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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0억 투자 사기단 잡은 주부 "그들은 간접 살인마였다"

사회 일반

    550억 투자 사기단 잡은 주부 "그들은 간접 살인마였다"

    3개월에 20% 수익 보장, 지인 말에 홀려
    금감원, 경찰 찾아갔지만 "피해자 모으라"
    70대 할머니도 빚내서 투자했는데..
    필요 이상 수익 보장은 모두 허구일뿐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익명 (피해자 주부)

    피해자만 2500명. 피해 금액 550억 원. 최근 재판에 넘겨진 다단계 투자 사기단이 벌인 사기 행각의 내용입니다. ‘우리는 정식 투자 회사다. ELW 자동 매매 프로그램에 투자하시면 투자 금액에 따라 매주 6% 이자를 주겠다.’ 이렇게 투자자들을 모았다는데요. 알고 보니까 돌려막기로 운영되는 다단계 사기 회사였습니다.

    피해자들은 경찰에 신고를 했지만 도무지 잡힐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한 주부가 직접 나서서 이 사기단을 추적하고 2000장이 넘는 증거를 모아서 결국 1년 5개월 만에 사기단을 법정에 세웠습니다. 얼마 전에 첫 공판이 열렸는데요. 이 주부의 얘기 직접 좀 들어보죠. 익명으로 연결합니다. 안녕하세요?

    ◆ 피해자> 안녕하세요.

    ◇ 김현정> 사건을 좀 들여다보죠. 어떻게 처음에 투자를 하게 되신 거예요?

    ◆ 피해자> 지사장이라는 직급을 가진 분이 제가 아는 동생하고 또 지인이에요. 그냥 한번 인사하라고, 처음에는 이런 목적으로 오지는 않았었어요.

    ◇ 김현정> 아는 언니 하나 소개시켜준다고요.

    ◆ 피해자> 네. 그래서 그냥 집 옆에 있는 공원에 그냥 잠깐 슬리퍼 신고 나간 게 이렇게 연결이 돼 버린 거예요.

    ◇ 김현정> 그냥 슬리퍼 신고 수다 떨러 나갔다가, 이런 투자처가 있다는 얘기를 들으신 거예요?

    ◆ 피해자> 네. 그때 저는 아들이 운동을 하는데 고등학생이 되면 돈이 많이 들어간다는 얘기를 듣고 이런 기회에 장만을 해 놓으면 낫겠다 싶어서 했지, 막 돈 욕심내고 그렇게 살지 않았거든요.

    다단계 투자사기 피해 내용을 담은 공소장 (사진=피해자 제공)

     

    ◇ 김현정> 뭐라고 설명을 하면서 투자를 권유하던가요?

    ◆ 피해자> 예를 들면 1000만 원이면 매주 100만 원씩 12번을 준다고 그랬어요. 그러니까 3개월에 20%가 되는 거죠. 한 달로 치면 6~7%예요.

    ◇ 김현정> 한 달에 6에서 7% 수익이 나도록 프로그램이 돼 있는 주식 투자다. 이렇게 설명을 들으셨어요?

    ◆ 피해자> 네.

    ◇ 김현정> 요새 은행에다가 돈 넣어봤자 이자 돌아오는 거 별로 없는데, 여기는 넣어놓기만 해도 된다. 이 말을 어떻게 믿으셨어요?

    ◆ 피해자> 사람이 급박한 상황이 되고 또 아는 지인을 통하면 평소에 그 사람에 대한 인식이 좋게 있던 상황에서 만나다 보니까 또 실제로 보고 대화를 하다 보니까 더 신뢰가 간 거예요. 지인을 믿은 게 1번이고 그다음에는 돈이 이렇게 잘 들어온다는 말에 그쪽에 혹하고 믿게 돼요.

    ◇ 김현정> 실제로 처음에는 돈이, 수익이 들어오던가요?

    ◆ 피해자> 네. 사건이 터지기 전에 몇 번은 나왔었죠.

    ◇ 김현정> 그러다가 ‘어, 이거 뭔가 이상하다’라고 느낌이 온 건 언제에요?

