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타일에 그려진 소녀들의 얼굴에는 '눈·코·입'이 없었다. (사진=김정남 기자)
사각타일에 그려진 소녀들의 얼굴에는 '눈·코·입'이 없었다.
"왜 눈·코·입은 안 그렸는지 물었을 때 이런 대답이 돌아왔어요. 그 끔찍한 고통을 당하고 눈물범벅이 되셨을 그분들의 얼굴을 도저히 그려낼 수 없다고. 어떻게 그려도 그 아픔을 표현할 수는 없다고..."
타일 속 소녀들은 다름 아닌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
대전 보라매공원에 있는 평화의 소녀상 닦기에 참여한 청소년들이 이 그림들을 그리고, 이렇게 대답했다고 송차연 대전시민공동체 대표는 말했다.
대전에서는 지난 2015년 3월 1일 2377명의 시민과 단체들이 이곳에 평화의 소녀상을 세웠다.
그리고 매월 넷째 주 토요일, 평화의 소녀상으로 모여드는 사람들이 있다.
소녀상의 얼굴을 조심스레 어루만지고, 발을 정성스레 닦고, 따뜻한 양말을 신기는 사람들. '평화의 소녀상 닦기' 봉사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시민과 청소년들이다.
"보이는 눈물은 닦지만 가슴에 맺힌 한, 누가 닦죠?" (사진=김정남 기자)
소녀상 닦기를 처음 시작한 송차연 대표는 첫 봉사를 하던 순간을 이렇게 회상한다.
"피해 할머니들의 눈물을 닦아드리자는 마음으로 다른 봉사자들과 함께 소녀상을 찾았어요. 처음에는 고무장갑을 준비해갔는데 한 분께서 '할머니들의 아픔을 생각하면 맨손으로 하는 게 맞지 않겠느냐'고 해 고무장갑을 벗었어요. 그때가 1월이었는데 어찌나 춥던지요..."그 후로 지금까지 늘 맨손으로 소녀상을 닦는다고 했다.
작은 타일 속에 담는 그림과 손편지는 소녀상 닦기 봉사를 마친 뒤 할머니들을 위한 또 하나의 '기림 활동'이다.
평화의 소녀상을 닦은 지 연말이면 꼭 3년. 3000장의 타일 손편지가 모였다.
이번에 타일 손편지 일부를 전시회를 통해 선보이게 됐다. 소녀상을 닦는 것도, 타일에 저마다 느낀 소회들을 꽉꽉 눌러 담는 것도 피해 할머니들께 작은 위로를 드리고, 무엇보다 '잊지 않기 위해서'라고 했다.
참가자들이 쓴 타일 손편지에도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소녀들을 기억해주세요'와 같은 문구가 많았다.
대전 서구청 1층 로비에서 열리고 있는 위안부 할머니 기림 손편지 전시회. (사진=김정남 기자)
송 대표는 "타일에 담긴 시민들의 마음을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과 나눌 수 있도록, 평화의 소녀상 뒤편 공원에 '소녀의 방'이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회는 오는 18일까지 대전 서구청 1층 로비에서, 19일부터 30일까지 대전 시청역에서 진행된다.
미래세대인 아이들이 남긴 '잊지 않겠다'는 말은 할머니들께 남다른 의미로 전해질 듯하다.
전시회를 보고 나오는데 아이가 꾹꾹 눌러쓴 듯한 글귀가 눈에 밟혔다.
'더이상 아프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할머니 꽃길만 걸어요.'
'할머니 꽃길만 걸어요.' (사진=김정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