천적 놀란 아레나도를 포함해 아웃카운트 6개 중 3개를 땅볼로 잡아냈다. 안정된 내야 수비가 류현진을 도왔다.
3회말에는 우익수 코디 벨린저의 강한 어깨가 빛났다.
류현진은 선두타자 개럿 햄슨의 투수 앞 기습번트를 마치 기다렸다는듯이 깔끔한 수비로 처리했다. 하지만 다음 타자 토니 월터스에게 우측 방면 2루타를 맞았다. 담장을 직접 맞히는 큰 타구였다.
투수 마르케즈를 3루 땅볼로 처리한 류현진은 2사 2루에서 블랙먼과 맞섰다. 블랙먼은 우전안타를 때렸지만 벨린저가 완벽한 홈 송구로 햄슨을 잡아내면서 이닝을 끝냈다.
류현진은 4회말에도 득점권 위기에 몰렸다.
트레버 스토리와 아레나도를 연거푸 아웃 처리하며 고비를 넘긴 류현진은 데이비드 달에게 우측 깊숙한 방면 2루타를 허용했다. 이어 이안 데스먼드를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내보냈다. 제구 불안이 아니라 다음 타자 욘더 알론소와의 승부를 선택한 듯 보였다.
류현진은 알론소를 1루 땅볼로 가볍게 처리하고 또 한번 실점 위기를 넘겼다. 이어 하위 타순을 상대한 5회말을 삼자범퇴로 막았다.
류현진은 5회까지 삼진을 1개도 잡지 못했다. 그만큼 맞춰 잡는 운영이 돋보였다. 첫 삼진은 6회말 선두타자 블랙먼을 상대로 잡아냈다. 왼손타자 몸쪽 높은 코스를 공략하는 결정구에 블랙먼의 방망이가 헛돌았다.
스토리를 좌익수 직선타로 처리한 류현진은 천적 아레나도를 유격수 땅볼로 처리하고 이날 자신의 임무를 마쳤다. 류현진을 상대로 통산 타율 6할이 넘는 아레나도는 이날 맞대결에서는 단 1개의 안타도 때리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