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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대남병원-청도보건소, 22년 '한몸통 유착'

사건/사고

    [단독] 대남병원-청도보건소, 22년 '한몸통 유착'

    • 2020-02-28 05:05

    청도군 보건소, 감염병 예방·병원 관리 의무 맡았지만…
    대남병원과 같은 건물 쓰면서도 최악 감염사태 뒤늦게 인지 논란
    이례적인 '민관 연계' 시스템 따져보니…대남병원과 사실상 '공동체'
    대남병원 소유였던 부지에 보건소 세워지고…"환자도 위탁"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바이러스 감염 확산으로 사망자가 속출한 경북 청도 대남병원이 20여년 전 청도군에 부지를 기부하면서 청도 보건소와 하나의 공동체처럼 유착 운영돼 왔던 것으로 CBS 취재결과 파악됐다.

    통상 보건소는 감염병의 예방, 관리는 물론 병원 등 의료기관이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지도와 관리, 육성 기능도 담당한다. 그러나 수십년간 지속된 청도군 보건소와 대남병원의 '특수 관계' 속에서 보건소가 제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 유일의 '선별진료소'였던 대남병원이 감염상황을 뒤늦게 인지해 최악의 사태를 키운 가운데, 이 병원과 한 건물을 쓰던 청도군 보건소 역할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 대남병원 "동북아 최초 민‧관 연계 시스템"…병원‧보건소, 어떻게 한 몸 됐나

    민간기관인 대남병원과 공공기관인 청도 보건소는 한 건물로 연결된 독특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물리적으로 한 몸인 이런 구조를 두고 의료계에서는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한병원협회도 "의료, 복지 보건을 함께 공유한 국내에서 유일한 병원"으로 대남병원을 인지하고 있다.

    대남병원도 보건소와 연결된 자신들의 의료 체계를 '최초'라고 홍보했다. 홈페이지 소개말을 보면 "1998년에 보건소, 의료법인 청도대남병원, 사회복지 법인 에덴원, 건강증진 센터(수영장‧헬스장), 어린이집을 한 건물에 유치했다"며 "보건의료복지의 원스탑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초석을 마련한 것으로 동북아시아에서 최초로 민과 관이 연계한 보건의료 복지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명실공히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우리나라 대표 모델로 운영하고 있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고 자평했다.

    CBS 취재결과 두 기관이 한 몸이 된 때는 19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재단 측은 청도군에 대남병원 인근 최소 450평 이상의 땅을 기부채납 했고, 여기에 청도군 보건소가 들어선다.

    이 부지 바로 옆 150평에는 '효사랑 실버센터'라는 이름으로 치매센터가 세워졌는데, 이를 재단 측이 소유하게 되는 과정에서 특혜 논란도 불거졌다. 원래 기부채납을 받기로 약속했던 재산이었는데, 청도군이 재단 측에 돌려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당시 청도군 의회를 중심으로 터져나왔다.

    ◇ 건물 뿐 아니라 '운영 체계'도 한 몸으로 출발…보건소 "대남병원에 환자 위탁"

    (사진=연합뉴스)

     

    대남병원과 청도군 보건소가 한 건물을 공유하는 것을 넘어 '운영 체계'까지 공유했다는 단초는 해당 보건소가 1998년 청도군 의회에 보고한 '주요 업무보고서'에서 찾을 수 있다.

    CBS노컷뉴스가 입수한 청도군 보건소의 <건강관리센터 운영="" 계획="">을 보면, 보건소장이 보건소를 찾는 환자 가운데 기준에 따라 입원 환자를 결정하면, 환자 관리 업무는 '대남병원에 위탁 운영한다'는 문구가 적시돼 있다.

    환자의 입‧퇴원 조치와 입원비 징수는 보건소가 맡고, 대남병원은 입원환자 진료와 치료 등 급식을 제공한다는 내용도 확인된다. 사실상 두 기관은 물리적‧화학적으로 한 몸처럼 운영됐다는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청도군 보건소는 이 보고서에서 "보건소, 민간병원, 사회복지법인과의 연계를 통한 종합 의료 복지타운을 조성함"이라며 사실상 하나의 '의료 타운'임을 자처하기도 했다.

    2009년 보건소가 입원 병실을 운영하지 못하도록 조례가 바뀌었지만 이후에도 밀접한 관계는 유지됐다. 2011년 11월 대남병원은 전직원 종교행사를 보건소에서 열기도 했다. 당시 병원 홈페이지에는 '추수감사절 맞이 전직원 찬양경연대회'를 청도군 보건소 대강당에서 개최하겠다는 공지글이 게시됐다.

    ◇ 태생부터 특수 관계에 "공사 구분 없는 구조" 비판…청도군수도 사실상 시인

    (사진=자료사진)

     

    태생부터 특수한 사이였던 만큼, 보건소가 병원을 제대로 관리‧감독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의료계 내에서도 제기된다. 실제로 해당 보건소는 대남병원에서 국내 첫 감염 사망자가 나오기 전날인 지난 18일까지도 코로나19 관련 상황을 묻는 청도군 의회 관계자에게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답변했다고 한다.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정형준 정책위원장은 "병원 관리 감독은 보건소의 역할이기도 하지만 지자체의 역할이기도 한데, 제대로 되지 않았다"며 "말은 '민관 협동'인데, 쉽게 얘기하면 민간이 관을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공사구분이 될 수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정 위원장은 "보건소가 병원과 붙어있으면, 감염 관리가 안 된다. 병원에 오는 다양한 종류의 환자가 (보건소를 찾은) 감염 질환자와 섞이면 안 된다"며 "병원과 보건소는 분리될 필요가 있다. 향후 경상북도가 나서서 이곳은 도립 또는 군립병원 형식으로 개편하고 리모델링 해서 병원다운 병원으로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대남병원 재단이 부산에서 비리를 일으킨 사회복지재단 '구덕원' 후신이라는 정황이 드러난 만큼 "대남병원 재단 비리나 운영상 문제점, (지자체와의) 유착 여부도 향후 파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청도군 관계자는 병원과 보건소의 운영 관계를 묻는 질문에 "별개로 운영된다"고 못 박았다.

    그러나 이승율 청도군수는 27일 정세균 국무총리가 상황 점검을 위해 군청을 찾자 병원‧보건소 연계 운영과, 이에 따른 부작용을 사실상 시인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 군수는 이 자리에서 "해당시설은 민·관 보건기관의 원스톱 의료·복지 서비스 제공을 위한 복합의료타운으로 건립됐다"며 "감염병 발생시 지역 의료기능이 마비될 수 있는 이번 사태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민·관 보건시설의 분리를 위한 보건소의 이전 신축을 건의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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