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칼럼] 우린 왜 '김사부'를 외면하는가



칼럼

    [칼럼] 우린 왜 '김사부'를 외면하는가

    (사진=이한형 기자/SBS 방송 캡처)

     

    '낭만닥터 김사부'라는 드라마를 보면서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면 누구일까?

    아마도 이국종 교수일 것이다.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인 이국종 교수는 센터장 자리에서 물러남과 동시에 다신 돌아가지 않겠다고 21일 CBS 김현정 뉴스쇼에 출연해 선언했다.

    중증외상응급환자 치료의 최고 권위자로 알려진 이국종 교수가 왜 다시는 외상센터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선포하는 것일까?

    이 교수는 이날 김현정 앵커와의 대담에서 "아주대 병원이 새빨간 거짓말을 하고 지방자치단체들은 자신을 얼굴마담으로 팔고, 간호사 등 외상센터 팀원들에게 너무 미안해 다시는 한국에서 이거 안 할 거"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특히 "이번 인생은 완전히 망했다"며 망연자실해 했다.

    보통 상심이 크고 깊지 않았다면 감히 할 수 없는 고백이자 하소연이다.

    아주대 병원과 경기도, 중앙 정부에 대해서도 실망감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음을 표출한 것이다.

    정경원 과장은 21일 "20일 경기도 담당자에게 '응급의료 전용헬기(닥터헬기)를 아주대 외상외과 의료진이 탑승해 띄우는 일은 당분간 없을 것 같다'고 전달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중증외상치료의 권위자로서 20년 가까이 중증외상환자를 살리기 위해 밤낮 없이 고군분투한 이 교수.

    해적과의 싸움에서 총격을 당한 석해균 선장(2012년)과 북한을 탈출하다 총상을 입은 귀순 북한 병사(2017년)의 수술을 맡아 살려낸 인물이다.

    그는 국제 표준의 중증외상 시스템을 국내에 도입하기 위해 긴 싸움을 해 지난 2012년 응급의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사진=연합뉴스)

     

    그 덕택에 전국 거점 지역에 정부 지원을 받는 권역외상센터가 설립됐다.

    외상센터 운영을 둘러싼 이국종 교수와 아주대병원의 수년간 누적된 갈등이 일차적 배경으로 보인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 교수와 아주대병원과의 감정의 골이 너무 깊어 상대를 돌봐주지 않아 발생한 일"이라며 안타까워했다.

    박 장관은 "모 일간지의 제목인 중증 환자를 다 구하고 싶은 의사 대 영웅 뒷바라지에 지친 병원`이 현 상황을 설명하는 적절한 표현인 것 같다"고 했다.

    이어 그는 "양쪽이 다 열심히 했는데 양쪽이 다 지쳐 있는 상황으로 법이나 제도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 교수의 사명감과 병원장의 경영 등이 충돌한 것이라는 것이다.

    "그 사람이 누구든,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위치에 있는 사람이든 수술 방에 들어온 이상 나한텐 그냥 환자일 뿐, 그냥 딱 하나만 머리에 꽂고 간다. 살린다. 무슨 일이 있어도 살린다."는 '한석규(김사부2)'의 대사가 이국종 교수에게도 적용되는 것 같다.

    의사는 병원 경영을 고려해 환자를 돌보고 차별하는 직업이 아니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뒷받침은 병원이나 정부, 건강보험이 하는 것이다.

    병원은 외상센터 운영으로 손해를 본다고 주장하지만 이 교수에 따르면 아주대병원은 외상센터 운용으로 말미암아 적자를 내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주대 병원은 외상센터 운용으로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300억원의 지원을 받았으며 병상 수도 100병상이나 늘렸다고 한다.

    수도권 병원들은 규제에 걸려 병상 수를 10병상도 증가시킬 수 없지만 아주대 병원만 예외였다.