    ◆ 피해자> 2018년 7월 22일에 딱 지급 정지가 된 거예요.

    ◇ 김현정> 지급 정지가 됐다는 건 더 이상 돈이 들어오지 않았다는 말씀이세요?

    ◆ 피해자> 그렇죠. ‘회사에 사정이 생겨서 좀 늦겠다’고 그러면서 자꾸 늦어지니까 사람들이 가만히 안 있잖아요. 그러니까 확약서 같은 서류도 적어주고 그랬었어요. 그런데 제가 이거 좀 이상하다라고 생각하고 8월 5일에 제가 금감원에 신고를 했어요.

    ◇ 김현정> 그러면 금감원에서 여기에 대해서 조사를 하고 이렇게 해 줄 거라고 기대했는데 별 소득이 없었습니까? 어떡하다가 직접 나서셨어요?

    ◆ 피해자> 금감원에 신고를 하고 정말 바로 잡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아무 소식이 없어서 제가 금감원에 ‘왜 이렇게 안 하냐?’ 하니까 그렇게 빨리 덤벼서는 찾지를 못한대요. ‘아니, 그러면 내가 신고할 이유가 뭐 있냐?’ 그 소리까지는 했었어요. 해결 안 해 주고 하니까 또 우리 투자자 중에 개인이 답답하니까 경찰서에 고소를 하러 간 사람도 여러 명이 있었어요. 그런데 경찰서에서 유사 수신 이 자체가 워낙 광범위하고 규모가 크다고 접수를 안 받는 거예요.

    ◇ 김현정> 경찰서에서는 아예 접수도 안 받았어요?

    ◆ 피해자> 네. 그러면서 ‘이거 이렇게 해가지고는 안 된다. 혼자서는 안 된다. 여러 명을 모아서 해라.’라고 했어요.

    피해자가 확보한 다단계 사기단의 비상대책위원회 녹취록 (사진=머니투데이, 최동수 기자)

     


    ◇ 김현정> 모아와라.

    ◆ 피해자> 그리고 이렇게 증거 자료도 없이. 왜냐하면 일반인들은 증거 자료가 없어요. 증거 자료가 계약서, 입금 확인서 이 정도밖에 없어요.

    ◇ 김현정> 그걸 밝혀주는 곳이 경찰일 텐데 모아서 와야 신고를 받아준다? 이렇게 된 거예요?

    ◆ 피해자> 네. 제가 그 자료를 토대로 사람들을 모으기 시작했어요. 그때 겨울이었어요. 너무 힘들었어요. 정말 이 자료들을 들고 어깨에 메고 집에 돌아오면 어깨가 아프고 또 27명의 자료를 방바닥에다 착 놓고 자료 정리하고 이름 찾고. 피해자들 지역도 다 흩어져 있고 너무 광범위하다 보니까, 전부 온라인으로 해결해야 되니까 정말 힘들었었어요.

    ◇ 김현정> 변호사라든지 전문가 도움을 받을 생각은 안 하셨어요?

    ◆ 피해자> 했죠. 그런데 너무 비용이 비싸니까 엄두가 안 나더라고요. 그리고 피해자들이 다 비슷하게 그나마 모아놓은 돈. 예를 들면 퇴직금이나 다들 빚을 낸 사람이 너무 많아요. 우리가 모르지만 암암리에 세상을 등진 사람도 있고. 견딜 수 있는 상황이 못 되니까 그냥 세상을 등져버려요.

    ◇ 김현정> 그런 사람까지 나타났어요. 그런데 보니까 고소인이 27명밖에 안 돼요. 지금 투자자, 투자 피해자가 2500명이 넘는데 어떻게 27명밖에 안 됩니까?

    ◆ 피해자> 왜냐하면 다단계가 피라미드식이잖아요. 저도 지사장만 알지 다른 사람은 전혀 알 수가 없는 거예요.

    ◇ 김현정> 아, 사실 서로서로 모르는 거군요.

    ◆ 피해자> 연결이 안 됩니다. 다단계 특성이에요.

