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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성 의문' 신천지 명단…마땅한 대책이 없다

보건/의료

    '신뢰성 의문' 신천지 명단…마땅한 대책이 없다

    신천지, 지난 23일 "신도 24만 5천명" 발표…정부에 건넨 명단엔 21만 2천명
    보건당국 "고의로 누락된 경우 방역적으로 취할 수 있는 조치 강구"
    경기도, 강제 역학조사 돌입해 명단 확보…"신천지 발표와 참석자 수 차이 있어"
    연구 전문가들 "명단만 받는다고 끝나는 것 아냐…고위 공무원 등 추가 파악 필요"

    코로나19 위기로 서울 시내 어린이집이 휴원에 들어간 25일 서울의 한 교회부설 어린이집 입구에 신천지의 출입을 금지하는 안내판이 부착돼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국내 코로나19 확진환자가 1천명을 넘어선 가운데 신천지 측으로부터 전체 신도 21만여명의 명단을 확보한 정부는 "고의로 명단이 누락된 경우 방역적으로 취할 수 있는 조치를 강구할 계획"이라며 강경 대응을 시사했다.

    문제는 신천지가 제공한 신도명단의 신뢰도를 확인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잘못된 명단을 제출하더라고 정부의 대응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26일 오전 9시 기준 국내 확진환자 1146명 가운데 신천지 대구집회 관련 확진자는 597명으로 전체의 52.1%를 차지한다. 이에 정부는 신천지 신도들의 상태를 파악해 추가 확산을 막는 것이 급선무라고 인식했다. 하지만 정부가 신천지가 제공한 자료에만 기대면서 명단의 신뢰성을 따져볼 구체적 방법이 전무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 신천지 "우리 신도는 24만 5천명" vs 정부 "신도 명단 21만 2천명"

    정부는 25일 밤 신천지 측으로부터 전체 신도 21만 2천명의 명단을 넘겨받았다고 밝혔다. 24일 국무총리 비서실 민정실장을 중심으로 신천지 측과 협의한 결과 전체 신도 명단을 제공받기로 협의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신천지 측이 스스로 밝혀온 신도 수와는 상당한 차이가 난다. 신천지는 전국의 신도가 24만 5천명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부가 확보한 신도 명단과 3만 3천명의 차이가 난다.

    신천지는 지난 23일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대구 교회 신도 9294명과 대구 집회를 방문한 타 지역 신도 201명을 포함한 신천지 교회 전 신도 24만 5천명에게 외부 활동을 자제할 것을 공지했다"고 밝혔다.

    이에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CBS 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신천지 이전 발표와) 신도 수가 차이가 나는 것은 2~3만명 가량이 해외 신도이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신도 수가 누락됐다면 확진 환자를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고 접촉자를 관리해 확산을 막는 당국의 방역망에 커다란 구멍이 생길 수 있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차관) (사진=연합뉴스)

     

    ◇ "명단 누락시 방역상 조치하겠다"는 정부…"실현 가능성 떨어져"

    정부는 신천지 측이 방역당국의 조치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법적 조치를 검토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예고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정세균 본부장) 김강립 1총괄조정관은 26일 브리핑에서 "고의로 명단이 제출되지 않았거나 누락된 경우 방역적으로 취할 수 있는 조치를 강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신천지 측으로부터 제공받은 명단만 갖고 있기 때문에 집회 등에 참석한 신도 명단이 누락돼도 사실상 확인할 방법이 없다. 국내 코로나19 상황이 악화되는 데 따라 정부의 의지를 강조한 것일 뿐, 뚜렷한 대응 방법은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보건당국 관계자는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조치를 내린다면) 강제 역학조사에 돌입하기보다는 감염병예방법상 역학조사 방해 행위를 적용해 3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거나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수사기관에 고소하는 안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며 "허위로 가공의 인물을 (명단에) 올렸거나 특정 인물을 배제한 경우 조치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단 전문 언론 바른미디어 조믿음 대표는 "신천지가 명단을 순순히 다 줄 것이라 생각하는 건 굉장히 순진한 생각"이라며 "신도 명단만 받는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위장 센터, 복음방 등의 명단도 받아야 하고 이들이 관리하는 '포교 대상자'의 명단도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위 공무원이 있을 수 있고 가족 중에 신천지라는 사실을 몰랐다가 알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안산 이단상담소 진용식 소장은 "신천지 신도들이 일반 교회로 가서 교인을 감염시키는 것도 문제"라고 설명했다.

    ◇ 비교자료 있는 경기도 vs 신천지 자료만 가진 보건당국

    이에 비해 경기도는 25일 오전 역학조사관 2명, 역학조사 지원인력 25명, 공무원 20명 등 40여명을 투입해 경기 과천 신천지 총회본부를 방문해 강제 역학조사를 벌였다. 지난 16일 이곳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한 안양시 거주자가 24일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집회 참석자 '전수조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였다.

    경기도 관계자는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질병관리본부에 신천지 과천 집회 참석자 명단을 요구했지만 계속 미뤄져서 직접 신천지 과천 본부를 방문해 조사한 것"이라며 "감염자가 발생한 비상 상황에서 정보 제공을 요청한 것뿐이다"라고 밝혔다.

    신천지가 기존에 밝힌 참석자 수와 지자체가 실제 파악한 인원은 차이가 났다. 신천지가 경기도에 통보한 대구 집회 참석자 수는 20명이지만 25일 경기도의 현장 역학조사 결과 35명으로 집계됐다. 경기도 관계자는 "35명도 확정된 수는 아니지만 (신천지 통보와) 약간의 차이가 있었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16일 과천 집회 참석자도 9930명으로 조사됐다. 당초 신천지가 정부에 전달하겠다고 밝힌 명단에는 1290명이 있었다. 경기도 관계자는 "신천지 신도들이 (집회 참석을) 인증하는 시스템 자료 등을 통해 파악한 인원"이라고 밝혔다.

    보건당국은 신천지 측이 제공한 전체 신도 명단을 지자체별로 분류해 26일부터 각 지자체에 통보하기로 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당국으로부터 받은 자료와 우리가 자체 파악한 자료를 비교해 누락 여부 등을 파악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체 파악한 자료가 비교 '기준점' 역할을 하는 셈이다.

    다른 지자체들은 신천지 신도 현황과 관련해 별도로 파악한 자료가 없다보니 신천지 측이 제공한 자료에 기대야 하는 실정이다. 보건당국도 대조할 만한 원본 명단이 없다 보니 신도 누락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강제 역학조사 등을) 검토했지만 법적 근거가 미약했다"며 "경기도와 복지부는 감염병예방법상 역학조사의 강제성에 대한 해석의 차이가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법적으로 역학조사 자체는 강제성을 띨 수 없다, (조사 대상이) 아예 움츠러들거나 정보를 숨길 수 있기 때문에 설득과 이해를 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감염병예방법 제76조의2항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장관이나 질병관리본부장은 감염병 예방과 감염 전파의 차단을 위해 필요한 경우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 지방자치단체의 장, 공공기관, 의료기관, 약국, 법인·단체·개인에 대해 감염병 환자, 감염이 우려되는 사람에 관한 정보 제공을 요청할 수 있으며, 요청을 받은 자는 이에 따라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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