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LA 다저스 류현진 (사진=노컷뉴스)
메이저리그 시즌이 막바지를 향할수록 주요 개인 부문 수상 경쟁에 관심이 커진다. 경쟁에 뛰어든 선수들의 경기에 이목이 집중되고 여기저기서 예상이 쏟아진다.
내셔널리그 부동의 1위 LA 다저스는 올해 리그 MVP와 사이영상 수상자를 나란히 배출할 기회를 잡았다.
벌써 41개의 홈런을 때린 코디 벨린저는 크리스티안 옐리치(밀워키 브루어스)와 치열한 MVP 경쟁을 하고 있다. '40-40(홈런-도루)' 대기록에 도전하는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막판 활약 여부가 새로운 변수가 될 여지도 있다.
사이영상 경쟁에는 류현진이 포함돼 있다. 12승3패를 기록 중인 류현진의 평균자책점 1.64는 아메리칸리그를 포함한 양대리그 전체 1위 성적이다.
다수의 미국 현지 매체가 꼽는 가장 유력한 사이영상 수상 후보가 바로 류현진이다. 지금껏 쌓아놓은 기록이 그만큼 뛰어나다.
하지만 분야를 막론하고 수상자 선정에 있어서는 투표 시점에 가까운 시기에 얼마나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최근 페이스가 좋은 제이콥 디그롬(뉴욕 메츠)과 부상 복귀를 준비 중인 맥스 슈어저(워싱턴 내셔널스)는 여전히 강력한 경쟁자다.
류현진은 지난 18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틀랜타에서 열린 2019 메이저리그 애틀랜타와의 원정경기에서 또 한번 강렬한 인상을 남길 기회를 놓쳤다.
류현진은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1위이자 다저스의 잠재적인 포스트시즌 경쟁팀을 상대로 패전투수가 됐다. 2대2로 팽팽하던 6회말 연속타자 솔로홈런을 내주고 5⅔이닝 4실점을 기록했다.
끊임없이 스트라이크존 구석을 노리는 특유의 제구력이 평소같지 않았던 날이다.
다저스가 3대4로 패하면서 류현진은 시즌 3패(12승)를 당했고 평균자책점은 1.45에서 1.64로 높아졌다.
류현진이 한경기에서 4실점 이상을 기록한 것은 지난 6월 말 콜로라도 로키스를 상대한 쿠어스필드 원정(4이닝 7실점) 이후 처음이자 올시즌 두 번째다.
아무리 최정상급 에이스 투수라 하더라도 한시즌에 4실점 이상 경기를 피하기는 어렵다. 4실점 경기를 한번만 해도 기록의 변동폭이 클 수밖에 없는 것은 류현진이 그동안 쌓아놓은 평균자책점 기록이 워낙 압도적이었기 때문이다.
미국 현지의 여러 매체들이 괴멸적인 부진을 겪지 않는 이상 류현진이 유력한 사이영상 후보의 자리를 내려놓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는 이유다.
ESPN과 톰 탱고의 사이영상 예측 지수에서 류현진은 변함없이 내셔널리그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향후 경쟁자들의 활약 여부는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올해 20경기에서 9승5패 평균자책점 2.41을 기록하고 있는 슈어저는 약 한달만의 복귀를 앞두고 있다. 예상보다 부상 결장 기간이 길어면서 사이영상 수상 경쟁에서 한걸음 뒤로 밀려났지만 '클래스'가 다른 투수라 막판 레이스를 지켜봐야 한다.
최근 내셔널리그에서 가장 압도적인 선발투수를 꼽으라면 디그롬의 이름이 떠오른다.
디그롬은 지난해 사이영상 수상자답게 7월부터 압도적인 호투를 선보였다. 최근 8경기에서 4승무패 평균자책점 1.21을 기록했다. 무엇보다 타자를 압도하는 힘이 디그롬의 강점이다. 이 기간에 총 52이닝을 소화해 66개의 탈삼진을 솎아냈다.
디그롬은 올해 8승7패 평균자책점 2.61을 기록하고 있다.
올시즌 10승2패에 리그 2위에 해당하는 평균자책점 2.41을 기록 중인 마이크 소로카(애틀랜타) 역시 주목할만한 경쟁자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류현진이 그들보다 앞에서 달리고 있다. 류현진에게 가장 중요한 경쟁력은 바로 평균자책점 기록이다. 향후 변동폭이 크다는 변수가 있지만 8월 중순까지 1점대 중반의 기록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대단한 성과로 높게 평가받아야 한다.
류현진은 올해 2회 연속 부진한 경기가 없다. 오는 24일로 예정된 뉴욕 양키스와의 홈경기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양키스는 지안카를로 스탠튼, 에드윈 엔카나시온 등 다수의 부상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압도적인 화력을 자랑하는 아메리칸리그 1위 팀이다.
양키스는 올해 126경기에서 227개의 홈런을 때려 휴스턴 애스트로스(124경기 240홈런)에 이어 팀 최다홈런 부문 2위에 올라있다.
내셔널리그 원정에서는 지명타자를 활용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런 저지, 글레이버 토레스, 개리 산체스 등 언제든지 한방을 터뜨릴 수 있는 타자들이 라인업에 즐비하다.
홈런 시대에 맞서 피홈런을 최대한 억제해왔던 류현진은 지난 애틀랜타전에서 7경기 만에 대포를 허용했고 또 데뷔 후 처음으로 연속타자 홈런을 맞았다.
올시즌 땅볼을 많이 이끌어내고 홈런을 자주 허용하지 않았던 류현진의 장점이 엄청난 파워를 앞세운 양키스를 상대로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궁금하다. 이 경기는 류현진의 사이영상 레이스를 주목하는 팬들에게 특히 큰 관심을 끌만한 경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