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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반성하던 日 국민들 돌변시킨 일대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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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안부' 반성하던 日 국민들 돌변시킨 일대 사건"

    [일본에 관하여 ②] 심리학자 요시카타 베키 인터뷰
    "日우익, 진보매체 아사히신문 향한 공격·승리 선언"
    "'위안부' 지속 보도에 '가짜뉴스로 문제 키워' 주장"
    "역사 반성 단절시킨 오보 프레임…사회 전반 확산"
    "아사히신문 몰락…지식인·진보세력 불신과 연결"

    20년 넘게 한국과 인연을 맺어 온 요시카타 베키(46) 서울대 선임연구원(심리학 박사)은 "아베 정권을 싫어한다" "자민당에 투표한 적도 없다"고 전제했다. 한일 관계가 얼어붙는 와중에 그를 통해 들여다본 일본 사회 분위기는 예상과 기대를 크게 벗어나 있었다. 정권과 언론의 태도에 따라 변하는 사회 인식을 깊이 연구해 온 그와의 심층 인터뷰를 전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아베 싫지만 한국 너무 억지 부린단 일본人 는다"
    ② "'위안부' 반성하던 日 국민들 돌변시킨 일대 사건"
    ③ "아베 '한국 악마화' 속내는 '외교 참패' 감추기"
    <끝>


    서울 종로구 옛 주한일본대사관 앞에 자리한 평화의 소녀상이 비에 젖어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지금 일본 사회는 역사 인식과 단절돼 있어요. 특히 지난 2014년에 그 전환점이 된 아주아주 큰 사건이 벌어집니다. 바로 일본 진보매체 아사히신문을 향한 우익의 집요한 공격입니다."

    요시카타 베키 선임연구원은 "아사히신문은 1980년대부터 90년대 초까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비판적인 시각으로 꾸준히 다뤘다"며 "이에 일본 우익은 1990년대 후반부터 '아사히신문이 자꾸 위안부에 관한 오보를 내서 별것 아닌 문제를 키웠다'는 주장을 끈질기게 폈다"고 설명했다.

    "물론 아사히신문 역시 2000년대 들어서는 특별히 '위안부' 문제를 다루는 데 힘쓰지 않았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사 '위안부' 보도에 대한 우익의 터무니없는 논리가 계속 퍼지자, 아사히신문은 2014년 6월 지금까지 해 온 '위안부' 보도에 관한 특집기사를 냅니다. 사실이 아닌 주장을 믿기 시작하는 사람들이 늘기 시작하면서 그 부담감을 감당하지 못하게 된 거죠. 저는 개인적으로 아사히신문의 그 특집기사가 '위안부'에 관한 논점을 정리하고, 올바르고 제대로 된 방향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려는 시도라고 받아들였죠."

    그는 "당시 아사히신문의 '위안부' 특집기사 논조는 과거 관련 보도 가운데 사소한 문제가 있었지만, '위안부'는 당연히 존재하는 과거사 문제라는 것이었다"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이를 두고 일본 우익은 '아사히신문이 잘못을 인정했다'고 승리 선언을 합니다. '매국 언론 아사히신문이 반일 정서를 자인했다' '위안부 문제가 커진 것은 모두 아사히신문 책임'이라고 말이죠. 그러면서 우익은 '아사히신문의 엄청난 오보 탓에 한국인들이 착각하기 시작하면서 별것 아닌 문제가 확산됐고, 그것이 국익을 훼손하는 엄청난 결과를 초래했다'는 논리를 강화해 갑니다."

    요시카타 연구원은 "이때부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사회 인식이 확 바뀌었다"며 "'위안부는 더이상 역사 문제가 아니라, 잘못된 언론 보도 때문에 생긴 것'이라는 우익 논리가 일반 국민들에게 굉장히 영향력 있게 받아들여졌다"고 진단했다.

    결국 아사히신문의 '위안부' 보도가 가짜뉴스로 기정사실화 된 현실에서, 더욱이 진보 세력을 불신하게 된 일본 사회에서 '한국이 일본에 억지를 부리고 있다'는 인식이 빠르게 확산됐다는 이야기다.

