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농구 대표팀 김선형 (사진=대한민국농구협회)
공격 전환이 빠른 김선형의 스피드와 마무리 능력은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이 내세울만한 경쟁력 중 하나다.
대표팀 가드 김선형은 25일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현대모비스 초청 4개국 국제농구대회 체코와의 대회 2차전에서 경기 초반 답답했던 팀 공격을 개인의 힘으로 풀어냈다.
한국은 경기 시작 3분여 만에 8점차로 밀렸다. 이후 김선형이 골밑 돌파로 공격의 물꼬를 텄고 3점슛을 2개 연속 터뜨렸다.
김선형이 속공에 나서면 사이즈에서 압도적인 체코조차도 버거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김선형은 국제 무대에서도 개인기와 스피드만큼은 인정받는 선수다. 여러 차례 국제대회 경험을 쌓은 김선형의 자신감은 경기 초반 팬들을 놀라게 했고 또 즐겁게 했다.
스코어는 순식간에 18대19로 좁혀졌다. 1쿼터는 박빙의 승부 끝에 23대26으로 끝났다. 유럽의 강호 체코를 상대로 선정했다. 김선형은 한국의 23득점 중 15점을 책임졌다.
하지만 체코에는 지난 시즌 미국프로농구(NBA) 워싱턴 위저즈에서 주전급으로 활약한 201cm의 장신 가드 토마스 사토란스키가 버티고 있었다.
속공 전개와 세트오펜스 운영 능력, 개인 기술과 외곽슛을 두루 갖춘 사토란스키는 이번 초청대회에 출전한 4개국(리투아니아, 앙골라 포함) 가드 가운데 가장 명성이 높은 선수일 것이다.
사토란스키의 장점 중 하나는 공을 오래 끌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플레이메이킹'이 정교히다. 미스매치가 보이면 어김없이 공략 포인트로 삼았다. 1대1 득점력도 탁월했다. 또 자신이 직접 수비진을 흔들어놓은 뒤 외곽의 오픈 기회를 살려주기도 했다.
체코의 토마스 사토란스키 (사진=대한민국농구협회)
한국이 57대86으로 크게 패한 전날 리투아니아전과 마찬가지로 높이의 차이가 컸다.
한국은 라건아와 김종규, 이승현 등 KBL 간판급 빅맨들을 앞세웠지만 체코를 상대로는 사실상 '림 프로텍터' 역할을 하지 못했다. 199cm의 라건아보다 키가 큰 선수가 골밑 돌파를 하니 한국으로서는 답답할 노릇이었다.
라건아는 높이와 기동력을 두루 갖춘 200cm의 포워드 최준용과 더불어 한국의 높이 경쟁력을 살리는 핵심 선수다. 2쿼터 초반 두 선수가 휴식을 위해 나란히 벤치로 물러나자 점수차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전반은 체코가 56대37, 19점차로 앞선 가운데 끝났다.
3쿼터 들어 이대성이 3점슛을 3개 연속으로 성공했다. 스코어는 46대56으로 좁혀졌다. 최준용은 골밑에서 사토란스키의 슛 시도를 블록하는 하일라이트를 연출했다. 인천삼산월드체육관의 분위기가 한껏 고조됐다.
하지만 최준용이 수비 도중 부상을 당해 벤치로 물러났고 더 이상 경기에 뛰지 못했다. 한국은 최준용이 스몰포워드로 뛸 때 높이 경쟁력이 가장 좋아진다. 체코를 상대로 그의 빈 자리는 컸다.
결국 한국은 체코에 로 97대89로 졌다. 라건아의 분전에 힘입어 4쿼터 종료 2분여를 남기고 84대92로 추격했지만 사토란스키가 결정적인 골밑 득점을 넣어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었다.
높이의 차이가 컸고 사토란스키의 존재감은 역시 무거웠다. 뛰어난 플레이메이커이자 해결사였다. 한국은 후반 들어 체코의 공세에 밀려 수비에 어려움을 겪었다. 수비가 흔들리자 속공 기회도 제한됐다.
한국은 경기 초반 라건아의 골밑 1대1을 여러 차례 시도했다. 하지만 통하지 않았다. 체코 빅맨은 컸고 도움수비 역시 빨랐다. 이후 2대2 공격과 활발한 움직임을 통해 공격 기회를 노렸다. 상대 수비를 흔든 다음에 만들어내는 3점슛 기회를 얼마나 잘 살리느냐가 관건이었다.
한국의 외곽은 14개 시도 중 1개 성공에 그쳤던 리투아니아전보다는 나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상대가 스위치 수비로 일관할 때 외곽 공간 창출에 어려움을 겪었다. 높이가 약한 팀 구성상 한국에게 외곽슛은 반드시 갖춰야 할 무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