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21대 총선을 앞두고 문재인 청와대 출신 인사들이 무더기로 출사표를 던지면서 이들의 이력 표기를 두고 더불어민주당 내 이견이 격화되는 모양새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당 지지율을 상회하고 있는 상황에서 청와대 근무 이력을 쓸 경우 경선에서 유리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는 당내 일각의 의견에 이를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한 지도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청와대와 여당에 따르면 현 정부 청와대 출신 중 오는 4월 총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거나 출마 여부를 타진하는 인원은 무려 70여명에 달한다.
윤영찬 전 국민소통수석과 권혁기 전 춘추관장 등 일찌감치 지역 민심 얻기에 나선 인사가 있는가 하면, 윤건영 전 국정기획상황실장 등 최근 청와대에서 나온 인사들, 고민정 대변인 등 출마를 고심 중인 인사들 등 다양하다.
이처럼 많은 청와대 출신 인사들이 총선 출마에 나서는 원인 중 하나로는 임기가 반환점을 돌았음에도 여전히 40% 후반을 달리는 높은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꼽힌다.
여기에 야당 지지율이 여당보다 지지율에서 크게 뒤지면서 선거판이 전체적으로 여권에 유리한 점도 출마 의지를 갖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또 민주당이 신인 가점을 최대 20%까지 주는 공천 기준을 일찌감치 정한 것도 선출직에 처음 출마하는 청와대 인사에게는 매력 포인트가 됐다.
청와대로서도 대통령과 인연이 있는 인물이 국회에 대거 진출할 경우 향후 국정 동력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크게 만류하지 않는 분위기다 보니 너도나도 출마의 적기로 판단하게 된 셈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13일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보니 기존에 정치의 꿈을 가지고 있던 청와대 인사들로서도 이번 총선을 기회라고 생각을 하는 것이 당연할 것"이라며 "당에서도 여권의 한 축인 청와대 출신의 출마를 만류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자 여당 내에서는 전례 없는 무더기 청와대 출신 인사들의 출마에 다소 경계하는 모습이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이 입법부를 측근들로 채우기 위해 특혜를 주려한다는 인상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후보들마다 너도나도 '문재인 마케팅'에만 열을 올릴 경우 자칫 후보 개인의 실수나 잘못으로 인한 좋지 못한 인상이 문 대통령에 악영향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때문에 당내 일각에서는 경선에서 후보자를 수식하는 문구에 '문재인 청와대 OOO'과 같은 내용을 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의 복심 중 한 명인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최근 장관 불출마로 공석이 된 지역구에 청와대 출신 인사들이 공천을 받을 경우 특혜로 비춰질 수 있으니 심사를 꼼꼼히 해야 한다는 우려를 표하거나, 청와대 출신 출마자들이 너무 많다고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또 이들과 지역구에서 경쟁이 불가피한 청와대 출신이 아닌 예비후보자들이나 현역 의원들도 당내 경선에서 청와대 출신들만 '프리미엄'을 누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의 한 수도권 의원은 "문재인 청와대 출신이더라도 공정하게 경선을 하려면 이미 지난해 초에 청와대에서 나와 권리당원 모집 등 민심을 얻기 위한 경쟁을 펼쳤어야 한다"며 "문재인 청와대 이력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세부적인 경선 룰을 결정할 당 선거관리위원회가 채 꾸려지지 않았음에도 최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 회의를 했으며, 절충안으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은 호남 등 일부 지역에서만 해당 이력을 표기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도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과거에도 여러 차례 논란이 있었지만 경선 때 김대중 청와대, 노무현 청와대 등 대통령 이름이 포함된 이력은 물론 노무현재단과 관련한 이력도 사용하게 했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단순히 청와대 출신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막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경선에 나설 후보들을 추려내는 민주당 공천심사관리위원회 내에서 조차 이견이 나뉘고 있다.
한 공관위원은 "청와대 출신이 지나치게 많은 점에 대한 우려가 있어 이를 보완할 장치가 필요하다"고 한 반면 다른 공관위원은 "어려운 국가 경영에 동참했는데 그 것이 프리미엄이 된다는 이유로 경력에서 빼자는 것은 바보 같은 소리"라고 말했다.
이력 표기를 둘러싼 당내 이견이 드러나기 시작하자 당 지도부도 한 발 물러서서 논의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이력을 자유롭게 써야 한다는 의견과 결과가 왜곡이 될 수 있으니 일정한 제한이 필요하다는 반론이 여전히 팽팽하다"며 "공관위(선관위)에서 논의가 있을 것이고 그 결정을 다시 최고위원회가 상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