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의원총회에 유승민 의원이 참석해 손학규 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자료사진=윤창원기자)
바른미래당 당내갈등이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끝내 비당권파가 조만간 탈당할 수 있다는 관측이 최근 고개를 들고 있다.
비당권파 핵심인 유승민 전 대표까지 "결심해서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선언하고 나서면서 그런 전망은 더욱 힘을 받는 모양새다.
당권을 쥐고 꿈쩍 않는 손학규 대표를 향한 단순 으름장인지, 아니면 제3신당 창당, 나아가 보수통합 과정에서 협상력을 높이려는 것은 아닌지 그 배경이 주목된다.
◇ "이런 상태면, 모두가 전멸"유 전 대표는 젊은 의사포럼이라는 단체가 28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한 특강에서 "작년에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합쳐 바른미래당을 만들었는데, 아직 보여드린 게 없어 굉장히 가슴 아프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바른미래당에 와서 이런 실패를 했기 때문에 이제부터 어떻게 할 것이냐는 것에 대해 고민이 깊다"며 "저도 결심해서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심과 행동이 무엇을 의미할까. 정치권에서는 유 전 대표가 탈당과 신당 창당을 염두에 두고 이런 발언을 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손 대표가 '추석 때까지 당 지지율이 10%에 미치지 못하면 그만두겠다'던 약속을 뒤집고 자리를 고수하려 하자, 끝내 갈등 수습의 기대를 포기했다는 분석이다. 열흘 뒤인 다음 달 10일 전후라는, 구체적인 탈당 시점까지 거론되고 있다.
일단 유 전 대표를 따르는 바른정당 출신 복수의 의원들은 이에 대해 "창당을 준비한다고 할 만한 단계는 아니다"라며 선을 긋고 있다.
그러나 탈당과 창당 방안은 유승민계는 물론 비당권파라는 이름으로 묶인 안철수계와도 함께 공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지난 27일 손 대표 등 당권파가 최고위원회의를 열었을 당시 같은 시간에 의원총회를 열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 등을 논의했다고 한다.
한 안철수계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손 대표가 버티고 있는 이런 상태로는 모두가 전멸할 것 같으니, 손 대표 퇴진과 함께 제3지대 창당을 고민해야 하지 않나 생각하고 있다"며 "호남계 의원들이 손 대표를 돌아서도록 설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안철수계 출당은 미지수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 이동섭 의원, 지상욱 의원 등이 지난 24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하태경 최고위원 징계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창원기자
물론 당권파도 호락호락하진 않다.
바른정당 출신 유승민계 8명은 지역구 의원인 터라 탈당을 막을 수 없지만, 이들과 발을 맞추고 있는 국민의당 출신 안철수계 대부분은 비례대표라는 점에서다. 실제로 안철수계 비당권파 7명 가운데 권은희 의원 빼고는 6명 모두 비례대표라서 자진탈당 즉시 의원직을 상실한다.
이들이 의원직을 유지하려면 의원총회에서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 '제명'에 동의해야 한다. 그런데 현재 당에서 유승민계, 안철수계가 빠지면 당권파 8명 만으로는 원내 교섭단체 구성조차 어렵다는 점에서 부정적 전망이 나온다.
호남계이자 당권파로 분류되는 한 중진 의원은 "필요성과 목적, 명분이 납득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당장 (비당권파) 출당에 동의해줄 수는 없다"고 말했다.
더구나 당헌·당규상 의원 제명은 의총 외에도 당 윤리위원회 징계안 심사를 거쳐야 한다는데, 여기서 통과될지도 미지수다.
다만 당권파는 이런 제안이 공식적으로 접수된다면 검토해보겠다며 여지를 다소 남겼다.
당권파 핵심 관계자는 "바른정당 의원님들이 사석에서 아이디어를 던진 것으로 알지만 손 대표와 아직 얘기를 나눠보진 않았다"면서도 "공개 제안이 들어오면 당연히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반기는 한국당 "합치기 좋은 타이밍"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지난 2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조국 법무부 장관 파면 촉구 집회’ 에 참석해 손을 맞잡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자료사진=황진환기자)
일각에서는 비당권파가 당권 탈환의 동력을 잃자 차후 보수통합 과정에서 협상의 지렛대로 쓰기 위해 신당 창당설을 한 손에 쥐려 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당대 당 통합 대신, 당초 피하고 싶었던 한국당 입당으로 무게가 쏠릴 경우 신당이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카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안철수계 비당권파 한 의원은 "(창당 카드는) 일단 '배 째라' 하는 손 대표에게 심리적 부담을 주기 위한 취지겠지만, 나중에 보수통합 국면에서 유리한 카드가 될 수 있다"면서 "실제 행동으로 옮길지는 판단을 해봐야 알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 한국당 쪽에서도 비교적 반기는 분위기가 읽힌다. 전과 달리,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책임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요구하지 않겠다는 말도 나온다.
복수의 한국당 핵심관계자는 통화에서 "좌파의 큰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서 우파 안의 작은 모순은 후 단계로 미룰 수 있다. 지금이 우리가 합치기 좋은 타이밍이 아니냐"고 말했다.
다만 유 전 대표는 특강에서 "국민들은 기호 1, 2번이 아니면 잘 안 찍을 테니 내년 총선에서 큰 집에 가서 편하게 정치를 할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그러기에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미래를 위해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