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신천지 단체에 수여한 상 (사진=신천지자원봉사단 홈페이지 캡처)
이단 신천지로 인해 코로나19가 집중 확산된 대구시의 권영진 시장이 과거 신천지봉사단에 표창장을 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비난을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신천지 강경 대처를 거론하며 권 시장이 신천지와의 관계 때문에 안이하게 대응한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그런데 CBS노컷뉴스 확인 결과 신천지에 대한 표창장 수여는 여야 정치권을 가리지 않았다.
그간 신천지는 포교의 일환으로 봉사활동을 많이 해왔다. 이들은 기존에 알고 있던 길거리 포교나 설문조사 방식을 뛰어넘어 심리상담, 학회, 미용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2인1조로 구성해 벌여왔다.
최근 31번 확진자와 같은 신천지 소속 사람들이 경북 청도군에서 미용봉사를 한 사실이 확인됐다. 청도군에 따르면 11일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신천지 '늘푸른봉사단' 소속 사람들은 풍각면 현리경로당에서 미용 봉사를 했다. 이외에 난방공사, 네일아트, 건강체조, 웃음치료, 장수사진 찍어주기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이같이 많은 봉사를 하다 보니 신천지 단체들은 지역 정치인이나 지자체와도 유대관계를 쌓는다. 반대로 일부 정치인들은 당원 가입이나 선거 유세에 신천지를 동원하며 세력을 확장하기도 한다.
신천지와 정치권의 특수 관계의 시발은 지난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신천지는 이회창 후보 유세장에 동원돼 선거 운동을 도왔다. 신천지 교주 이만희씨는 "꿈에 이회창씨 당선 계시를 받았다"라는 말을 남겨 암묵적으로 이 후보에게 투표할 것을 권하기도 했다. 이후 2017년 국민의당 강원도당에 신천지 교인들이 집단 가입했던 전례도 있다.
CBS노컷뉴스가 입수한 유명 정치인들이 신천지에 표창장을 수여한 사례는 다음과 같다.
(사진=신천지자원봉사단 홈페이지 캡처)
△ 2003년 10월29일 유시민 국회의원은 화정동 화정시온교회 목사와 신도들에게 표창장 수여. 매주 정기적으로 청소를 실시해 깨끗한 화정동 거리 만들기에 앞장서 타의 모범을 보였다는 이유에서다.
△ 2014년 박원순 서울시장은 한 교인에게 도시락배달, 어르신 장수사진 촬영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웃사랑을 실천했다는 이유로 서울특별시봉사상을 수여 △ 2016년 박 시장은 한성교회 자원봉사단에게 서울 가꾸기 사업 추진에 남다른 노력을 발휘해 기여한 공이 커 '주민 참여형 자율청소 우수단체 공모'에 우수사례로 선정됐다는 이유로 표창장 수여.
(사진=신천지자원봉사단 홈페이지 캡처)
△ 2016년 12월 8일 이시종 충청북도지사는 충주시 신천지봉사단에게 '함께하는 충북 행복한 도민' 실현에 기여한 공이 크다는 이유로 표창. 이 지사는 이후 2017년에도 강원충주지부 신천지자원봉사단에게 표창장을 수여했다.
△ 2017년 6월30일 권영진 대구광역시장은 대구신천지자원봉사단에게 헌신적인 봉사활동으로 아름다운 공동체 구현에 이바지한 공이 크다는 이유로 표창장 수여.
△ 2017년 7월17일 안희정 충청남도지사는 천안신천지자원봉사단에게 전국소년체육대회의 성공적 개최에 기여한 공이 커 노고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표창.
△ 2017년 12월29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신천지자원봉사단에게 지역사회발전을 위해 헌신 노력, 11.15 지진 대응에 이바지한 공이 크다는 이유로 표창.
△ 2015년 4월13일 한선교 국회의원은 신천지봉사단원에게 장애인 등 사회적 소외 계층을 상대로 관심과 사랑으로 자원봉사를 해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했다는 이유로 표창.
△ 2006년 12월 1일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고등학생에게 웃어른을 섬기며 효행으로 효를 실천함으로써 모든 사람들의 귀감이 되었다는 이유로 효행상 수여. 김 지사는 이후 2010년 7월16일 한 교인에게 영유아 보육 발전에 기여했을 뿐만 아니라 미래를 여는 경기도 실현에 기여한 공이 크다는 이유로 표창.
(사진=신천지자원봉사단 홈페이지 캡처)
정리하자면 박원순 서울시장 2회, 권영진 대구시장 1회, 유시민 의원 1회, 김부겸 의원 1회, 이시종 현 충북도지사 2회,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1회, 한선교 국회의원 1회, 김문수 경기도지사 2회다.
전국 각지에서 신천지 관련 코로나 확진자가 속출하자 박원순 서울시장은 21일 서울 내 신천지 시설 폐쇄조치에 나섰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역시 신천지 집중 관리를 결정했다. 감시 대상 명단에 2003년 유시민 의원이 표창장을 수여했던 화정동 화정시온교회도 포함됐다.
그렇다면 신천지가 지역 정치인과 밀접한 교류를 맺은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는 유명 정치인과의 인맥이 포교 활동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신천지 상담소를 운영하는 A씨는 "신천지들이 지역 정치인들과 직간접적으로 교류를 맺는 것으로 자신들의 이미지 제고를 통해 공신력을 높이려 했을 것이다. 대내외적으로 높아진 공신력은 포교 활동을 하는 데 있어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며 "이러한 이유로 신천지 측은 수년간 인맥을 이어오려 애썼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마디로 이들이 지역 정치인들과의 긴밀한 접촉은 교회 건축 허가와 자유로운 포교 활동에 큰 도움이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