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4.15 총선을 70일 앞두고 이번에도 '철새들의 계절'이 재현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두드러진다.
녹색 돌풍을 일으켰던 국민의당 소속 예비후보들 중 상당수는 다시 민주당으로 복당하는 사례가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국민의당이 바른미래당을 거쳐 사실상 공중분해하면서 갈곳을 잃은 '철새'들이 상대적으로 따뜻한 여당 쪽으로 거처를 옮긴 것이다.
◇ '호남 싹쓸이 가능성'에 다시 민주당 품으로 5일 CBS노컷뉴스가 민주당에 총선 공천심사를 신청한 475명 전수조사한 결과, 이 가운데 25명이 새누리당·국민의당·정의당·통합진보당 등에서 당적을 옮긴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2월 창당됐던 국민의당은 지난 20대 총선에서 호남 의석 28석 중 23석을 차지하며 제3의 길을 여는 듯 했지만,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이합집산으로 결국 해체됐다.
그 뒤 갈 곳을 잃은 호남 정치인들 중 몇몇은 민주당으로 복당해 다른 후보들과 경쟁을 펼치고 있다.
호남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70%를 상회하고 민주당 지지율도 60% 이상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민주당세를 보이는 만큼 당선 가능성이 여느 때보다 높다. 이에 국민의당 등을 탈당해 민주당에 복당한 인사만 10명에 달한다.
민주당도 4년 이내 탈당 이력이 있을 경우 복당 신청 시 감점을 시키는 등 나름대로 '철새 정치인'을 가려내기 위한 작업을 했지만, 민주당의 호남 싹쓸이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이어진 '복당 러시'는 막지 못했다.
이에 대해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는 "보수·진보 간 상대적 구분은 있지만 기본적으로 정당 정체성이 없기 때문에 '철새'가 나오는 것"이라며 "2016년 총선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에서 공천 못받은 사람들과 반문이 만든 게 국민의당이다. 중도라고 하기도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국민의당 소속이었던 손금주 의원은 2018년 2월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바른정당과 통합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탈당해 무소속으로 지냈다. 그 뒤 두 차례 시도 끝에 지난해 11월 입당에 성공했다. 손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 신정훈 나주·화순지역위원장과 당내 경선을 치른다.
국민의당 창당발기인이었던 민주당 예비후보들도 있다. 고종윤 후보(전북 정읍시고창군), 김선우 후보(전남 담양군함평군영광군장성군), 윤광국 후보(전남 해남군완도군진도군) 등이다.
서정성 후보(광주 동구남구갑), 배종호 후보(전남 목포), 박종수 후보(전남 여수시을), 서동용 후보(전남 광양시곡성군구례군), 김승남 후보(전남 고흥군보성군장흥군강진군)는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당에 적을 뒀었다.
당적을 옮긴 서동용 후보와 경쟁 중인 안준노 후보는 "4년 전 20대 총선에서 서 후보가 국민의당 정인화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며 "철새 정치인, 배신의 정치인"이라고 비판하는 등 곳곳에서 철새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한국당·정의당 보좌진 출신도 민주당으로 변신부동산 정책 여파로 최근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민주당이 강세 지역으로 꼽히는 수도권도 '철새 정치인'들이 떴다.
장환석 후보(서울 중랑구갑)은 국민의당 사무부총장을 맡은 바 있고, 이건태 후보(경기 부천소사)는 지난 총선에서 광주서구에 국민의당 소속 예비후보였다. 이철휘 후보(경기 포천가평)는 새누리당 소속 예비후보였다.
PK(부산·울산·경남) 일부 지역에도 당적을 바꾼 후보들이 포진해 있다. PK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만 해도 지역주의가 조금씩 깨지며 민주당이 승기를 잡아오던 곳이다.
김성훈 후보(경남 양산시갑)는 새누리당 의원의 보좌진 출신이고 이밖에도 정의당·통합진보당·노동당에 적을 뒀던 후보들도 일부 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다른 나라에서도 당적을 옮기는 경우가 있지만, 우리나라에선 너무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게 문제"라고 "유권자들이 합리적이지 못한 당적 이동이라고 판단해서 정리하는 것 외엔 '철새 정치인'을 막을 실질적인 방법은 없다"고 했다.
이 교수는 이어 "그래도 과거보단 당선 가능성이 낮아진 걸 보면 유권자들이 이들을 긍정적으로 보지 않는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