    "물론 그것이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지는 보다 자세히 들여다봐야겠지만, 현재 일본에서 언론 신뢰도 조사를 하면 아사히신문은 바닥을 칩니다. 발행부수로는 압도적인 요미우리신문은 정부 홍보지 같은 느낌이어서, 아사히신문은 항상 신뢰할 수 있는 언론으로서 독보적인 자리에 있었죠. 그 위상이 '위안부' 보도에 대한 우익의 공격 이후 추락한 겁니다."

    그는 "아사히신문의 몰락은 일본 내 기성 지식인·진보 세력에 대한 불신과도 이어져 있다"며 "2014년 아사히신문을 향한 우익의 공격으로 그 위험수위를 넘어버린 셈"이라고 분석했다.

    ◇ "일본 국민 절반 이상이 '한국에 제대로 사과 안 했다' 비판하던 때 있었다"

    요시카타 베키 서울대 선임연구원이 CBS노컷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사진=이진욱 기자)

     

    일찍이 '위안부' 등 일본 과거사 문제 연구에 천착해 온 요시카타 연구원은 '위안부 문제는 아사히신문의 날조로 생긴 가짜뉴스'라는 일본 우익의 논리가 허구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엄청난 시간을 투자해 조사하고 논문을 썼다고 했다.

    그는 "그런데 이러한 연구에 관심 갖고 읽는 사람은 원래 관심이 있던 이들뿐이었다. 그 외 다른 사람들에게는 잘 전달이 안 됐다"며 "'이미 아사히신문 탓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는데, 왜 이제 와서 구질구질하게 매달리느냐'는 반응이 대다수였다"고 회고했다.

    "한국과 일본 언론이 매년 공동으로 벌이는 여론조사가 있어요. 두 나라 국민들이 서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정기적으로 알아보기 위한 거죠. 1995년 일본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로 기억하는데, '최근 한국에 관해 가장 많이 들었던 화제가 뭐냐'는 물음에 대한 압도적인 답변이 '위안부' 문제였어요. '일본이 한국의 식민 지배에 대해 제대로 사과했다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는 '그렇지 않다'가 50% 이상, '보상·배상을 해야 한다'는 대답 비율도 절반에 가까웠습니다. '한국에 좋은 인식을 갖고 있다'는 비율은 과반수였고, '최근 10년 동안 본인의 한국에 대한 인식이 좋아졌냐'는 물음에 대해서도 많은 수가 '그렇다'고 답했죠."

    요시카타 연구원은 "당시만 해도 일본 사회에서 '위안부'는 반성해야 할 문제였고, '과거 일본이 나쁜 짓을 했기에 배상해야 한다' '지금까지 태도로는 모자르다'는 인식이 우세했다"며 설명을 이어갔다.

    "한국 언론에서는 지금 일본 사람들이 '위안부'를 모르기 때문에 자꾸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합니다. 역사 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는 지금 20·30대 일본 젊은층은 잘 모르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40대 이상 일본인 가운데 '위안부'를 모르는 사람을 찾는 것이 오히려 어려울 겁니다. 아베 정권을 반대하는 세대 비율은 70대가 가장 높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을 적극적으로 싫어하는, 혐한 관련 책을 열심히 사서 읽는 사람들 또한 60·70대라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요시카타 연구원은 "아사히신문이 그렇게 무너진 뒤로 일본 정부는 해외 언론에 '위안부 문제에 대한 제대로 된 의견을 듣고 싶으면 하타 이쿠히코에게 물어보라고 했다"며 "그만큼 이 역사학자가 일본 정부 주장을 잘 대변하고 있다는 이야기인데, 최근 한국과 일본에서 화제가 된 다큐멘터리 영화 '주전장'에서 그가 '위안부' 권위자로 언급돼 깜짝 놀랐다"고 했다.

    "하타 이쿠히코야말로 '위안부' 문제를 날조한 인물입니다. 난징대학살 연구 권위자인 그는 역사학자로서 일본 내에서 신뢰가 높아요. 하지만 그는 사실상 '위안부 문제는 별것 아니다' '일본 정부 책임이 없다' '아사히신문 등 좌파 언론이 문제를 키웠다'는 프레임을 만든 사람입니다. 영화 '주전장'은 일본에서 침체됐던 '위안부' 문제를 그나마 다시 활성화시킨 좋은 작품이죠. 하지만 하타 이쿠히코가 '위안부' 문제를 올바로 인식하는 학자인 것처럼 소개된 점은 우려됐어요."

