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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플' 판결, 전수 분석해보니…"아는 사람이 더 악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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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플' 판결, 전수 분석해보니…"아는 사람이 더 악질"

    • 2020-02-05 05:30

    [훅!뉴스] '죽음의 악플', 242건 판결문 전수분석①

    ※ 지난해 연예인 두 명이 세상을 등졌다. 모두 악성 댓글로 인해 피해를 호소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후 악성 댓글로 인한 폐해와 이를 근절하자는 움직임에는 모두 공감했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이 어떤 괴롭힘을 줬는지에 대한 고민은 부족하다. 온라인에서 유령처럼 돌아다니는 악성 댓글은 어디에서, 어떻게, 누구를 괴롭히는지 지난해(2019년) 악성 댓글 관련 판결문 242건을 전수 조사했다. CBS노컷뉴스는 판결문을 통해 들여다본 악성 댓글의 실태를 '죽음의 악플' 기획을 통해 5회에 걸쳐 내보낸다. 기사에 소개될 악성 댓글들은 판결문에 기재된 표현 그대로를 가져왔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 '악플' 판결, 전수 분석해보니…"아는 사람이 더 악질"
    ② 목숨 빼앗는 악플로 유죄 받아도…"낼만한 벌금 수두룩"
    (계속)

    ◇ 마음에 안 들면 악플…'악플의 일반화'

    "박스 사기 아까워서 주워와서 포장 담배피고 손도 안씻고 쿠키포장"

    "쓰레기재료 제일싼재료 쓴다는거 아닙니까ㅎㅎ후 여러분 싸다고 혹하지 말고 좋은거 먹고 삽시다"

    A씨는 2018년 4월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한 수제쿠키점에 대한 게시물에 악플을 달았다. A씨가 단 댓글의 내용들은 모두 허위 사실이다. '인성 빻고 드러운걸로 유명' 'X신이에요' 등 피해자를 비하하는 댓글을 추가로 단 A씨는 명예훼손에 모욕혐의까지 더해져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았다.

    # "야 니 남편 바람난거 뭐 자랑이라고 XX하고 다니냐"

    "제발 그쪽 남편한테 연락오게 하지 말아주세요 계속 연락오는데 간수좀 잘 해주세요"

    B씨는 2018년 11월 피해자의 개인 SNS 계정에 올라온 생일축하 게시글 아래 댓글을 달았다. B씨와 피해자의 남편은 불륜 관계다. 그런데도 오히려 피해자 남편과의 외도사실을 주변인에게 알리기 위해 악플을 이용한 것이다. 재판부는 "죄질이 좋지 않다"며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흔히 연예인이 겪는다고 알려진 악성 댓글의 피해는 일반인에게 더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위 사례와 같이 사업을 방해하기 위한 목적의 허위 사실이나 치정에 얽힌 분노도 모두 악성댓글의 소재가 된다. 분노 표출의 손쉬운 수단이 된 악성댓글은 온라인을 '만인에 대한 만인의 악플' 장(場)으로 만들었다.

    (그래픽=김성기PD)

     

    CBS노컷뉴스가 지난해 판결문 전수조사를 통해 악성 댓글의 피해자를 분류한 결과 △불특정 일반인의 피해가 40.7%(73건)로 가장 컸다. 그 뒤를 △지인이 40.2%(72건)로 이었다. 연예인이나 정치인 등 △공인의 비율은 12.2%로 가장 낮았다. 통상 공인의 경우 악플에 대한 신고 자체를 자제하는 분위기를 감안한다 하더라도,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일반인의 피해가 전체의 80%를 넘은 것이다.

    악성 댓글이 게재된 장소도 카페나 밴드 등 △커뮤니티가 35.7%(64건)로 가장 많았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가 29.6%(53건)로 그 뒤를 이었다. △기사는 27.3%(49건), △방송채널 4.4%를 차지했다.

    흔한 악성 댓글의 피해사례로 '기사에 달린 댓글에 고통 받는 연예인'의 이미지를 떠올리지만, '일반인이 커뮤니티를 통해서' 다는 악성댓글이 가장 흔한 케이스인 것.

    태연법률사무소의 김태연 변호사는 "과거에는 연예인 같은 공인들의 악성 댓글 소송이 많았지만 요즘은 기업, 인플루엔서, 유튜버 등은 물론이고 개인들의 고소가 급증하고 있다"며 "개인적으로 만나서 오해를 풀 수 있는 일도 일부러 게시판에 올리거나 댓글을 달아서 타인을 비방하고 그 피해를 극대화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지인 대상으로 하는 악플은 더 악질적

    # "예전에도 딴 남자에게 명품 사달라고 했다가 안 사줘서 그 남자를 신고했다고 하던데요"

    C씨는 2018년 11월 피해자의 개인 SNS 게시물에 7회에 걸쳐 댓글을 달았다. 피해자는 C씨뿐 아니라 다른 남성에게 명품을 요구한 사실도, 신고한 사실도 없었다. 하지만 C씨의 범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너 다리 몽둥이 부러뜨려놓기 전에 내일 만나자"며 결혼과 만남을 요구했고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문자메시지도 수차례 전송했다. C씨가 일방적으로 전송한 메시지만 200여건이 넘었다. 재판부는 C씨에게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에 더해 성폭력특별법상 통신매체이용음란 등의 혐의를 적용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 D씨는 2018년 11월 채팅 어플리케이션 게시판에 피해자의 얼굴과 가슴이 노출된 사진, 피해자의 주민등록증 사진, 피해자의 이름과 함께 "나쁜년"이라는 댓글을 달았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받은 성적 수치심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며 명예훼손과 정보통신망법상 음란물유포로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지인들에 대한 악성 댓글은 공인이나 불특정 일반인에 대한 악성 댓글보다 더 악질이다. 단순한 추측성 허위사실이나 욕설을 넘어 가까운 이가 아니면 알 수 없는 내밀한 사실을 특정해 비방하거나 피해자의 사진이나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함께 올려 2차 피해를 유도하기도 한다.

    (그래픽=김성기PD)

     

    지인에 대한 댓글은 누적 게재 횟수도 압도적이다. 판결문 분석 결과, △지인에 대한 악성 댓글 게재 횟수는 평균 22회로 △공인 평균 4.5회, △불특정 일반인 평균 3회보다 여섯 배가량 높다. 지인에 대한 악성 댓글 괴롭힘은 일회성이 아니라 반복적으로 누적되는 괴롭힘인 것이다.

    김 변호사는 "피해자의 가족이나 지인들 혹은 피해자의 오래된 과거 사실관계까지 파헤치거나 미행을 하고 사생활 사진을 촬영하여 업로드하는 등의 방법을 사용해 한 사람의 생활이 불가능하게 될 정도로 특히 지인 사이의 악성 댓글 피해의 정도가 심하다"고 말했다.

    이같은 '악플의 일반화'에 대해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최진봉 교수는 "기술의 발전이 사람들로 하여금 어디서나 무차별적으로 악플을 달게 하는 상황"이라며 "악플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희열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고, 이로 인해 모든 사람이 악플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CBS노컷뉴스는 지난해(2019년) 악성 댓글과 관련한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와 모욕죄 판결문을 전수 조사했다. 대법원 판결문 열람 서비스를 통해 '댓글', '악플' 등의 단어로 판결문을 검색한 뒤 내용을 확인해 기준에 맞는 사건들을 추렸다. 대법원에서 비공개 결정한 판결문은 제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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