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P=연합뉴스
이란이 지난 8일 이라크의 군사기지에 주둔 중인 미군을 향해 미사일 공격을 실행한 직후, 추가 보복은 없을 것이라고 이란 주재 스위스 대사관을 통해 미국 측에 곧바로 비밀 전문을 보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란의 미사일 공격에 대한 맞대응을 준비 중이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은 불과 5분만에 이 메시지를 전달받았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추가 대응 없이 다음날 대국민 연설에서 “이란이 물러서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군사대응이 아닌 경제제재를 부과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1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즈(NYT)는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제거 작전 이후 미국과 이란이 전쟁 직전까지 갔던 긴박한 상황을 심층취재해 보도했다.
기사에 따르면, 이란은 솔레이마니 제거 작전에 대한 보복으로 이라크 주둔 미군에 대한 미사일 공격을 준비했고, 미국 국가정보국(NSA)은 위성과 통신감청 등을 통해 미사일 공격 징후를 미리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미사일 공격이 시작됐고, 이라크 알 아사드 기지에 주둔 중인 미군 2천여명은 사전 경보를 받고 이미 대피소에 피신한 뒤였다. 미군 인명피해가 없었던 이유다.
트럼프 대통령과 참모들은 이미 이란의 보복 공격에 대응한 맞보복으로 이란의 석유와 가스시설, 지휘통제선 등에 대한 반격 계획을 갖고 있었다고 NYT는 보도했다.
그러나 미사일 공격 직후 이란 지도부는 테헤란 주재 스위스 대사관에 더 이상의 보복은 없다는 메시지를 보냈고, 스위스 대사관은 이 내용을 암호화된 팩스를 통해 즉시 워싱턴 주재 스위스 대사관으로 보냈다.
불과 2분 뒤에 브라이언 훅 미 국무부 이란 특별대표에게 내용이 전달됐고, 이는 즉시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에게 전달됐다.
이란이 테헤란 주재 스위스 대사관에 메시지를 보낸지 불과 5분 만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내용이 전달됐다고 신문은 전했다.
반격을 준비하던 트럼프 대통령에게 1991년 걸프전 참전 경험이 있는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이 “일단 침착을 유지하자. 공은 우리에게 넘어왔고, 서두를 필요가 없다. 일단 좀 더 숙고할 시간을 갖자”고 조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숙소로 돌아올 즈음 미군 사상자가 없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트럼프 대통령은 즉시 자신의 트위터에 이 소식을 전하면서 “모든 것이 괜찮다(All is well)!”고 밝혔다.
그는 다음날 백악관에서 대국민 연설을 하면서 이란을 테러 지원국으로 강하게 비난하기는 했지만, “이란이 물러서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하면서 군사 대응 대신 추가적인 경제제재를 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란과의 일촉즉발 전쟁위기가 가라앉는 순간이었다.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이란이 물러서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하면서 스위스 측에서 전달한 비밀 메시지의 존재를 언급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기사에 따르면 솔레이마니 사령관에 대한 제거 작전은 지난 18개월 동안 진행돼 왔으며, 그가 자주 방문하는 시리아와 이라크 등에 정보원을 심어 그의 동선을 면밀히 파악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문은 솔레이마니 제거 작전으로 촉발된 ‘전쟁으로 향하는 행진’은 일단 멈췄다면서도, 위기가 사라졌다고 진단하기는 힘들며 몇 개월 안에 이란이 재정비해 반격할 방안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불씨는 완전히 꺼지지 않았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