    ◇ "韓특파원 생활 日기자들 '가족 통해 반일 선입견 깨져' 한목소리"

    제74주년 광복절인 지난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8·15 아베 규탄 촛불 문화제'에 참석한 시민들이 일본 아베 정권을 규탄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일본 사회에서 악의를 갖고 '위안부는 없었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극소수"라고 요시카타 연구원은 말했다. "대다수는 '위안부가 존재했지만, 큰 문제는 아니'라고 여긴다"는 것이다. 그는 일본 사회의 이러한 인식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주체로 '언론'을 지목했다.

    "1990년도에는 일본 모든 교과서에 '위안부'를 게재하도록 했습니다. 교과서가 아니더라도 언론에서도 그 문제를 깊이 있게 자주 다뤘고요. 당시 일본에는 한국의 전교조 격인 '일교조'(일본교직원조합)가 활발하게 활동했어요. 특히나 일교조 소속 역사교사들은 교과서 대신 스스로 준비한 자료집으로 일본의 전쟁 책임을 구체적으로 가르쳤죠. 그런 교육을 받았던 사람들도 지금 와서는 '아사히신문이 날조했다'는 왜곡된 정보와 편향된 보도를 접하면서 '우리가 그때 교사들에게 세뇌를 당했었다'고 말합니다."

    그는 "이러한 사람들이 '위안부' 문제를 잘 몰라서 한국을 싫어할까요?"라고 반문하면서 "아사히신문 사건처럼 '위안부' 등 일본 과거사 문제가 어떻게 다뤄져 왔는지를 보면서 생각이 바뀐 것이다. 그렇게 전향한 이들은 오히려 한국에 더 공격적인 경우가 많다"고 자답했다.

    요시카타 연구원은 "한국에 대한 일본 사회 시각은 완전히 잘못된 방향으로 굳어지고 있는데, 이를 바꾸지 않는 한 어떠한 개선도 이뤄지기 힘들다"며 "아베와 그 주변 인물들의 인식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일본 여론이 '이건 아닌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면 아베 정권도 자기네 마음대로 할 수는 없다"고 전했다.

    "최근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만 하더라도 아베 정권은 그 이전에도 할 기회만 있었다면 '짜증나는 한국에 한방 먹여야 한다'는 심경으로 얼마든지 했을 거예요. '이제는 해도 별 문제 없을 만큼 일본 내 반한 정서가 무르익었다'는 판단 아래 수출 규제를 실행한 셈이죠. 그렇다면 결국 일본 언론에서 '이건 아닌 것 같다'는 분위기가 나올 수 있도록, 일본 현지 상황을 보다 정확하게 판단하고 여론을 바꿔나갈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야 합니다. 여기에는 아사히신문의 부활이 큰 몫을 차지한다고 봐요."

    그는 "한국 특파원으로 오는 일본 기자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가 '한국은 반일 정서가 강한 사회라는 선입견이 함께 온 가족을 통해 깨진다'는 것"이라며 설명을 이어갔다.

    "일본 기자들이 한국 특파원으로 오기 전에 하는 큰 고민이 '가족을 대동할지 말지'라고 해요. 그런데 막상 가족을 데려오면 생각이 바뀐답니다. '함께 온 가족을 통해 한국에 대한 선입견이 깨진다'는 이야기예요. 특파원들은 일반 한국인들과 접촉할 기회가 많지 않은데 반해, 그 가족들은 한국 사회에서 일상을 영위하잖아요. 장도 보고 자녀들은 어린이집, 학교도 다니면서 말이죠. 이러한 경험을 통해 '일본인이라고 차별하지 않는다' '굉장히 친절하다' '아이가 울면 따가운 시선을 보내는 일본과 달리 아이들에게 관대하고 예뻐해준다'고들 말해요. 일본에서 쌓여 온 한국 사회에 대한 편견이 깨지는 거죠."

    요시카타 연구원은 "이들 특파원은 자국 언론에서 한국 사회 정서를 단순히 '반일'이라고 보도하는 데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들 이야기한다. 이러한 변화가 쌓이고 쌓이면 달라지기 마련"이라며 "한국 사회를 접한 수많은 일본 사람들에게 이같은 이야기를 듣는 입장에서 한국과 일본 사이 활발한 민간 교류가 무엇보다 중요한 때라는 확신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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