    권역외상센터 운영으로 아주대병원에 대한 국민과 정치권의 인식이 한껏 올라간 점 등을 고려할 때 아주대병원은 외상센터(이국종 교수)로 인해 일종의 특혜를 입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돈 잘 버는 외과의사의 길을 마다하고 응급외상센터를 자원해 열악한 우리나라의 외상센터를 이만큼 키운 이 교수가 병원장 등에게 고분고분하지 않았을지라도 사명감에 불타는 전문직임을 감안했으면 한다.

    '낭만닥터의 김사부'가 그런 의사다.

    중증외상환자 치료에 미치지 않고서야 가기 힘든 길을 뚜벅뚜벅 걸을 리가 없는 인물들이다.

    특정 분야에 미친, 외곬들이 세상을 바꾸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렇다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병원과 함께 나서야하지 않을까?

    복지부는 당초에 전국을 5~6개 권역으로 나눠 각 권역별로 미국의 레벨1(외상 정도가 심한 중증환자 치료 시설이나 인력을 갖춘 곳) 수준의 대규모 센터를 짓는 방안을 구상했다.

    경제성이 낮다는 기획재정부의 반대 등이 겹치면서 전국을 17개로 잘게 쪼갠 외상센터를 운용하게 됐다. 이게 잘못된 것이다.

    결국 전체 외상센터 수는 늘었지만 각 센터별 규모는 줄어 이국종 교수가 있는 아주대병원으로 환자가 몰리게 됐고, 권역외상센터들도 모 병원과 본원에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

    예산 또한 문제다.

    정부가 중증외상 전문치료체계를 구축한다는 명목으로 쓰는 예산은 2018년 521억원, 2019년 646억원, 2020년엔 615억원 정도로 512조원의 올 예산 가운데 1천억원도 되지 않는다.

    올해 건강보험료는 3.2% 오르고 장기요양보험료율도 10.25% 인상됐다.

    올 예산이 감소한 것은 지원예산 대부분을 차지하는 권역외상센터 운영지원부분이 줄었기 때문이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예산집행률 또한 60~70%에 불과하다.

    일부 모 병원들이 정부 예산은 지원받기도 까다롭고 간섭을 꺼리는 이유 등에 원인이 있다.

    특히 이국종 교수가 언급했듯이 "임신한 간호사들이 유산의 위험을 무릅쓰고 헬기를 타고 가다 손가락이 부러지는 사고를 겪으며 너무 힘들어 피눈물이 난다"는 현실 또한 외상센터를 기피하게 하는 요인이다.

    이 교수는 "비행을 하다가 저희 간호사가 유산을 한 적도 있고, 저희 수석코디네이터 의사는 300여 시간 저하고 같이 비행을 하다가 쓰러진 이후에 다시는 비행을 하지 못한다. 얼마 전 손가락이 부러진 간호사가 사직을 했다"면서 "물론 그렇게 손가락이 부러지고 유산을 하고 그럴 때 누구도 보호해주지 않는다. 헬기를 타고 출동할 때 (부상에 대해)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쓴다"고 밝히기도 했다.

    각종 사건사고와 재난 등으로 중증 외상환자가 갈수록 증가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경영상 흑자를 추구하는 병원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정부와 시·도들이 적극적인 움직임을 취할 필요성이 있다.

    이국종 교수가 좀 '불편하다(?)'하더라도 그의 헌신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칠 의무는 아주대병원을 포함해 우리 누구에도 없다.

    모 병원은 물론이거니와 정부와 지자체들은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살리는 일에 팔짱을 끼고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해선 안 된다.

    "정부는 앞으로도 권역외상센터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박능후 장관의 발언이 구두선에 그치지 않기를 기대한다.

    '김사부2'가 지난 20일 시청률 20%(최고 시청률 19.3%)에 육박했다.

    병원 경영과 병원 내 파워 게임(정치), 인간관계 등을 멀리하고 생명 살리는 일에만 매달리는 '김사부'의 집념이 드라마에 녹아있기 때문에 시청률이 고공비행중인 듯하다.

    '김사부(한석규)'는 수술에 적응을 잘 못하는 신참내기 의사에게 소리를 지른다.

    "그럴거면 차라리 의사 때려치워"

    정작 때려치워야 할 대상은 누구?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