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8일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정부는 방역에 최선을 다하면서도 코로나19가 주는 경제적 타격에 그야말로 비상경제 시국이라는 상황 인식을 가지고 엄중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언급한 배경에는 경제침체 장기화에 대한 위기감이 깔렸다.
"국민들께서도 정부를 믿고 필요한 조치에 대해 과도한 불안을 갖지 마실 것을 당부드린다"(지난달 26일 설 연휴 메시지), "정부는 지금이 중요한 고비라는 인식 하에 비상한 각오로 임해 나가겠다"(지난 3일 수석보좌관회의), "경제는 심리다. 실제보다 과장된 공포와 불안은 우리 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4일 코로나19 대응 국무회의). "우리는 경제에 미치는 어려움을 반드시 이겨내겠다"(10일 수보회의) 등 과거 발언보다 수위가 높았다.
설 명절 전후만 해도 코로나19로 인한 과도한 불안감이 소비위축으로 이어져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다소 낮은 단계의 걱정이었다면, 이제는 부품 수입 어려움으로 인한 주요 업종 수출감소, 관광·서비스·자영업 매출 급감 등으로 우리 경제 전반이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위기감도 감지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특별금융지원과 세부담 완화', '상가 임대료 인하', '소비쿠폰이나 구매금액 환급과 같은 소비진작책 마련' 등을 특별 지시했다.
"전례가 있다, 없다는 따지지 말라", "정책은 타이밍이 생명이다", "비상한 시기인 만큼 실기하지 말고 긴급하게 처방해야 한다" 등 전 부처 차원의 총력 대응도 촉구했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 경기회복 조짐이 확연하게 나타났지만 코로나19라는 대외변수가 장기화될 경우 자칫 '더블딥'(경기회복 속 재하강)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코로나19로 올해 1분기 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라는 일부 전망도 청와대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청와대 강민석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각 부처가 대통령과 정부에 주어진 모든 권한을 활용해 정책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며 "대통령이 '정책은 타이밍'이라고 말한 만큼, 이달 말까지 1차 대책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경제 위축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경제활력 모멘텀을 상실하면서 상황이 오래갈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1월 전체적인 경제 상황은 나쁘지 않았지만, 코로나19로 2월 경제 수치가 안 좋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구체적인 2월 통계가 나오면 코로나19로 인한 피해 규모도 드러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기획재정부는 전날 대통령 업무 보고에서 △방역예산 신속 집행 △추가 소요 발생 시 목적예비비 적극 지원 △피해 우려 분야 지원과 경기회복 모멘텀 사수 등 가용한 모든 정책역량을 총동원하겠다고 보고했다.
청와대에서는 김상조 정책실장과 이호승 경제수석을 중심으로 이달 5일부터 이미 가동된 '코로나19 대응 지원팀'이 기재부와 산업부, 중기부, 금융위 등 경제부처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관련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문 대통령이 "비상한 상황에는 비상한 처방이 필요하다", "예상을 뛰어넘는 정책적 상상력을 발휘해 달라", "현재 상황은 생각보다 매우 심각하다" 등 강도 높은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는 점에서 3조 4000억 원 규모의 예비비 집행도 적극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