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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상 이어 항일거리 현판…철거에 고심하는 부산 동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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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녀상 이어 항일거리 현판…철거에 고심하는 부산 동구

    시민단체가 설치한 항일거리 현판 조형물
    부산 동구, 지난달 이어 두 번째 계고장 보내고 "4주 안에 철거하라"
    평화의 소녀상·강제징용노동자상 때와 달리 '대화' 의지 공식화
    시민 "소녀상 되니 박정희 동상도 문제없지 않느냐" 주장도
    '철거할 수도, 허가할 수도 없는 상황' 고민 드러났다는 분석도

    부산 동구가 일본영사관 주변에 설치된 '항일거리 현판'을 자진 철거할 것을 요구하는 2차 계고장을 부산지역 시민사회단체에 발송했다.

    평화의 소녀상 등 일본 영사관 주변에서 발생한 갈등에 물리력을 동원했던 과거와 달리 대화로 상황을 해결하려는 의지와 여러 고민이 여실히 드러난 결정이라는 분석이다.

    ◇ 2차 계고장 발부하고 '4주 뒤' 철거 예고…대화 가능성 열어두고 신중한 결정

    부산 동구 정발장군 동상 앞에 설치된 항일거리 현판. (사진=송호재 기자)

     

    부산 동구는 최근 부산지역 시민사회단체에 계고장을 발송해 동구 정발 장군 동상 앞에 설치한 항일거리 현판 조형물을 자진 철거할 것을 요구했다고 18일 밝혔다.

    동구는 항일거리 현판이 명백한 불법에 해당한다며 다음 달 13일까지 현판을 철거하지 않으면 행정대집행을 통해 강제 철거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앞선 지난달 29일 동구는 첫 번째 계고장을 발부하고 지난 12일까지 현판을 철거하라고 요구했다.

    구는 당시에도 기간 안에 현판을 철거하지 않으면 물리력을 동원하겠다고 경고했다.

    시민단체는 이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강제집행 대신 다시 한번 계고장을 발송하고 4주에 달하는 비교적 긴 말미를 준 셈이다.

    동구는 지난해 강제징용노동자상 설치 당시에도 두 차례 계고장을 발송했다.

    하지만 경고 기간을 다 합쳐도 20여 일에 불과했고, 노동자상을 설치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실제 강제집행에 나서 노동자상을 철거한 바 있다.

    2016년 말에는 부산 동구 일본영사관 앞에 평화의 소녀상이 설치되자마자 철거했다가 뭇매를 맞고 반환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이번 결정은 일본 영사관 주변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태에 강경 대응했던 과거에 비해 비교적 조심스러운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지난해와 달리 올해 일본 경제 침략에 따른 반일 감정이 격해지고 한일 양국 외교 문제도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등 안팎의 상황을 고려했다는 분석이다.

    외교 공관인 일본영사관과 직선거리로 100m 이상 떨어져 있어 외교에 미치는 영향이 비교적 크지 않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시민단체가 항일거리 현판을 놓고 대화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혀온 것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 '불법' 규정한 항일거리 현판 허가하기엔 명분 부족…고민만 계속

    부산 동구청. (사진=송호재 기자)

     

    한편에서는 이미 불법으로 규정한 항일거리 현판을 방치할 수도, 철거할 수도 없는 구청의 난처한 입장이 그대로 드러났다는 해석도 있다.

    지역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보수단체 회원이라고 주장하는 한 남성이 구청 앞에서 1인 시위를 열고 "일본 영사관 주변에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을 세우겠다"며 이를 허가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해당 남성은 평화의 소녀상과 강제징용노동자상 등 조형물을 사실상 허가한 만큼 자신이 세우려는 전 대통령 동상도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구 입장에서는 국민 정서를 이유로 시민단체가 설치한 조형물만 용인하기 어렵고, 그렇다고 또 다른 불법 조형물을 허가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부산 동구 관계자는 "항일거리 현판이 현행법상 불법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지만 물리력을 동원해 강제로 철거하기보다는 함께 해결책을 찾자는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라며 "현판을 설치한 단체에서도 의지를 밝힌 만큼 시간을 두고 충분한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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