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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혈병 노동자의 죽음보다…'영업비밀' 택한 한솔케미칼

전북

    백혈병 노동자의 죽음보다…'영업비밀' 택한 한솔케미칼

    행정소송으로 마지막 희망 건 유족들
    사측은 법원의 자료제출 요청도 거부
    "재판 기초자료 입증 어려워" 비판도

    故 이창언씨의 가족사진. 백혈병 발병 전 건강했던 이창언씨. (사진=송승민 기자)

     

    화학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려 숨진 노동자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법원의 1차 판결이 나왔다.

    그러나 사측인 한솔케미칼은 재판과정에서 작업자의 근로환경을 살필 수 있는 기초 자료 제출을 '영업비밀'이란 이유로 거부한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故 이창언씨는 2016년 8월 3일 전북 전주의 한 화학공장인 한솔케미칼에서 화학물질을 다루다 백혈병에 걸려 숨졌다.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산업재해를 인정받지 못한 상황에서 이씨의 부인 김효진(35)씨가 2018년 1월 25일 이씨의 산업재해 여부를 다투는 행정소송을 걸었다.

    (관련기사: CBS노컷뉴스 20. 1. 18. 한솔케미칼 백혈병 사망 노동자, '1353'일 만에 산재 인정 판결)

    본격적인 재판에 앞서 김효진씨의 법정 대리인인 박다혜 변호사는 사업장이 취급물질에 대한 정보를 노동자에게 알리는 물질안전보건자료(이하 MSDS)를 요청했다.

    서울행정법원은 한솔케미칼 측에 2018년 6월 15일, 7월 20일, 11월 26일 세 차례에 걸쳐 MSDS 제출을 명령했다. 또 2012년부터 2015년까지의 공정안전보고서도 요청했다.

    그러나 행정법원의 판결문에 따르면 한솔케미칼과 산업안전보건공단·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행정법원의 명령을 모두 거절했다. 이들이 내세운 자료 제출 거부 명분은 '영업상의 비밀'이었다.

    산업안전에 관한 문서 요청에만 무려 11개월이라는 시간이 소요됐다.

    전문가들은 사업장의 MSDS 제출 거절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한다.

    류현철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소장은 "MSDS는 (사업장의) 질병 발생과 관련한 위험 요인들을 알 수 있는 기초적 자료다"며 "MSDS를 제공받지 못하면 재판의 시작부터 막히게 된다"고 말했다.

    재판에 참여했던 박다혜 변호사는 "MSDS는 직접 물질을 취급하는 사람들에게 기본적인 안전과 물질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는 문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주 기본적 자료를 반복적으로 제출받지 못해 여러 차례 기일이 지연됐다"며 "원고의 대리인으로 입증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행정기관(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조차 '영업비밀'이라는 사업주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며 주장이 타당한지 따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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