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후암동에 개업한 노홍철씨의 '홍철책빵'. (사진=SNS 캡처)
방송인 노홍철씨가 '철든책방'에 이어 이번에는 '홍철책빵'을 개업했다. 이를 환영하는 팬들도 많지만 한편으로는 '젠트리피케이션'(둥지 내몰림·낙후된 구도심 지역이 활성화돼 기존의 저소득층 원주민을 대체하는 현상) 우려가 다시 제기되고 있다.
그렇다면 정말 연예인들의 부동산 '치고 빠지기'는 필연적으로 이런 부작용을 낳을 수밖에 없는 것일까.
노홍철씨는 지난 2016년 용산 해방촌 신흥시장 2층 건물을 6억7000만원에 매입, 개조해 '철든책방'을 운영했다. 2년 뒤 해당 건물을 14억4000만원에 매매하면서 7억여원의 시세 차익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를 다룬 보도들에서 부동산 전문가들은 2년 사이 2배 가량 시세가 급등할 수 있었던 주된 이유로 '노홍철 효과'를 꼽았다. 도시재생 지역으로 선정된 해방촌 신흥시장 상권 부흥과 맞물려 매매가를 가파르게 끌어올렸다는 분석이었다.
2년 만에 노씨는 2017년 매입한 용산 후암동 자택을 개조해 18일 '홍철책빵'을 열었다. 연예인이 운영하는 빵집답게 정식 개점일 전부터 긴 대기줄이 늘어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노씨 역시 자신의 SNS에 "내가 (빵) 먹으려고 만든 빵집인데 나도 못 먹을 판이다. 나오는 족족 매진"이라며 손님들로 성황을 이룬 가게 상황을 알리기도 했다.
그러자 일각에서는 '철든책방' 사례를 언급하며 주거 목적을 떠난 상업활동이 해방촌을 거쳐 후암동까지 젠트리피케이션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전문가 의견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부동산114 관계자는 20일 CBS노컷뉴스에 "연예인 등으로 지역 자체 인지도가 올라가면서 상권이 활성화되는 효과가 분명히 있다. 문제는 이로 인해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임대료가 상승해 다시 상권이 쇠퇴하게 되는 현상, 즉 젠트리피케이션이 나타난다는 것"이라며 "이를 막기 위해서는 임대인과 세입자 모두 상권을 살려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그것이 장기적으로 임대인에게도 유리하다"고 말했다.
신흥시장 측에 따르면 노씨가 팔아넘긴 책방 건물은 주변보다 높은 임대료로 인해 한때 공실이었고, 새 건물주에 의해 또 다시 매물로 등장했다. 다만 신흥시장 상인들이 체감하는 젠트리피케이션은 '노홍철 효과'보다 '골목식당'에 있었다고 한다.
신흥시장 관계자는 "노씨보다 오히려 '골목식당' 이후 젠트리피케이션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제작진들이 방송을 위해 잠시 상가를 빌렸는데 단기 임대다 보니 당시 시세보다 임대료가 1.5배 정도 더 비쌌다. 그런데 방송국이 빠진 뒤에도 그 월세가 고정값이 되고 오히려 거기에서 더 오르기도 했다"라고 얘기했다.
그럼에도 노홍철씨와 같은 연예인들의 부동산 '치고 빠지기'는 문제라는 지적이다. 연예인이 해당 지역의 부동산을 '팔고 떴다'는 것만으로도 상권이 '하락세'에 접어들었다는 추정과 함께 부정적 이미지가 형성된다.
이 관계자는 "노씨처럼 인지도 높은 연예인이 들어왔다 빠지게 되면 사실 지역이 부담해야 하는 부정적 이미지가 크다. 아직 여기는 크게 상권이 활성화 된적도 없는데 이미 '끝물'이라는 인식이 생긴다. 그렇게 되면 한 번 회복해보려는 상권도 주저앉기 일쑤다. 상인들 입장에서는 반가울 수가 없다"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