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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랩이 노래냐고 흉봤더만…아흔 나이에 'A-YO' 할 줄이야"

전북

    "랩이 노래냐고 흉봤더만…아흔 나이에 'A-YO' 할 줄이야"

    청년, 농촌 활력 프로젝트 한 달 간 활동
    순창 할머니들 경로당서 손자뻘 랩 배워
    두릅 농사 짓던 이야기 가사로 녹이기도
    '할미넴' 행사 섭외 요청, 다큐영화 제작

    전북 순창군에 사는 할머니들이 갈고 닦은 랩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사진= BOVO문화관광연구소)

     

    "랩이 노래냐"고 흉봤던 할머니들이었다. 한 청년이 손사래 쳤다.

    "그렇지 않아요. 할머님들도 충분히 할 수 있어요."

    논밭에서 일 하며 트로트를 흥얼거리던 지난해만 해도, 할머니들이 "A-YO"를 외치며 랩을 할거라고는 짐작도 못 했다.

    전북 순창군에서 꽤나 유명한 '할미넴' 얘기다.

    한적한 농촌 마을에 랩이 울려 퍼지기 시작한 건 지난해 10월 무렵. 순창지역 문화기획 사업단인 '방랑쌀롱'이 전라북도농어촌종합지원센터의 공모사업에 선정됐는데, 내용은 장재영 대표(45)의 '순창 할미넴 프로젝트'였다.

    청년 래퍼가 농촌에 사는 어르신에게 랩을 알려주면서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기로 한 것이다.

    순창군에 사는 할머니들이 랩을 배우는 모습. (사진= BOVO문화관광연구소)

     

    순창군 구림면과 풍남면에 사는 어르신 20명, 전주와 목포에서 온 청년 래퍼 2명의 첫 만남은 어색했다. 두 마을 주민센터와 경로당에서 이뤄졌는데, 영문도 모르고 경로당에 온 할머니들은 랩을 이해하지 못했다.

    랩도 생소하지만, 청년과 노인의 관계 형성이 더 걸림돌이었다.

    청년들은 잦은 식사를 통해 할머니들과의 만남을 늘렸다. "평소 할머님들이 하고 싶은 말이 많은데 그걸 밖으로 끄집어내기를 원했다"고 장 대표는 설명했다.

    그 연결통로가 '랩'이었던 것이다. 청년들의 마음이 전달된 이후부터 냉랭했던 분위기도 차츰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순창군 할머니에게 랩을 알려주는 청년 래퍼 우타우씨. (사진= BOVO문화관광연구소)

     

    가사는 대부분 할머니들이 일상 대화로 구성됐다.

    '구림면과 함께하는 시간 A-YO', '공기 좋고 물 좋은 순창 A-YO', '나는 랩을 못 하는데 왜 시키냐 A-YO', '얼씨구 절씨구 지화자 좋다'...

    구림면에서 두릅 농사를 짓는 김복남 할머니(61)는 '두릅송'을 만들었다. 김 할머니는 두릅의 푸른색을 뜻하는 '블루마운틴'이라고 불린다.

    60세부터 많게는 90세가 넘는 할머니들은 'A-YO'라는 영어 대신, '에이요'라며 추임새를 넣는 식으로 랩을 배웠다.

    지난해 11월 15일 할머니들은 경연 '쇼미더 순창'을 열어 갈고 닦은 실력을 뽐냈다.

    텃밭에선 농사짓는 할머니지만 무대 위에 오르면 랩퍼다. 선글라스에 모자와 스카프를 착용한 '할미넴'은 '몸빼바지' 입고 밭일을 하던 '할머니'가 아니었다.

    '쇼미더 순창' 포스터. (사진= BOVO문화관광연구소)

     

    벌써 '할미넴'의 소문이 지역에 퍼지면서 지역 행사에 섭외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아직 무대에 오르려면 멀었다며 할머니들은 정중히 거절했다.

    평생 처음 '랩'을 접한 할머니들의 도전은 30분짜리 다큐영화로 제작됐다.

    이 모습을 지켜본 장재영 대표는 "국제와 국내 영화제 출품을 목표로 한다"며 "이미 프랑스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이어 "한 달 넘는 시간 동안 우리는 마음을 나눴다"며 "그저 매일 조금은 무료한 일상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선물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할머니들의 경연 모습. (사진= BOVO문화관광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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