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블리즈컨2018에서 중국 넷이즈게임과 손 잡고 모바일게임 '디아블로 이모탈' 출사표를 던졌다가 유저들의 맹비난을 받아야 했던 블리자드가 오리지널 시리즈를 계승한 PC게임 '디아블로 4'를 공개하자 반응이 가히 폭발적이다. 전작 디아블로3가 나온지 7년만이다.
특히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애너하임에서 열린 블리즈컨19에서 소문만 무성했던 디아블로4(Diablo IV)의 등장은 디아블로 팬들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W), 하스스톤, 오버워치, 콜오브듀티 등 메가 히트작을 보유한 블리자드였지만, 블리즈컨2018에 맞춰 작년 3분기 '콜오브듀티: 블랙 옵스4', '월오브워크래프트: 격전의 아제로스' 등을 출시하고도 흥행 부진, 라인업의 노후화가 계속되면서 월간 활성 사용자수(MAU)까지 감소세를 면치 못했다.
결국 블리자드는 전통의 클래식 판타지 어드벤처, 액션 롤 플레잉(RPG) 게임으로의 회귀를 선택했다. 유저를은 환호로 화답했다. 1996년 1편 출시 이후, 2012년 디아블로3가 출시된지 7년 만이다. 원작을 계승하지만 세월만큼 변화도 적지 않다.
디아블로4는 전작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나 천상과 불타는 지옥의 전투로 수백 만명이 학살된 이후 성역을 배경으로 특유의 섬뜩하고 어두운 세계관과 함께 처음으로 오픈월드(열린 세계) 형태의 지도 구성과 탈 것 시스템 등을 도입했다.
알렌 브랙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사장은 10월 초 '블리츠청' 논란에 먼저 사과입장을 전했다.
그는 "우리 스스로 설정한 기준에 부응하지 못했고, 목표 달성에도 실패했다"며 "비디오 게임이 가져올 수 있는 긍정적인 힘을 우리는 믿는다. 앞으로 역할을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성장세가 주춤하면서 여러 논란까지 겹치자 내부적으로 마음을 다잡는 모양새가 됐다.
작년 10월 블리자드 공동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마이크 모하임의 갑작스런 사임 당시 사실상 쫓겨났다는 설이 파다했다. 액티비전이 블리자드를 인수한 이후 직원들의 연봉이 업계 평균 이하에 열정페이를 강요당하고 복리후생도 후퇴하고 있다는 폭로가 이어졌다. 비용대비 효과를 강조하는 액티비전의 전략이 블리자드의 전통을 흔들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도 했다.
디아블로4는 블리자드 팬들을 다시 소환할 수 있을까.
트레일러와 데모를 접한 업계와 유저의 평가는 새 시리즈의 등장만으로도 기대감이 넘쳤다. 긴 공백만큼이나 변화의 폭도 커졌기 때문이다.
브랙 사장은 "성역은 디아블로 유저들에게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고향으로 자리매김해왔다. 디아블로 시리즈에 대한 뜨거운 열정과 커뮤니티에 대한 깊은 감사의 마음을 담아 디아블로4를 발표한다"며 "새로운 방식의 세계관과 스토리로 확장함과 동시에 유저들이 사랑해 마지않은, 암울하고도 원초적인 디아블로의 게임 플레이로 돌아가게 되어 무척 기쁘다. 하루빨리 더 많은 이들이 디아블로4를 접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참혹한 고어 장르를 표방하는 디아블로4는 바바리안, 소서리스, 드루이드 3종의 직업이 먼저 공개됐다. 직업마다 고유의 정체성 유지하면서도 참신한 플레이가 가능하도록 한 차원 끌어올렸다는 것이 블리자드의 설명이다.
엄청난 괴력과 근접 전투술을 보유한 야만용사 바바리안은 일명 아스널(Arsenal)이라는 새롭고 강력한 시스템을 활용해 한 번에 각기 다른 4개의 무기를 소지하고 전투상황에 맞게 빠르게 바꿔가며 사용할 수 있다.
원소술사 소서리스는 전작의 특성을 활용해 얼음송곳이나 번개 화살을 능숙능란하게 사용하며, 때로는 불타오르는 유성우를 날려 적을 섬멸시킨다.
변신술사이 드루이드는 인간과 늑대, 곰 등 공격중에도 자유롭게 변신술을 사용할 수 있게 진화됐다. 이 외에도 향후 2개의 직업이 추가된다.
몬스터에는 몰락자(펄른), 익사자, 팀 클리어가 유리한 월드보스 등이 등장한다. 시네마틱 영상에 등장한 악마 릴리트의 존재감도 주목된다. 지금의 성역이 있게한 중요한 인물이다. 디아블로2 감시자의 소굴에서 보스로, 디아블로3 영혼을 거두는자에선 간접적으로 등장했지만 디아블로4에서 최종보스로 등장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디아블로3의 전체 지도(오픈월드)를 활용하지만 성역의 비중이 크다. 총 5개의 지역이 나타나며, 치열한 PvP가 지역별로 제공된다. 사용자 지정이 가능한 트리와 기술, 전설 및 세트 아이템이 등장하고, 룬워드 시스템을 통해 수많은 캐릭터 성장과 커스터마이징을 경험할 수 있다. 오픈월드를 자유롭고 쉽게 이동할 수 있는 탈 것이 등장하는 것도 새로운 변화다. 지상에서는 말이 등장하고 공중 탈 것은 추후 공개할 예정이다.
디아블로4의 그래픽은 전작을 계승한만큼 커다란 변화는 없지만 질감과 해상도의 표현이 더 깊어졌다. 시네마틱 트레일러 영상과는 차이가 있지만 게임플레이의 근거리 움직임과 효과에서 보이는 호쾌한 타격감 개선은 눈에 띈다.
한편, PC와 함께 콘솔버전이 함께 출시될 예정이어서 콘솔 플레이어들의 관심도 높다. PC와 콘솔이 연동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예상되고 있다. 모바일 버전은 지난해 공개 이후 사실상 외면을 받은 '디아블로 이모탈'이 새롭게 업그레이드 돼 평가를 기다리고 있다.
디아블로4의 출시일자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지속적인 커뮤니티의 의견을 수렴해 담금질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힌 블리자드는, 열성적인 한국 게이머들을 위해 전작보다 훨씬 많은 양의 전설 아이템을 준비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