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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 시달리는 소방관들…"치유 손길 필요"

부산

    트라우마 시달리는 소방관들…"치유 손길 필요"

    소방관 4분의 1이 수면장애 등 심리 불안
    심리상담 프로그램 있지만, 일선 소방관 "형식적"
    국회, 소방복합치유센터 법적 근거 마련 2년째 "논의 중"

    지난 3일 발생한 부산 사하구 구평동 산사태 현장에 투입된 구조대원들이 희생자를 향해 경례하고 있다. (사진=박진홍 기자)

     

    각종 화재나 재난 현장에서 참혹한 광경을 목격하는 소방관 상당수는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이들을 치유하기 위한 상담 프로그램이 마련돼있지만, 현장에서는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3일 부산 사하구 산사태 현장에서 구조작업에 나섰던 소방관 A씨.

    주민 4명의 목숨을 앗아간 참혹한 현장 모습을 보면서, 초임 소방관이던 26년 전 구포역 열차 전복 사고 당시 출동했다가 본 참상을 떠올렸다.

    이처럼 각종 재난 현장에서 구조 활동을 펼치는 소방관들은 심리적 트라우마를 간직한 채 업무를 이어 나가고 있다.

    실제로 올해 소방청 전수조사 결과 전국 소방관 48,098명 중 25.3%(12,162명)가 수면장애를 겪고 있고, 29.8%(14,324명)가 음주습관장애를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소방재난본부에서는 이 같은 소방관들의 정신건강 관리를 위해, 외부 위탁기관 상담사가 소방서에 나가 각종 심리교육과 상담을 하는 '찾아가는 심리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12년 첫 운영 이후 매년 부산지역 소방관 3천 200여명 중 70%가량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심리상담을 받는다.

    하지만 일선 소방관들은 상담 시간이 짧고 내용도 일반 심리상담 수준이라 큰 도움은 안 된다고 지적한다.

    지난 3일 발생한 부산 사하구 구평동 산사태 현장에 투입된 구조대원들이 수색 작업을 펼치고 있다. (사진=박진홍 기자)

     

    한 일선 소방관은 "상담을 받을 때마다 상담사가 계속 바뀌고, 묻고 답하는 내용도 형식적이라는 느낌이 강해 속 깊은 이야기를 터놓지 않는 편"이라고 말했다.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소방본부도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소방관 특수 근무환경에 맞는 정신건강 관리체계 마련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부산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은 화재진압·구급 등 직무 특성을 고려해 상담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소방 특색에 맞는 검진이나 프로그램 연구를 해나가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라고 말했다.

    소방청은 이런 연구와 치료를 담당할 소방복합치유센터를 오는 2022년까지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에 필요한 법적 근거 마련 논의는 국회에서 2년째 맴돌고 있어, 보다 적극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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