    ◇ 김현정> 지금 들으시는 분 중에 이런 생각하시는 분 계실 거예요. ‘아니, 일확천금을 노리고 투자를 한 거 아니냐. 그렇다면 이건 피해를 당해도 할 말 없는 거 아니냐. 특히 빚까지 내서 투자했다니. 이건 개인의 판단 착오 아니냐?’ 뭐라고 답하시겠어요?

    ◆ 피해자> 사람이 이렇더라고요. 왜 옛날에도 도둑 들려면 개도 안 짖는다는 말이 있잖아요. 피해자 중에서도 증권 회사 20년 넘게 다니신 분도 있어요. 그분도 저랑 똑같이 마찬가지예요.

    ◇ 김현정> 사기꾼이 마음 잡고 사기를 치면 증권 회사 20년 다닌 전문가도 속을 수 있다. 이게 남의 일이 아니라는 거. 이 얘기를 좀 세상에 알리고 싶으신 거예요?

    ◆ 피해자> 네.

    ◇ 김현정> 알겠습니다.

    ◆ 피해자> 또 척추 장애인 할머니가 있어요. 74살인가 됐는데 그 할머니가 ’도청 공무원인 나도 이렇게 하고 있다. 너희들 투자해라.’ 이렇게 들은 거예요.

    ◇ 김현정> 그 할머니는 공무원 추천이었어요?

    ◆ 피해자> 네. 그 할머니가 하는 말이 제주도청 공무원이 제주말로 내가 누굴쑬까? 나만 믿으라 하니 안 믿겠어요? 그래서 지금 그 할머니 빚이 1억 2500인데요. 집을 담보로 해서 집까지 경매로 갔어요.

    ◇ 김현정> 지금 피해자 가운데 이런 사연을 가진 분이 한두 분이 아닐 텐데. 어떻게 보면 좀 스스로 세상에 드러내기 부끄러운 이야기일 수 있는데 이렇게 오늘 나서서 인터뷰를 하시는 건 나와 같이 속는 사람이 또 생기지 말아야겠다. 이런 생각으로 오늘 결심하신 거잖아요?

    ◆ 피해자> 네.

    ◇ 김현정> 끝으로 꼭 하고 싶은 말씀해 주십시오.

    ◆ 피해자> 이 사기꾼들은 그냥 사기꾼이 아니에요. 간접 살인마들입니다. 이 일로 인해서 죽는 사람들이 많이 생기고 가정 파탄 나고 얼마나 많은 피해를 양상하는지 몰라요. 그리고 또 그 직급들. 본부장, 지사장 하는 사람들 있잖아요.

    ◇ 김현정> 중간 라인들.

    ◆ 피해자> 이 사람들은 여태까지 처벌이 너무 약했었어요. 거의 처벌이 없었다고 봐야죠.

     

    ◇ 김현정> 이런 사건 터질 때마다 그래요?

    ◆ 피해자> 중간모집책들은 터지면 다른 데 가서 또 해야지 하고 옮겨 다닙니다. 제가 조사를 하면서 사례를 많이 봤어요.

    ◇ 김현정> 그 중간책들이 이 사건 터지고 나면 비슷한 다른 회사로 또 옮겨가서 그 역할을 해요?

    ◆ 피해자> 네. 그러니까 필요 이상의 수익을 창출한다라는 건 다 허구다.

    ◇ 김현정> 다 허구다.

    ◆ 피해자> 전부 다 그쪽 말을 믿지 말고 냉철한 판단을 다시 한 번 더 해야 될 것 같아요, 모두 다.

    ◇ 김현정> 이 부분이 아주 중요합니다. 쉽게 벌 수 있는 돈이라는 건 없다. 아무리 철석같이 믿는 지인의 권유더라도 꼭 다시 한 번 생각하고 자신이 판단해야 된다는 말씀. 1년 5개월 동안 고생하셨고요. 아무튼 재판 잘 끝내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마땅한 처벌받을 수 있기를 저도 지켜보겠습니다. 여기까지 말씀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피해자> 감사합니다.

    ◇ 김현정> 550억 원 투자 사기단을 1년 5개월 동안 뛰어다니면서 결국 검거해낸 분입니다. 피해자 분, 오늘 익명으로 연결했습니다.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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