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연합뉴스)
클럽 '버닝썬 사태'가 불거진 지 약 1년 만에 사건의 핵심에 있던 가수 승리가 2번째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는다. 그간 유착 의혹이 불거진 경찰과 마약사범들에 대해서는 대부분 1심 판결까지 나왔지만 성범죄와 상습 성매매 의혹 등은 아직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
13일 서울중앙지법 송경호 영장전담부장판사는 오전 10시 30분부터 승리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다. 검찰이 적용한 혐의는 상습도박·외국환거래법 위반·성매매처벌법 위반·성폭력특별법 위반 등 7개다.
처음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은 지난해 5월 성매매 알선 등의 혐의로 승리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됐다. 당시 법원은 "주요 혐의에 대한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범죄혐의 자체도 인정하지 않았다.
버닝썬 사태는 지난해 1월 제보자 김상교씨가 버닝썬에서 몸을 가누지 못하는 여성이 남성에 의해 끌려가는 모습이 담긴 CCTV를 공개하며 드러났다. 김씨는 버닝썬 내에서 강간약물인 일명 '물뽕(GHB)'이 쉽게 제공되고 이를 이용한 성폭력이 만연하다고 폭로했다.
그러나 지난 1년간 주요 관련자들에 대한 구속과 기소가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성범죄 혐의가 적용된 사례는 아직 없다. 이에 이날 법원이 승리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거나 기각하면서 성범죄 등 혐의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성범죄 외에 마약이나 경찰의 알선수재 혐의들에 대해서는 법원에서도 실형이 선고되는 등 비교적 중한 처벌이 나오고 있다.
버닝썬(사진=연합뉴스)
지난해 3월 가장 먼저 재판에 넘겨진 전 버닝썬 직원 조모씨는 마약혐의로 지난달 6일 징역 4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조씨의 마약 투약과 밀수 혐의를 모두 유죄로 보고 "다른 사람에게도 마약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중형 선고 배경을 밝혔다.
마찬가지로 마약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문호 버닝썬 공동대표는 1심에서 집행유예형을 받고 풀려났다가 2심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이 선고돼 다시 법정에서 구속됐다. 재판부는 "범행의 온상이 될 여지가 다분한 '버닝썬'의 실질적인 운영자로서 범죄 예방에 주의를 기울였어야 함에도 유흥업소 등지에서 마약 범행을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버닝썬의 비리를 눈감아주거나 단속 정보를 사전에 제공한 혐의로 기소된 전직 경찰관 강모씨도 지난해 8월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이른바 '승리 단톡방'에서 '경찰총장'으로 불린 윤규근 총경은 알선수재·직권남용·자본시장법 위반·증거인멸 교사 혐의로 기소돼 지난 7일 첫 재판에 나왔다.
버닝썬 사건과 관련해 대응해 온 한 여성단체 관계자는 "단톡방에서 증거가 발견된 가수 정준영·최종훈 등은 그나마 재판을 받게 됐지만 버닝썬 안에서 은밀히 자행된 성폭력이나 상습적인 성접대는 아직 기소조차 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약물로 정신을 잃은 여성은 증거가 없고, 성접대에 동원된 여성은 성매매 범죄 혐의자로 같이 검찰에 넘겨진다"며 "드러난 문제 수위에 비해 수사와 처벌은 답보 상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