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앞두고 극단적 선택을 한 검찰 수사관 A(48)씨가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에서 근무할 때 지인에게 "민정비서관실이 주먹구구로 가고 있다"며 고충을 토로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민정이 주먹구구로 가고 있다" 친한 정부 부처 관계자에게 토로
A씨와 평소 친분이 있어 민정비서관실 재직 시절 수차례 만났다는 한 정부 부처 고위 관계자는 4일 CBS노컷뉴스 취재진에게 "지난해 가을쯤 '민정이 주먹구구로 가고 있어 힘들다'는 취지로 말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A씨는 검찰에서도 착한 심성으로 열심히 일만하던 분이었다. 결국 그런 능력을 인정받아 청와대로 간 것"이라면서 "비고를 듣고 너무 안타까웠다"고 밝혔다.
A씨가 숨지기 전 받았을 압박에 대해서는 "민정에서 했던 일에 대해서는 원소속 복귀 후 발설하면 안 된다. (검찰에서) 그런 종류의 압박이 있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A씨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산하에서 근무했지만, 이른바 '창성동 별관'에서 파견 경찰관 1명과 함께 '별동대'로 정보 수집 활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2월 검찰에 복귀한 A씨는 8월부터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에 배치됐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비위 사건을 맡은 부서다.
A씨는 지난 30일 유 전 부시장 비위 사건과 관련해 서울중앙지검의 참고인 조사 출석을 몇시간 앞두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앞서 A씨는 울산지검에도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A씨가 지난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울산에 내려가 김기현 전 울산시장 수사 관련 사항을 챙긴 것으로 보고 이를 집중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울산지검 조사 이후 주변에 "앞으로 힘들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청와대는 지난 2일 "고인은 고래고기 사건으로 울산에 내려간 것"이라며 "울산시장 사건과 전혀 관계가 없다.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을 받는 특감반원이라고 고인을 지칭하는 건 허위이고 왜곡이다"고 밝혔다.
◇자필 유서는 9장…윤석열에 "죄송하다, 가족 배려 부탁한다, 건강하시라"
(사진=연합뉴스)
A씨는 숨지기 전 A4용지로 총 9장의 유서를 남겼다고 알려졌다. 5장은 부인과 자녀 등 가족, 3장은 친구와 지인들, 마지막 1장은 윤석열 검찰총장 앞으로 썼다. 각 장마다 3줄 정도씩 짧은 글이 적혀있었으며 감정이 격해져서인지 매우 휘갈긴 글씨였다고 전해진다.
이 중 윤 총장에게 남긴 메모는 '죄송하다', '가족들의 배려를 부탁한다', '건강하시라' 등 총 세 줄인 것으로 확인됐다.
유서 내용을 두고 일각에서는 A씨가 검찰 조사 과정에서 심리적 압박을 받은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그가 서울중앙지검 검찰 조사를 앞두고 있었고, 민정실에서 근무할 때의 일을 진술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적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반대 시각도 있다. A씨가 청와대 관계자로부터 '유재수 전 부시장의 수사내용을 알려달라'는 요구를 받아 평소에 압박감을 느꼈다는 의혹도 야권에서 제기됐다.
검찰은 지난 2일 서울 서초경찰서를 압수수색해 A씨의 휴대전화를 확보했다. A씨의 휴대전화에 사망 경위와 민정수석실과의 접촉 등 중대한 내용이 담겨 있을 것으로 보여 포렌식 분석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