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사진=자료사진)
여야의 사활이 달린 '4.15 총선'이 석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정치 1번지' 서울 종로에서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빅매치'가 성사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 전 총리와 황 대표는 대권주자 1.2위를 달리는 '잠룡'으로, 총선의 승패가 향후 정치 생명을 좌우할 수 있다. 승리할 경우 대권가도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는 효과도 예상된다.
◇ 與 잠룡 1위 이낙연 vs 野 잠룡 1위 황교안 이 전 총리는 15일 더불어민주당 복귀 환영식에 참석하면서 공식적인 당 일정을 소화한다.
이 전 총리는 예상대로 서울 종로에서 출마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최근 종로구에 위치한 경희궁 자이 아파트를 전세로 입주하기 위한 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알려졌고, 앞서 "어떤 지역을 맡게 되는 쪽으로 갈 것 같다"고 인터뷰에서 밝히기도 했다.
당에서도 이 전 총리의 종로 출마를 사실상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종로가 애초 민주당에게 유리한 지역구가 아닌 만큼 안정적이고 중량감 있는 이 전 총리를 적합한 후보자로 보고 있다.
민주당은 조만간 구성하는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이 전 총리에게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게 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이 전 대표가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간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수도권을 중심으로 활동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야권에서는 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이 전 총리와의 정면 대결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황 대표는 야권을 대표하는 대선주자로 조사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전 총리의 대항마로 황 대표가 끊임없이 거론됐었다.
황 대표는 한동안 종로 출마에 대해 주저하는 분위기도 있었지만, 최근 출마 쪽으로 마음이 기운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 내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선거법 개정안 통과로 인해 어차피 비례대표 당선도 어려워진 데다 당내 중진들을 험지로 차출하기 위해 '수도권 험지' 출마 카드를 던진 것”이라며 “수도권에서 어설픈 험지로 갈 바에야 대선주자에게 상징적인 지역구인 종로로 나가서 정면 대결을 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이같은 기류 변화는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먼저, 보수통합에 대한 자신감이다.
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 보수진영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혁신통합추진위원회(혁통위)가 본격 속도를 내면서 보수진영 통합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새로운보수당 유승민 의원이 통합의 선결조건으로 내걸었던 3원칙(▲탄핵의 강 건너기 ▲개혁보수 ▲새로운 집 짓기)을 황 대표가 사실상 수용하면서 통합 실무 절차에 착수하는 분위기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를 계기로 사분오열됐던 보수진영이 총선을 앞두고 단일 전선을 형성할 경우, 일단 선거 구도는 나쁘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보수통합으로 각 지역구에서 양자 대결 구도를 만들면, 한반도 비핵화 정책의 교착 국면과 경제 문제 등으로 사나워진 민심을 한 데로 모아 돌풍을 일으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대권을 염두에 두는 황 대표로서도 '정치 1번지'를 놓칠 수 없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역대 총선 결과를 보면, 전통적으로 보수진영이 종로에서 대체로 좋은 성과를 거둬온 측면도 있다.
민주당 소속이었던 정세균 국무총리가 종로에서 두 번 당선되기 이전에는 대부분 보수정당의 후보가 승리를 거머쥐었던 지역구다.
◇ 오세훈‧나경원 상대할 與 대항마는 누구?한국당 소속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나경원 의원을 상대할 여권 후보가 누가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오 전 시장은 서울 광진을에서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그 역시 황 대표와 함께 야권의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인물이다.
나 의원의 지역구는 서울 동작을이다. 나 의원도 보수정당에서는 처음으로 원내대표를 맡을 만큼 무게감 있는 야권의 정치인이다.
현재 오 전 시장의 대항마로는 마땅히 거론되는 인물이 없다.
민주당에서는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나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등을 검토하고는 있지만, 아직까지는 오 전 시장을 확실히 넘을 만한 인재를 찾지 못하는 분위기다.
당 지보두의 한 의원은 "오 전 시장을 확실히 잡을 만한 인물을 계속해서 물색하고 있다"며 "쉽지 않은 승부가 되겠지만, 경쟁력 있는 후보를 선정하고 당이 선거를 도우면 충분히 해볼만 하다"고 말했다.
나 의원의 상대로는 청와대 고민정 대변인이나 이수진 전 판사 등이 거론된다.
이미 강희용 전 당대표 정무조정실장과 허영일 전 행정안전부장관 정책보좌관 등은 예비후로로 등록해 지역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민주당은 경선, 단수 공천, 전략 공천 등 다양한 전략적 카드를 가지고 최종 후보 선정을 고민하고 있다.
민주당 이근형 전략기획위원장은 1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경쟁력 있는 후보라는 것은 표를 많이 받는 후보"라며 "국민 상식에 맞는 후보들이 많이 공천돼야 국민적 지지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 "지킨다" vs "탈환"…PK 격전 예고PK(부산‧경남) 선거도 이번 선거의 최대 승부처로 떠올랐다.
민주당은 PK를 동진(東進) 전략의 교두보로 삼고 그동안 끊임없이 문을 두드려온 곳이다.
덕분에 지난 20대 총선과 보궐선거 등을 통해 현재 민주당의 의석은 9곳이다.
하지만 현재 PK민심이 정부‧여당에 사납다는 얘기가 많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논란과 의혹, 어두운 경제 전망 등으로 '정권 심판'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서는 경남도지사 출신인 김두관 의원을 경남 양산으로 보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김 의원이 일단 거절한 상태다.
민주당 관계자는 "계속해서 김 의원을 설득하는 수밖에 없다"며 "경남도당에서 공식적으로 요청을 한 만큼 김 의원도 헌신해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보수통합을 통해 빼앗겼던 '보수 텃밭'을 다시 탈환한다는 각오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경남 남동부 지역에 탈원전 시설 및 관련 공단들이 피해를 입은 점 등에 주목하고 '경제 심판론'을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 내 PK 지역구를 둔 재선의원은 통화에서 "지난 총선에선 민주당의 경쟁력보다는 보수진영 내부 분열로 인해 많은 의석을 뺏긴 측면이 있다"며 "각 지역구에서 보수진영 단일 후보만 낼 수 있으면 현 정권에 대한 '경제심판론’이 먹혀 싹쓸이까지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당은 또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현역 의원 중 대다수가 PK 지역에 몰려 있다는 점을 활용할 계획이다.
자발적인 불출마 선언 덕분에 당내 공천 과정에서 '세대교체'를 위한 물갈이 작업이 다른 지역에 비해 수월한 상황이다. 영입인재 활용 등 전략적 카드가 많아진다는 얘기다.
이날까지 불출마 선언을 한 현역의원 12명 중 PK에 지역구를 둔 의원은 김무성(6선), 김세연·여상규(3선), 김도읍‧김성찬(재선), 윤상직(초선) 의원 등 6명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