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 류현진 (사진=연합뉴스 제공)
'홈런 시대'의 정점을 찍고 있는 2019시즌 메이저리그의 평균 득점 4.84점과 리그 평균자책점 4.51은 모두 2006시즌(4.86득점-평균자책점 4.52) 이후 가장 높은 기록이다.
잘 던지던 투수가 갑자기 결정적인 홈런을 얻어맞고 무너지는 장면은 수도 없이 자주 나왔다.
'홈런 시대'에도 뛰어난 기량을 발휘하는 투수들은 많다. 저스틴 벌랜더와 게릿 콜(이상 휴스턴), 맥스 슈어저(워싱턴), 제이콥 디그롬(뉴욕 메츠) 등 압도적인 구속과 구위로 타자를 윽박지를 수 있는 투수들이 대부분이다.
홈런을 억제하는 능력도 중요하다. 류현진(LA 다저스)과 마이크 소로카(애틀랜타)는 모두 9이닝당 피홈런 개수가 0.8개 이하로 '홈런 시대'에 정면으로 맞서는 대표적인 투수들이다.
이같은 성향은 내셔널리그 평균자책점 순위에서도 나타난다.
류현진이 평균자책점 2.35로 아메리칸리그를 포함한 양대리그 1위를 달리고 있다.
내셔널리그 2위는 소로카다. 그는 20일(한국시간) 필라델피아전에서 5이닝 2실점 호투를 펼쳐 승리투수가 됐지만 평균자책점은 2.57에서 2.60으로 소폭 올라갔다.
디그롬(2.61)이 3위를 달리고 있다. 디그롬과 더불어 올스타전 이후 눈부신 호투 행진을 하고 있는 신시내티의 소니 그레이(2.80)가 4위로 올라섰다. 최근 대량실점을 경험한 슈어저(2.81)는 5위로 내려앉았다.
8월 중순까지 1점대 평균자책점을 지켰던 류현진은 이후 극심한 부진에 빠지면서 기록이 2.45까지 치솟았다. 지난주 뉴욕 메츠를 상대로 7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치면서 평균자책점을 2.35로 끌어내렸다.
류현진의 현재 성적은 12승5패. 총 168⅔이닝을 소화해 148개의 탈삼진을 솎아냈다. 류현진이 1점대 평균자책점 행진을 달릴 때만 해도 미국 다수의 언론이 가장 강력한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후보로 지목했지만 지금은 디그롬이 더 주목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뉴욕 매체 뉴욕포스트는 20일 디그롬의 2년 연속 사이영상 수상을 전망하면서 "류현진이 평균자책점 1위에 올라있지만 디그롬이 이닝수(190)와 탈삼진(239)에서 크게 앞서있다. 최근 사이영상 투표에서는 다승이 점점 더 저평가되고 있는 가운데 이닝과 탈삼진이 더 중요하게 여겨진다"고 전했다.
사이영상 경쟁을 떠나 류현진이 평균자책점 1위를 지키기만 해도 '역대급' 시즌이라 평가받을만 하다.
요즘 같이 시도 때도 없이 홈런이 쏟아지는 시대에는 그 가치가 더욱 높게 평가받을만 하다. 류현진은 최근 유행하는 '강속구 시대'의 흐름과는 달리 제구력과 볼배합으로 타자를 상대하는 유형이라 올시즌 내내 그의 능력은 미국 현지 언론의 호평을 받아왔다.
타고투저가 눈에 띄었던 2006년에는 양대리그를 통틀어 규정이닝을 소화한 투수 가운데 3점대 미만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선수는 미네소타의 요한 산타나(2.77)와 휴스턴의 로이 오스왈트(2.98) 등 2명 뿐이었다.
만약 류현진이 시즌 끝까지 평균자책점 1위를 지키고 타이틀을 따낸다면 이는 한국인 최초는 물론이고 아시아 선수 최초의 기록이 된다.
일본인 투수 노모 히데오가 다저스에서 활약한 1995시즌 2.54의 평균자책점으로 내셔널리그 2위를 기록한 것이 지금껏 아시아 투수가 남긴 가장 높은 순위다.
이전까지 한국인 선수가 메이저리그에서 주요 부문 타이틀 1위를 차지한 적은 없었다. 가장 근접했던 것은 2000년 박찬호다. 박찬호는 그해 217개의 탈삼진을 기록해 리그 2위를 차지했다. 1위는 랜디 존슨(347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