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대학가요제' 에서 대상을 수상한 밴드 펄션이 CBS노컷뉴스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큰 무대에 선다는 것 자체로 기뻤는데 대상까지 받게 돼 감격스러웠어요!" 최근 목동CBS사옥에서 만나 인터뷰한 밴드 펄션(pursean) 멤버들은 전통의 스타 등용문인 '대학가요제'에서 대상을 차지한 기쁨과 설렘이 채 가시지 않은 모습이었다. 최홍(기타·본명 최홍민), 심재광(드럼), 박마성(보컬, 기타·본명 박재현), 김범수(베이스) 등 스물두 살 동갑내기들로 구성된 팀인 펄션은 지난달 5일 진행된 '2019 대학가요제'에서 흥겨운 밴드 사운드와 간드러진 보컬이 조화를 이룬 곡인 '너만이'로 관객과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훔치며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물론, 욕심은 있었지만 기대는 하지 않고 있었어요. 공연 때처럼 재밌게 즐겨보자는 생각으로 무대에 임했는데 대상까지 받게 돼 어벙벙 했었죠. (미소)" (최홍), "사실 전 금상 수상자가 호명될 때까지 이름이 불리지 않길래 '아, 떨어졌구나' 싶었어요. 그런데 대상이 저희라고 해서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나네요. 가족들이 앞자리에 앉아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기에 더욱 감격스러웠고요." (심재광)
"인정을 받았다는 기분이 들었어요. 덕분에 앞으로 더 잘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생겼고요" (박마성), "많은 사람들 앞에서 무대를 해보는 게 꿈이었는데 그 꿈을 이룸과 동시에 대상까지 받게 돼 기뻤죠" (김범수)
보컬 박마성.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 위해 활동명을 박마성으로 바꿨다고 한다. (사진=황진환 기자)
리더 겸 기타 최홍. 롤모델은 배정남이라고. (사진=황진환 기자)
펄션은 1년 전부터 내공을 다져온 팀이다. 애초 출발은 최홍과 박마성으로 구성된 듀오였다. 각각 명지전문대 실용음악과와 동아방송예술대 K팝학과에서 꿈을 키운 두 사람은 한 음악 경연대회에서 만나 인연을 맺은 뒤 듀오를 결성했고,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버스킹을 하며 관객과 호흡하는 법을 배워나갔다. 이후 최홍이 뜻이 맞고 실력이 뛰어난 같은 과 친구 재광과 범수를 새 멤버로 영입하며 비로소 지금의 '완전체' 모습을 갖추게 됐다.
"재광이과 범수가 합류한 뒤에는 버스킹과 클럽 공연을 병행했어요. 한국의 인디록씬이 죽어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펄션이라는 팀을 좋아하게 만들 수 있을까 하며 고민한 끝에 내린 결론이 최대한 더 많은 곳에서, 더 많은 분들에게 우리 무대를 보여주자는 거 였거든요" (최홍), "눈이 오고, 찬바람이 불고, 심지어 공연을 보는 사람이 없어도 저희는 항상 노래를 하고 연주를 해왔어요" (박마성)
그렇게 펄션은 차근차근 성장의 길을 걸었다. 팬이 하나 둘씩 늘어나더니 어느새 '퍼플리'(펄션+러블리)라는 팬클럽이 결성됐고, 지난 9월에는 화성시문화재단이 주최한 '라이징스타를 찾아라'에서 1위를 차지하며 실력과 잠재력을 인정받았다. 이런 가운데, 팀을 더 알려보자는 생각으로 도전장을 낸 '대학가요제'에서 대상까지 받았으니 그야말로 성장세에 날개를 단 셈. 상금으로 3천만 원은 받은 덕분에 마음 편히 음악 활동을 펼치기도 훨씬 수월해졌다.
베이스 김범수. '모델을 해도 되겠다'고 하니 수줍게 웃어 보였다. (사진=황진환 기자)
드러머 심재광. 어렸을 때부터 록스타를 꿈꿨다고. (사진=황진환 기자)
"상금을 받기 전까지 통장에 잔고가 1300원밖에 없었어요. 입금이 되고난 뒤 돈이 없어서 못 사먹었던 초코바 5개를 한꺼번에 사먹었는데 정말 꿀맛이더라고요. (미소). 또, 그동안 우동집, 국수집, 만두집 등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음악을 병행했는데, 상금 덕분에 음악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돼 행복해요" (박마성), "전 상금을 미디 (MIDI) 음악을 배우는 데 쓰고 있어요. 열심히 공부해서 조금 더 트렌디한 음악, 색다른 음악을 만들어내 보려고요" (최홍)
"전 본가가 인천인데 상금을 보증금에 보태서 서울에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으려고 해요. 지금은 동기 친구 집에 얹혀살고 있거든요" (김범수), "전 드럼 셋을 살 예정이에요. 이전까지는 자주 쓰는 합주실에서 장비를 빌려서 써 왔는데, 앞으로 개인 장비를 많이 살 수 있을 것 같아 기뻐요" (심재광)
'대학가요제' 대상 수상은 펄션 멤버들의 음악 열정에 불을 제대로 지피는 계기가 된 듯하다. 실제로 멤버들은 대상의 달콤함에 취해있지 않고 그 타이틀에 걸맞은 팀이 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리더인 최홍은 펄션의 회의록이 빼곡하게 적혀있는 노트를 펼쳐 보이며 펄션이 지향하는 음악과 앞으로의 활동 계획 등을 자신 있게 이야기했다.
(사진=황진환 기자)
"일단 저희 모두 20대인만큼, 20대의 솔직한 감정을 담은 공감력 높음 음악을 만들어나가자는 데 뜻을 모았어요. 트렌디하면서도 색다른 음악을 하는 새로운 이미지의 밴드가 되겠다는 목표도 잡았고요. 다만, 조바심은 갖지 않기로 했어요. 부정적인 마음가짐은 버리고 그동안 해왔던 대로만 열심히, 꾸준히 해나간다면 무조건 잘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음악 활동을 이어나가보려고 해요" (최홍)
'레드오션'(경쟁시장)과 '블루오션'(미개척시장)의 장점만을 가진 새로운 시장을 뜻하는 용어인 '퍼플오션'에서 착안한 팀명처럼, 펄션은 넓은 음악 스펙트럼을 바탕으로 자신들만의 음악 색깔을 만들어내 '20대를 대표하는 밴드'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다. 아직 스물 둘 청춘인 만큼, 밴드 활동 이외에도 도전해보고 싶은 게 많은 멤버도 있다.
"슈퍼스타가 되는 게 최종 목표에요. 자신감이 있기에, 그렇게 될 거라고 믿고 있어요" (박마성),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공연해보고 싶어요. 펄션의 도전은 앞으로도 계속 될겁니다" (김범수), "전 개인적으로 예능과 연기 욕심도 가지고 있어요. 경북 영천 출신이라 농촌에서 촬영하는 예능을 하면 진짜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경운기도 잘 몰거든요. (미소). 롤모델은 배정남 형님이에요" (최홍), "전 평생 음악을 하고 싶습니다! (일동 웃음). 앞으로 유명한 TV 프로그램에도 많이 출연해서 펄션의 인지도를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할 테니 지켜봐주세요" (심재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