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내일은 36년 동안의 일제의 압제에서 해방된 광복절입니다.
일제의 폭압에 항거한 항일운동가들의 피흘림이 있었기에 광복을 맞을 수 있었지요.
오늘 파워인터뷰에서는 일제의 신사참배 강요를 끝까지 거부하며 모진 고문을 감내해낸 분, 故 주기철 목사님을 돌아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주 목사님의 손자이자 주안장로교회 담임목사인 주승중 목사를 만나봅니다.
조혜진기잡니다.
■ 방송 : CBS뉴스 파워인터뷰(CBS TV, 8월 14일(수) 밤 9시 50분)
■ 진행 : 조혜진 부장 / 교계뉴스부
■ 대담 : 주승중 목사 / 인천 주안장로교회 담임, 故 주기철 목사 손자
◇조혜진> 목사님, 안녕하세요?
◆주승중> 네, 안녕하세요?
◇조혜진> 해마다 이맘때면 일제의 신사참배 요구를 온 몸으로 막아내셨던 분, 故 주기철 목사님이 떠오르는데요. 그런데 목사님은 이맘때 어떤 생각이 드시는지, 또 손자이기도 하시잖아요. 궁금하더라고요.
◆주승중> 요새 당연히 광복절이기도 하고, 요즘 일본과의 경제 전쟁이 또 벌어지고 있고, 그래서 이제 요즘 자연히 저는 할아버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고, 우상숭배했던 한국 교회의 아픔 이런 것들이 많이 생각이 나고요.
그러면서 또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일제 때 그렇게 신사참배를 강요당하면서 한국 교회가 참 어려움을 많이 겪었는데, 아쉬운 것은 요즘 특히 이제 맘모니즘이 또 다른 형태의 우상숭배로 지금 한국 교회를 어렵게 하고 있는 게 아닌가. 그래서 신사참배 생각하면서 우상숭배로 자연히 연결 되고, 그러면서 한국 교회의 오늘날의 모습이 보여지는 게 참 그래서, 마음이 여러 가지로 착잡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있습니다.
◇조혜진> 정말 목사님이 신앙의 순수성을 지키기 위해 그렇게 애를 쓰셨는데, 그 후손인 지금의 한국 교회의 우리 성도들은, 또 목회자들은 잘하고 있나 이런 생각을 하신다는 말씀이시죠?
◆주승중> 그렇죠.
◇조혜진> 주기철 목사님은 우리에게 신사참배를 반대하셨던 분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요. 이외에도 '여성 인권 향상'이라든가 또 우리의 '경제 자주 독립'을 위해서 굉장히 애쓰셨던 분이시더라고요.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주 목사님의 모습이 있다면 어떤 걸까요?
◆주승중> 목사님이 원래는 신학을 하려고 그랬던 분이 아니었어요. 오산학교를 다닐 때에 남강 이승훈 선생님하고 고당 조만식 장로님의 영향을 참 많이 받아서 ‘경제를 살려야 된다, 우리나라가 다시 회복되는 것은 경제를 살리는 것밖에 없다’라고 아마 그분들 통해서 많이 교육을 받으신 것 같아요.
그래서 연희전문학교 상과(商科)에 입학 하셨어요. 그래서 '나는 우리나라의 경제를 살리는 것을 통해서 말하자면 일종의 민족을 구원하겠다'라고 하는 그런 의식이 좀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상과를 가셨다가 나중에 이제 신학을 하게 되셨고요.
또 한 가지는 나중에 이제 목회를 하실 때 보면, 목사님이 다음세대 교육에 대해서 굉장히 관심을 많이 갖고 거기에 집중을 하셨어요. 그러니까 처음에 초량교회에 담임목회로 갔을 때에도 교회학교를 다시 재건하고, 그리고 심지어는 선생들만을 위해서 연초에 일주일 동안 새벽기도회를 하는 식으로 해서 다음세대 교육을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쓰셨어요.
