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오른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전국 26개 지역구가 통·폐합된다는 분석 결과에 대해 여야 의원들은 '과연되겠냐'면서도 불안해하는 모습이다.
선거구에 변화가 생기면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를 잃거나, 지역구 범위 자체가 늘어나는 등 변수가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여당은 지역구를 3석만 줄이는 250석안까지 검토하고 있지만, 자유한국당은 물론이고 정의당이나 민주평화당, 무소속 의원 등 이른바 '캐스팅 보트'까지도 반대 입장을 나타내면서 선거법을 협상 국면이 더욱 꼬이는 모양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지역구획정위원회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 올 1월 인구를 기준으로 인구 하한선에 미달하는 지역구는 26곳이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원내 모든 정당이 대상이 된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각각 10곳, 바른미래당은 2곳, 무소속 의원들은 4곳이 해당한다.
현재 본회의에 부의 예정인 선거제 개편안에 따르면 지역구를 현행보다 28석 줄인 225석, 반대로 비례대표는 75석을 늘린 안이다. 총 지역구 수가 줄어들면서 각 지역구에 배분되는 인구의 상.하한선이 달라지고, 이에 따라 통폐합되는 지역구가 생길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은 이미 예견돼 온 일이지만, 여야 의원들은 '과연 되겠냐'면서도 선거법이 어떻게 개정될지 아직 알 수 없는 상황이 이어져 불안함이 큰 상태다.
조정 대상에 든 수도권 지역구 의원은 "지역구가 패스트트랙 안 대로 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지역구가 어떻게 합쳐지고, 분리될지 알 수 없으니 불확실성이 커진 것은 사실이다.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은 "지역구 축소에 대한 의원들의 우려를 지도부도 알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지도부 결정에 반대할 의사는 없지만, 조금 더 지켜볼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호남권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한 의원은 "지역구가 이렇게 줄어드는 데 이대로 통과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유일한 방법은 의원정수 확대인데, 민주당이 결단을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지역구가 줄어듦에 따라 여야 의원들의 반발이 크자, 여당은 패스트트랙 선거법에 대해 조정을 시도하고 있다.
240(지역구):60(비례대표)안부터, 여기서 더 나아가 250:50안까지 검토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구 축소를 최소화한 250석으로 한국당을 포함한 야당들을 설득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조정 안의 경우도, 적지 않은 반대가 도사리고 있다. 지역구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지역구 240석안의 경우 인구수 인구하한에 미달하는 지역구는 14곳으로 줄어든다. 또 250석안은 6곳이 조정대상이 된다.
한국당 소속 영남권 한 의원은 "한국당 입장에서는 비례대표를 늘리는 것에 동의하기 어렵다"며 "조정안을 가지고 온 다 해도 지금으로선 합의해 줄 수 없는 입장이 아니"라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게다가 정의당이나 민주평화당의 입장에서도 지역구를 지키느라 애초 선거법 개정의 취지를 못살렸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비례의석이 고작 13석이 늘거나, 3석만 늘어날 뿐이라서 비례성을 늘리는 데 별로 도움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의당은 조정안으로 검토 중인 지역구 240석안과 250석안에 대해 "합의안에서 후퇴하는 것"이라며 "정의당은 단호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냈다.
패스트트랙에 동참했던 무소속 이용주 의원은 "의원정수 확대를 하지 않으면 지역구가 너무 많이 줄어 지역대표성이 악화된다. 수용할 수 없다"며 "현재 검토되고 있는 수정안들(지역구 240~250)도 애초 취지에서 벗어나 동의할 수 없다. 차라리 현행으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여당 입장에서는 패스트트랙안대로 갈 경우 여야를 막론한 지역 의원들의 반대를 이길 수 없고, 지역구를 덜 줄이는 조정안도 충분한 동의를 얻을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여당으로서 캐스팅보트가 될 여야 4당 공조를 지키면서도, 지역구 의원들을 어느 정도 설득할 수 있는 안에 대한 막판 협상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하지만 양측을 모두 만족시키는 안은 의원 정수 확대밖에 없어 여당의 고심은 깊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