◇조혜진> 주기철 목사님께서 그렇게 7년 정도 옥고를 치르시고 감옥에서 나오셨을 때, 사실 한국 교회 전체가 그렇게 환영을 하거나 인정해드리는 분위기가 아니었었단 말이죠. 그 부분이 참 안타까운데요. 돌아보면 사회뿐만이 아니라 기독교 내에서도 친일 청산이 잘 안 돼 있는 부분의 갈등이 지금까지 이어져오고있다고도 볼 수 있는데요. 어떻게 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주승중> 그 문제는 정말 어려운 문제인 것 같습니다. 그 때 이제 주기철 목사님이 순교하시고, 또 많은 분들이 감옥에 있다가 출옥하셨어요. 소위 이제 ‘출옥 성도들’이죠. 그분들이 나와서 "이 신사참배는 우상숭배이니까 이 문제는 반드시 짚고 회개하고 넘어가야 된다" 그래서 그분들이 주장했던 것이 무엇이냐면, 옥중 성도들이 주장한 것이 "3개월 동안 신사참배한 목회자들은 강단에 서지 마라" 그랬어요.
그런데 이제 바깥에 있던 분들은 "무슨 소리냐, 다 감옥가고 다 순교하고 그러면 교회는 누가 지키냐, 우리가 바깥에서 비록 신사참배는 했지만 교회를 지켰다" 그러면서 그걸 거부했어요. 그래서 결국 교단이 쪼개지는 아픔이 있었지만, 그런 과정에서 우리는 한 번도 제대로 된 정말 신앙적이 회개. 사회적으로 얘기하면 어떤 역사 청산이라든지 그런 교훈을 우리가 남기지 못했어요.
지금 이제 사회에서는 친일파 명단도 작성하고, 그것이 꼭 비난하자는 것이 아니고 역사적 교훈을 우리가 받자는 건데, 앞으로 다음 세대를 위해서, 그래서 그런 의미에서는 한국교회에도 그런 작업들이 좀 있어야 되지 않을까.
◇조혜진> 네, 정말 꼭 필요한 부분인 것 같습니다. 특히 올해는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하는 해여서 항일운동이라든지 그런 정신을 기념하는 행사가 3월달에 굉장히 많이 열렸죠. 목사님 그런 행사들과 움직임 보시면서 어떤 생각 드셨어요?
◆주승중> 사실 3.1운동은 한국 교회가 없었으면 제대로 이루어지긴 참 어려웠던 상황이었거든요. 그 당시에 전국적인 조직망은 교회가 유일한 단체였기 때문에 그래서 전국에 동시다발적으로 만세운동이 일어날 수 있었는데, 교회가 했던 역할에 대해서 좀 너무 간과하는 게 아닌가. 그게 참 아쉬웠어요.
우리 다음세대에게 나라와 민족이 어려웠을 때에 우리 신앙의 선배들이, 교회가 어떤 일을 했는가 하는 것을 교육하고 이어줄 필요가 있다. 그래서 몇몇 목사님들이 모여서 교재도 만들고, 교회에서 가르칠 수 있는, 3.1운동 때 교회가 어떤 일을 했는지를 정리한 것을, 그 당시 역사적인 많은 자료들을 발굴하고, 그래서 그것을 우리가 어떻게 이어갈 건가 교재를 만들고, 미션스쿨에도 그걸 다 보내고 그런 작업을 했었습니다.
◇조혜진> 의미 있는 일을 하셨네요. 지금 한국 교회가 참 많이 어지러운 상황이고요. 사회적 신뢰도도 많이 떨어져 있습니다. 이런 모습을 만약에 주기철 목사님께서 보신다면, 무척 저희들이 꾸지람을 들을 것 같다..이런 생각이 드는데요.
◆주승중> 그 당시에는 그러니까 적과 아군이 분명한 시대였고, 그런데 지금은 이게 다 뒤섞여 가지고, 이게 정말 구분하기가 힘든 그런 시대여서 참 신앙생활하기가 사실은 더 어려운 것 같아요. 교회가 세상을 걱정해야 되는데, 세상이 교회를 걱정하는 그런 시대가 됐으니까 참 너무 안타깝습니다.
그래서 그런 면에서 삶 속에서 어떻게든지 말씀을 살아내려고 노력하고, 그러려면 자기를 죽이는 연습을 부단히 해야 되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조혜진> 네, 저도 늘 저를 매일매일 돌아보는 그런 연습을 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목사님.
◆주승중> 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